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 주력..北, 강력 반발
남북정상회담 변화 유도할 핵심변수 부상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이명박 정부는 지난 2년간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1인당 국민소득 3천달러가 되도록 하겠다는 `비핵.개방 3000'을 슬로건으로 내 걸고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진전을 철저히 연계하는 정책을 편 것.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편 이전 정부와 확연히 다른 원칙을 유지한 셈이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남북간 경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 아래 제1,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해 계승도 부정도 아닌 애매한 태도를 유지했다.
북한이 지난해 5월25일 제2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이런 정부의 정책 기조는 더욱 선명해졌다.
남북간 인도주의 현안에 있어서도 `무조건 지원만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연간 각각 40만t, 30만t 수준으로 제공했던 대북 쌀.비료 지원을 지난 2년간 하지 않았다.
대신 과거 정부 시절에는 `조용한 접근'을 추구했던 북한 인권 및 탈북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북한은 2008년 3월27일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의 남측 당국자를 추방한 것을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적개심'을 표출했다.
각종 매체에서 이 대통령을 `역도'로 표현하는가 하면 2008년 12월1일부터 남북간 육로 통행 제한, 개성공단 체류인원 제한 등을 담은 12.1 조치를 시행한데 이어 작년 1월에는 `전면적 대결태세 진입'을 선언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총격 피살사건과 작년 3월부터 8월까지 137일간 이어진 개성공단 근로자 유성진씨 억류 사건 등은 남북간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은 한때 폐쇄 위기까지 내몰렸다.
대화의 끈조차 없었던 남북관계의 갈등 국면은 지난해 8월부터 북한이 대남.대미 유화공세로 전환한 이후 조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북한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때 북한이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이끄는 특사조의사절단을 파견, 이 대통령을 예방토록 했다.
이후 북한은 `12.1 조치' 자진 해제, 판문점 연락관 채널 복원,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유화조치를 이어가는 동시에 남북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였다.
정부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변화를 모색했다. 북한과의 접촉에 응하면서도 핵문제에서 진전된 태도를 촉구한 것이다.
남북한에 첨예한 신경전 속에 아직 남북관계 개선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변화를 앞둔 탐색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대통령 임기 3년차인 올해 남북관계가 과거보다 성숙한 관계로 새출발하느냐, 아니면 장기 갈등 국면으로 가느냐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가 핵심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측으로부터 얻어야 할 것들이 분명한 북한은 물론 우리 정부도 `햇볕정책 10년'과 구분되는 `MB식 남북관계'를 구현하려면 정상회담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2년간의 갈등을 겪는 동안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놓인 쟁점은 분명해졌다.
정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이 대통령의 북핵 일괄타결안인 `그랜드 바겐' 구상을 수용하고, 그에 바탕해 핵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도 우리가 북에 제공할 수 있는 인도적 지원과 묶어서 풀겠다는 기조다.
반면 북한은 여전히 핵과 한반도 평화의 문제는 미국과 협상하고, 남측과는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하겠다는 종전의 태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향후 한반도 주변 정세와 북한 내부 상황 등 변수 속에 남북 중 한쪽이 유연성을 발휘해야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의 `새 판 짜기'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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