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과 후 퇴근길, 거리를 걷다 보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작은 천막 하나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빨간 비닐 천막 아래 모여 앉아 국물 한 모금에 하루의 피로를 풀던 곳, 바로 포장마차다. 하지만 이제 도시의 밤거리에서 포장마차를 발견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나마 드라마에서는 자주 볼수 있지만, 한때 포장마차는 한국 도시 풍경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퇴근길 직장인, 늦은 밤 공부를 마친 학생, 하루 장사를 마친 상인까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좁은 의자에 나란히 앉아 따뜻한 국물과 소박한 안주를 나누던 공간이었다. 오뎅과 떡볶이, 순대, 소주 한 잔이 어우러진 포장마차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생활 공동체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포장마차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도시 미관 정비 정책과 도로 점용 규제, 위생 기준 강화 등이 주요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임대료 상승과 고령화도 영향을 미쳤다. 오랫동안 포장마차를 지켜온 상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장사를 이어가기 어려워졌지만, 젊은 세대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도시의 변화도 한몫한다. 과거에는 거리에서 간단히 먹고 마시는 문화가 자연스러웠지만, 이제는 프랜차이즈 식당과 실내 술집, 배달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포장마차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편리함과 위생, 안정된 시설을 선호하는 소비 문화 역시 변화의 한 요인이다.
하지만 포장마차가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형태의 음식 판매 방식이 없어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곳에는 낯선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던 인간적인 온기와 도시의 정서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의자에 어깨를 맞대고 앉아 서로의 하루를 나누던 풍경은 이제 점점 추억 속 장면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도시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포장마차 거리’를 정비하거나 합법적인 운영 공간을 마련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무작정 없애기보다 도시 문화로서의 가치를 살리려는 움직임이다.
도시는 늘 변하고 새로운 문화가 생겨난다. 그러나 한 시대를 따뜻하게 밝혀주던 작은 불빛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다면, 우리의 거리와 기억도 함께 조금은 쓸쓸해질지 모른다. 겨울밤 포장마차의 김이 만들어 내던 그 따뜻한 풍경이, 오래도록 우리 도시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