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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코엑스에서 통일준비위원회와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통준위 경제분과 공개세미나가 열렸다. 지난해 ‘통일대박 가능하다’와 남북농업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1, 2차 공개세미나에 이어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는 남북관계가 정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포함한 3자 협력을 통해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연계한 대륙으로의 진출, 민간분야의 남북한 교류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 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날 주제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나진-하산 프로젝트
본 프로젝트는 2011년 러시아 철도공사가 포스코에 사업참여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2013년 한-러 정상회담 때 공동성명한 복합물류사업으로, 나진에서 하산까지 총 56㎞를 개보수하고, 화물터미널 건설과 화물열차 확보를 통해 나진항과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계하는 사업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합작회사인 나선콘트랜스(RCT)는 나진-두만강 54㎞ 및 나진항 21ha에 대해 49년간 개발과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가진 지분 70%의 49%를 한국 컨소시엄에 넘김으로써 남과 북, 러시아가 34 : 30 : 36%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과 북의 관계개선을 위한 가장 가시적인 사업으로 정부도 5.24대북제재조
치의 예외사업으로 인정하고 있는 사업이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즉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하는 첫 관문인 동시에 지난해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성과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로 직접 연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최근 정부의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결정과 러시아의 2025 극동바이칼 개발계획 등 극동진출전략이 본격화되고 있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라시아 지역 내 신규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가 가지는 의의는 더 커진다.
발표자인 수출입은행의 문경연 위원은 발전 로드맵에서 먼저, 2027년까지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의 주요 수입국인 러시아의 극동항만의 포화상태로 대체항인 나진항을 활용하여 미래 에너지 수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둘째, 나진항 1, 2호 부두의 항만 인프라를 구축해 러시아와 중국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복합물류단지를 건설하고, 셋째, 러시아 정부가 TSR의 극동철도 인프라 개선사업에 비용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이 참여해 교통 인프라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나선지역을 자유경제무역지대 성격의 동북아 5개국이 참여하는 경제협력 시범지구로 활용하고, 마지막으로, 나진항 4, 5, 6호 부두를 컨테이너 물류항으로 개발해 자유무역항으로 자원반출기능과 함께 주변지역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가 가능한 중계항으로 자리잡아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선 산업단지 조성 및 협력방안
나선지역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접하고 있고,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의 관문으로 북한에서 가장 오래된 경제특구이며, 북한과 중국이 공동관리하는 특수지역이다. 때문에 동북아시장의 진출기회를 선점할 수 있고, 역외가공을 통한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며, 남북 경협 활성화로 통일 기반을 조성할 수 있고, 제조와 물류, 관광산업에 있어 다자간 국제협력을 도모할 수 있어 개발의 중요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북한 역시 소득송금 투자재산 반출, 기업소득 세율과 지적재산권 보호, 10년 이상 운영시 기업소득세감면, 토지이용 특혜, 수출입 장려 등 경제활동에서 각종 보장과 특혜를 주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유현 위원은 LH공사가 1998년 현지조사 후 계획을 수립한 나선시 유현동 일원에 개성공단의 2배인 200만평의 글로벌 역외가공 산업단지를 조성해 개성공단과는 다른 산업단지와 광산개발, 관광단지 등의 패키지 형태로 개발되어야 한다고 봤다. 나선 산업단지에는 먼저 중소기업 협동화방식으로 위탁가공교역과 제조업 등이 진출하고, 이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최종적으로 외국기업과 공동진출하는 방식이다. 이 산업단지가 조성되게 되면 북한은 연간 1.9억 달러의 외화벌이와 1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 등을 볼 수 있고, 우리나라는 연간 33.9억 달러의 수익창출과 66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중국은 동북지역의 해양물류망을 확보할 수 있고, 3국 협력을 통한 생산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다자간 협력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안정적인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제도 마련,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한 투자 유치, 다자간 협력지역 내 투자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되어야 할 과제다.
북한 자원개발사업
북한은 지하자원 부국으로, 중국은 연간 1,500억 달러 이상, 일본은 연간 450억 달러 이상을 북한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을 정도다. 현재 북한의 자원개발에는 중국과 러시아, 일본이 진출해 있는데, 수출산업의 한계로 외화수입을 지하자원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으로서 최근 국제 광물가격이 하락하고 지하자원 수출마저 감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산업 진작을 위한 수출통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지하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를 요청해 왔으나 중국 이외의 별다른 성과가 없었던 바, 다자협력방식을 통해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남북간의 상황에서는 양자협력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투자비 회수와 함께 광산개발에 있어 선행사업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자원연구소 최경수 소장은 단기적으로는 북한투자경험이 있고, 북한 투자환경에 익숙한 중국이나 러시아 등과 협력하고, 다자협력을 확대해야 하는 경우 광업메이저기업이 속한 캐나다, 미국 등과 협력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대상으로는 우리나라의 수입 규모가 크고 판매시장이 다변화되어 있는 광종으로 선택하고, 이후 전략적 개발이 필요한 광종으로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한 전력공급이 가능한 북-중 접경지역의 광산을 우선 검토하고, 이후 내륙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 소장은 북한 최대 동광산인 혜산광산과 북한 최대 무연탄 매장지역인 2.8직동탄광, 북한 최대의 철광산인 무산광산을 다자협력방안의 예시로 들었다.
3각 농업협력
러시아 극동에서의 남-북-러 3각 농업협력은 우리 나라에 식량기지로, 북한에 식량안정화와 외화획득의 기회로, 러시아에 극동의 인구감소 차단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3개국이 서로 win-win할 수 있는 사업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러시아 극동에서의 한-러 농업협력은 주요 의제 중 하나였으나, 물류인프라 부족, 인구감소와 노동력 부족, 어려운 재원 접근 등이 있었고 무엇보다 국내 반입의 어려움으로 투자를 위축시키기도 했다. 최근 남-북-러 농업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미 농업 프로젝트 추진이 확정된 지역이나 지난해 확정된 선도개발지대의 아무르주, 유태인 자치주, 연해주 등 3개의 농업지대가 선정돼 우선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한양대 엄구호 교수는 이미 농지가 확보돼 있는 연해주에 시험적인 남-북-러 협력사업을 시행한 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완화되고 시험사업이 성공한 경우 아무르주에 대규모사업을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 북한 지분은 차관형식으로 제공해 북한도 경영책임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논의가 중단된 천연가스 문제로 인해 정체된 3각 협력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지원정책으로는 해외농업개발사업에 대한 자금융자 확대와 국내기업이 생산한 러시아산 곡물에 대한 관세 인하,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나오며
현재 남북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태로 아무런 진전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번에 개최된 통준위 경제분과 공개세미나는 정부차원의 통일준비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에서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남북간 대화재개를 통해 통일과 교류협력을 이야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다자협력방식으로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다양하게 시도한 것은 진일보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돈독히 해 통일로 가는 여정을 조금 더 단축시키는 것도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