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뉴스 유경호 논설위원장) = 대통령의 특별성명은 ‘나라다운 나라’를 이루기 위한 국정철학과 그 구체적 행보를 제시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계엄 1년을 맞은 12월 3일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준비한 ‘새롭게 선 민주주의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국민 누구나 들을 수 있게 TV 생중계로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TV 화면 속에서 흔들림 없는 표정과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힘 있는 외침을 하려는 듯 국민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국민 여러분’이라는 호칭 속에서 그가 국가적 위기와 변화의 바람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은 그러한 변화가 우리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 성명이 끝난 뒤 국민의 마음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거창한 K-민주주의의 회복도 중요하지만, “내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현실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성명을 들은 어느 60대 가장은 TV를 끄며 이렇게 한숨을 내쉴지도 모르겠다. 은퇴 이후 모아둔 저축은 물가 상승 앞에서 점점 제 힘을 잃고, 생활비는 여전히 빠듯하다. 그의 한숨에는 ‘이번 달 카드값’이라는 더 직접적인 고민이 묻어 있다. 아이를 키우는 40대 맞벌이 부부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교육비, 주거비, 금리와 같은 삶의 기본 바탕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머릿속 계산기는 빠르게 돌아간다. “아파트 대출이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아이 학원비는 더 올라가는 거 아닐까?” 국가적 담론보다 한발 앞서 떠오르는 것은 결국 가족의 미래다. 자영업자의 불안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손님은 줄고 비용은 늘어만 가는 요즘, 대통령의 국민통합 메시지가 ‘희망’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시련의 신호’일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성명 속 희망보다는 하루하루 매상표가 더 중요하다. “당장 다음 달에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절실한 물음이 마음 한편을 무겁게 짓누른다.
특별성명은 국가의 방향을 밝히기 위한 자리지만, 그 말이 닿는 곳은 결국 국민의 부엌과 지갑, 병원, 학교, 그리고 가정의 식탁 위다. 국민은 모두 다르게 살아가지만, 한 가지 마음은 같다. 정책의 변화가 ‘국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되기 시작할 때 비로소 진정한 공감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민이 대통령의 말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려면, 그 메시지가 얼마나 민생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창한 비전보다, 작지만 구체적인 변화가 삶을 어떻게 바꿀지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오늘도 국가 전체를 향해 있을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