
(대한뉴스 김기준 기자)=전세 사기와 깡통 전세의 공포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피해자들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수많은 요인이 거론되지만, 현장 전문가들과 소비자들이 입을 모아 지목하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바로 기형적인 '중개보조원' 제도다.
◆ '실장님'의 배신... 무자격자가 장악한 중개 시장
현행 공인중개사법상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은 매물 안내와 같은 단순 업무만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법과 괴리되어 있다. 현장에서는 '실장', '부장', '이사'라는 모호한 직함 뒤에 숨은 무자격자들이 실질적인 브리핑과 계약 유도를 도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이들의 고용 형태와 수익 구조에 있다. 전문 지식이나 윤리 의식 검증 없이 채용되는 이른바 '묻지마 채용'이 만연한 데다, 기본급 없이 계약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챙기는 성과급 구조가 대부분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보조원들은 중개 사고가 발생해도 자격 취소라는 치명적인 페널티가 없다"며 "안전한 권리 분석보다는 당장의 계약 성사와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 "규제 강화? 미봉책일 뿐"... 폐지 목소리 힘 실려
정부는 최근 전세 사기 대책의 일환으로 중개보조원 채용 상한제를 도입하고, 보조원 신분 고지 의무를 강화하는 등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그러나 업계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 또한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조'라는 명분 아래 무자격자의 중개 현장 진입을 열어두는 한, 불법 컨설팅과 사기 행각의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의 이면에는 명의만 빌려준 공인중개사와 실질적인 사기 행각을 주도한 보조원 간의 위태로운 공생 관계가 존재했다.
◆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맡기나?"... 전문성 회복이 관건
시장의 요구는 이제 분명하다. 복잡한 규제나 시스템 도입보다 더 확실한 원칙, 즉 "자격증 있는 사람이 책임지고 일해라"는 것이다.
시민들은 의료계와 법조계를 예로 들며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진료와 수술을 일임하지 않고, 변호사가 사무장에게 변론을 맡기지 않듯, 국민의 전 재산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 역시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한 공인중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업계 일각에서는 영업 효율성과 인력 운용의 현실을 들어 보조원 제도를 옹호하지만, 국민의 재산권 보호보다 효율성이 우선될 수는 없다"며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전 과정을 책임질 때 비로소 사기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신뢰 회복의 첫걸음, '책임 중개’
결국 부동산 시장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공인중개사들의 '직접 발로 뛰는 책임 중개'뿐이라는 지적이다. 자격증이 단순한 영업용 '간판'이 아니라, 무거운 법적·도의적 '책임'을 의미하도록 시장 구조를 재편해야 할 시점이다.
"자격증 있는 사람이 책임지고 일해라."
이 단순하고 강력한 원칙이 부동산 시장의 상식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내 집 마련'과 '전세 계약'이 공포가 아닌 기쁨이 되는 사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중개보조원 폐지' 논의가 단순한 규제를 넘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근본적 구조 개혁을 위한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