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등 '당사자 해결' 前 정부 관리감독 중요"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이주노동자 인권보호는 생산성 증대와 직결되는 만큼 사업주와 노동자 간 잘 이해하며 친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상이한 식습관과 생활방식으로 적잖은 갈등이 유발되는 점을 감안해 이들이 한국문화와 생활방식에 적응하도록 돕는 프로그램도 시급합니다."
필리핀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국내 외국 근로자 다수를 송출하는 아시아 국가 외교관들은 23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권리신장'을 주제로 열린 제5회 아시아 인권포럼에 발표자로 참석해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한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아티 데마 알 크루즈 주한 필리핀 대사관 노무관은 '한국 거주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삶'과 관련, "추방된 불법 이주 노동자가 다시 입국해 직업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루즈 노무관은 "대부분 노동자가 3D 업종에 종사하므로 이들에게 안전한 노동환경을 제공하고, 임금 체불이나 고용주의 학대 등 인권 침해 부분이 시정돼야 한다"며 "특히,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지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가족 동반을 허용함으로써 이들이 지역사회의 발전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무다설 이크발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노무관은 "한국이 작업장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에 따르면 아직도 안전예방 조치가 미흡한 곳이 많다"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안전수칙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함께 이들의 사망과 산업재해 발생시 급여와 보험금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크발 노무관은 "한국의 경제발전이 이주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열악한 근무 조건을 딛고 해서 안된다"며 "이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이 존중될 때 이주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드 나사르 엘샤드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 1등 서기관은 "모집 과정에서 선발된 이주노동자 수천명이 한국입국을 위해 1년 여를 기다려왔다"며 "입국이 장기간 지연되면 노동자들에게 정신적, 경제적인 좌절감을 주고 한국의 고용허가제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뜨린다"며 조기 입국 허용에 대한 전향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엘샤드 서기관은 "우리 대사관은 이주노동자가 한국 내 작업장에 배치되기 전 근로나 생활 여건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각국 대사관이 복지와 근무조건, 숙소 등 다양한 문제들을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공장과 업무 현장을 방문하는 데 국내 기업들이 협조하도록 정부가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노동자의 이직시 이 문제가 고용주와 외국인노동자 사이에 원활하게 해결되도록 상호 협조해야 한다"며 "대사관에 접수된 인권침해 사례 중 다수는 초과 근무수당 미지급이나 임금 체불, 근무시간 연장, 상해, 숙소시설의 불편과 같은 불만이 대부분이다"고 밝혔다.
엘샤드 서기관은 이어 "이런 사례들은 대부분 고용주와 노동자 간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마땅하지만 이에 앞서 노동부와 법무부가 고용분야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한 외교관들은 "국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의 근무 여건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며, 다른 인력 도입국들에 비해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상황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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