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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대표이사(사진 장해순 기자) |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주년인 올해 남북문제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통일대박’이라 불릴 만큼, 통일은 저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남한 경제와, 남한 경제의 1/30 수준인 북한 경제를 회복·성장시킬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이다. 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소떼 1001마리를 끌고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했는데, 이때부터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관광, 2000년 개성공단 사업을 진행하게 됐고, 이로써 남북경제협력의 단초가 마련됐다. 현재 남북은 경색국면이지만, 통일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을 비롯해, GTI(광역두만강개발계획), 나진-하산 프로젝트, 북한 자원개발계획 등 다양한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통일이 되면, 우리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강대국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현대경제연구원 한상완 대표이사를 만나 통일시대를 앞당기는 남북 경제협력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은?
남북관계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생각만큼 쉽게 전망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다만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24일 종료되면 그간 긴장상태에 있던 남북관계에 호신호로 작용될 것이며, 개성공단 임금문제가 어떻게 풀어지느냐에 따라 양측에 난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8월 15일 광복절도 관계 개선의 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향후 남북관계가 긍정적일 것이라고 기대하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고, 앞으로 7대 SOC건설사업과 백두산 관광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개성공단 임금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개성공단은 총 2천만평 규모로 굉장히 넓은 지역입니다. 현재는 100만평 안에 우리 기업이 들어와 있는데요. 임금이 저렴하면서 기술도 좋고, 소통도 잘 되는 북한인력에 대한 요구와 남한과의 접근성 등 많은 장점이 있어 지금도 이곳 진출을 원하는 중소기업이 많이 있습니다. 현재 임금사태에 대해서는, 상호간 협의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노동력이 중국 등 타 지역에서 받는 임금보다 실제로 낮은 수준에서 받고 있기에 인상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의 의견만을 주장하게 된다면, 사업이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상호협의 하에 결론을 도출시키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정치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남북간 아무런 접촉이 없는 것보다 대화채널이 열려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입니다.
남북관계로 사업진행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에서 개성공단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남과 북은 오랫동안의 분단기간만큼 정치 체제가 다르고 경제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발생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과의 경제교류가 단절되면 안 된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오히려 남북간 경제사회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다만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북한을 조금 더 이해하고,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현대의 대북 경제협력사업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두 축으로 되어있는데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은 성황이었을 때에도 연간 매출액이 그룹 전체 매출액에 비해 매우 작은 규모였습니다. 故정주영 회장께서 사업보국을 꿈꾸며, 그 두 사업이 통일시대의 초석이 되길 바랐던 것처럼, 저희는 단순히 사업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남과 북이 하나로 가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강산관광사업을 통해, 서비스업의 정수를 북쪽에 알려주고, 개성공단사업을 통해 제조업을 알려주는 것이 두 사업의 핵심입니다. 이는 통일비용을 절감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기도 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우, 아직까지도 동독 지역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통일을 이뤄내는 것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며, 미리 준비를 해 두어야 합니다.
한편, 개성공단은 단순히 사업이 아니라 남북교류, 통일의 발판이라는 의미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남북이 구심점을 이루는 것이 우선인데, 외국자본의 투자가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후 교류협력이 더 확대돼 남북한과 중국이나 미국 등 다자간 경제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면 대외적인 환경변화에도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교류협력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경제 상황은 어떤가요?
북한의 경제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상당히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현재 북한은 농업개혁정책으로 수확물의 자율처분권을 더욱 확대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개혁개방정책에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시장경제 시스템 일부를 도입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경제특구에 대한 관심도 많은데요, 실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중국의 경제특구를 매우 많이 방문하였으며, 북한경제를 어떻게 살릴지 많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그 유훈을 이어받아 5개의 중앙급 경제특구와 19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지정하여 개발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북한은 지금 나선지역을 경제특구개발지역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나선지역에 대해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 많은 나라의 관심이 집중돼 있습니다. 나선지역은 어떤 곳인가요?
북한이 최초로 대외 개방한 경제특구인 동시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시작되는 지역이기도 한 나선지역은 북한, 중국, 러시아가 맞닿아 있는 접경지라, 여러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개발하려는 지역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 몽골이 참여하고 있는 GTI는 올해 의장국을 맡은 우리 정부가 국제기구로 전환시킬 계획을 하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가 개선이 되면 지금보다 더 활발히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가동되어 지난해 11월에 러시아산 유연탄 4만여 톤의 시범운송에 이어, 다음달까지 14~15만여 톤이 국내로 들여올 예정입니다. 또한 현재 현대와 포스코가 형성하고 있는 훈춘물류단지도 나선지역과의 연결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나선지역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가 연결되면 물류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의견이 있는데요
물류혁신과 관련해서 중요한 점은 협상력을 키우고, 운송수단을 다양하게 갖춰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선지역과 TSR이 연결되면 해운이 아닌 철도로도 대량운송이 가능해져, 해운으로 운송할 때보다 매우 신속하게 물류이동이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철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제성을 보장받으려면 협상을 잘해야 함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물류 운송수단이 한 군데로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TSR 이외에도 TCR, 해운이나 아시안 하이웨이 등 자동차를 이용한 운송 수단을 유지하는 등 다양한 협상력을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5.24조치를 해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통일을 위해 필요한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5.24 조치 해제에 대해서는 야당 측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찬성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의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 의하면 통일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의 상당수는 5.24 해제가 필요하며,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남북 상호 신뢰회복을 위한 남측의 최우선 과제로 지적했습니다. 특히 전문가 10명 중 9명(87.9%)은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와 남한의 5.24조치 해제에 대한 선후(先後) 문제에 대해서는‘병행 해결’의 유연한 접근방식을 주문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5.24 조치 해제 등의 상호 신뢰회복 조치와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북측에게‘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입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신뢰가 완전히 형성된 후에 교류협력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남북간 상호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에 다양한 협력과 대화를 통해 신뢰를 형성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통일·안보 관련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저는 정부 당국자가 여러 가지 사안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나아가 정상회담을 하며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금보다 조금 더 유연하고 전향적으로 접근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의식입니다. 대북지원에 대해 퍼주기 논란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북한에 대해 협력의 태도를 보일 때라고 생각합니다.‘준다’라고 생각하지 말고‘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요. 다시 말해 남북경협의 통일경제적 의미와 편익을 고려하여, 남북경협은 북한이 변화한 후 실행하는‘결과’가 아니라, 북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수단과 과정’으로 인식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역시 신뢰 회복을 위한 단계적 과정(프로세스)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통일대박’이라고 할 만큼 남북이 통일되면 엄청난 국익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오늘의 남북경협 활성화는 통일 이전에 남북간 경제력 격차를 축소하여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통일비용의 사전적 분산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함께 나아갈 북한에 대한 투자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통일시대의 청사진을 그려본다면?
남과 북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되면 많은 부분에서 이익이 발생할 것입니다. 첫째, 물류에 대한 혁신적 변화인데요, 현재 남한은 북쪽으로 전혀 연결 통로가 없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섬나라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북한과 통일이 되면 한반도는 아시아대륙과 연결이 되며, 유럽까지 대륙을 통해 물류를 전달할 수 있게 되지요. 그리고 대륙이 연결되면, 물류만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가 오고 가면서 자연스러운 융합을 통해 사회와 문화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저출산·고령화 등의 인구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남북을 합친 인구는 약 8천만이 되며, 통일 이후 한반도 경제권이 확장되고 간도와 동북 3성 지역의 인구까지 합쳐지면 1억 인구 이상의 새로운 경제권이 형성되어 인구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외교적 측면에서 경제성장, 군사력 강화 등으로 통일한국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경쟁력 있는 대국으로 단숨에 성장할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통일한국은 2050년에 세계 8위의 경제대국과 1인당 국민소득이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 많은 8만 6천 달러의 부국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