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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언어를 잃으면 사회는 방향을 잃는다

본지 발간 31주년을 보내며 김원모 발행인이 전하는 2025년 연말 메세지

2025년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전례 없이 빠르게 변했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국민 여러분은 치열하게 버텨 왔습니다. 언론은 시대의 거울이자 사회적 책임을 지닌 공기입니다. 저는 이 역할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국민과 독자 여러분께 연말의 인사를 드립니다.

올해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했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지역 경제 격차, 불안정한 노동 환경, 자영업자의 어려움 등 여러 도전을 정면으로 마주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시민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K음식, K콘텐츠, K제조업의 성과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외식·서비스 산업은 내수 회복을 위해 치열하게 버텼고, 많은 경영자와 직원들이 현장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반드시 보상받아야 합니다. 중소 자영업자의 회복은 국가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한편 올해는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해도 아니었습니다. 정치적 대립과 사회적 불신은 여전히 깊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사회를 흔든 일도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얼마 전 TV예능 프로에서 4-5세 정도의 아이가 음식을 먹으며 ‘미쳤다’ 라는 표현을 하는 것을 보며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요즘 매스컴에서 난무하는 ‘미쳤다’ ‘쩐다’ ‘대박’ 같은 감탄사·속어의 범람을 보며, 나는 언론이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거의 언론은 말 하나, 문장 하나에도 무게가 있었습니다. 기자는 말의 책임을 알았고, 언론사는 언어의 품격을 지키는 데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조회 수와 반응을 의식한 자극적 언어가 점령하며, 사실 전달보다 감정 부추기기가 앞서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습니다.

언어가 가벼워지면 생각도 가벼워집니다.

‘미쳤다’라는 한 마디는 편하지만, 사안의 본질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언론이 설명을 포기하면 사회는 판단 능력을 잃게 됩니다.

기성 세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공적 방송에서 쏟아내는 것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공동체적 언어의 파괴와 파편화를 의미합니다.

 

지금은 인쇄 기술이 바뀌고, 개인 방송이 등장하고, 인터넷과 모바일이 세상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사회가 바로 설 수 있수 있다는 그 점은 변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은 표준어·공적 언어를 기본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사회를 하나로 만듭니다. 그리고 감탄사보다 설명과 근거를 앞세우는 것이 언론의 기본입니다. 기자와 PD, 콘텐츠 제작자 모두가 ‘언어 사용의 책임’을 다시 배워야 하고 편집 책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언론은 사회의 언어 습관을 잡아주는 기관이며 지금 그 책임을 다시 떠안아야 합니다. 30년 넘게 언론을 지켜온 한 사람으로서 이 시대의 어른으로서 언어를 지키는 일은 곧 사회를 지키는 일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2025년 대한뉴스 발간 31주년을 보내며 아쉬운 점은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사실을 확인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도하는 원칙을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대한뉴스는 새해에도 국민의 편에서 묻고, 확인하고, 기록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삶이 더 나아지는 방향에서 한국 사회의 의제를 제기하겠습니다. 올해도 저희를 신뢰하고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5년의 마지막이 따뜻하기 바라며, 새해에는 더 큰 희망과 평안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