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끝나면 북한과의 교류협력이 이루어지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 북한은 남한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8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하는가 하면 1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독사’와‘악종’으로 묘사하는 등 극렬하게 비난했다. 뒤엉키고 있는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을 북한 전문가인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정성장 실장을 만나 이야기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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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실장.(사진= 장해순 기자) |
북한의 대외 강경 자세 배경
최근 북한이 대외적으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배경으로는 두 가지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고 체제결속을 위해 한국 및 미국과 긴장을 유지하는 측면이 있고, 둘째로 북한정권의 안정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확한 평가와 부적절한 대응이 북한을 자극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김정은 정권 하에서 이루어지는 파워 엘리트의 숙청이나 교체가 김정은 정권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외부 세계에서는 엘리트들의 교체가 김정은 정권의 기반 붕괴 및 급변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판단은 북한으로 하여금 외부세계가 북한 정권의 교체를 추구하고 있다고 인식하게 하여 북한 정권이 대외적으로 초강경 태도를 보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 국제세계에서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북한체제와 동일시해 그들이 사망하면 곧 북한체제가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는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다. 그것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조기에 자신의 후계자를 지명해 후계자에게 권력의 상당 부분을 미리 이양했고, 북한체제의 유지에 북한의 파워 엘리트들이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하면 북한도 함께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파워 엘리트가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009년부터 4월부터 김정은이 국가안전보위부장에 임명되어 핵심 간부들을 감시·통제해왔지만 외부세계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2011년 12월 김정일의 사망 직후 외부세계에서는 김정은이 권력을 제대로 승계하지 못하거나 승계하더라도 권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며 장성택이 섭정하는 군부집단지도체제가 출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그 같은 예상은 빗나갔고 김정은 정권은 외부세계에서의 북한 급변사태론에 대해 매우 강경하게 반발했다.
2013년 12월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되었을 때에도 외부세계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 파워 엘리트 집단 내에서 반발이 일어나 가까운 미래에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비록 장성택이 북한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그의 실제 정치적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외부의 예상과는 다르게 북한 지도부 내에서 심각한 갈등은 표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외부세계에서의‘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기대는 부적절한 대북정책으로 연결되고 이는 다시 북한의 열등감을 자극해 대외적으로 초강경 태도를 보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외부세계에서의‘희망적 사고’가 대북 전략 부재로 이어지고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과 미사일에 더욱 매달리게 되는 현재의 상황은 결코 국제사회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국제사회는 북한의 붕괴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만약 외부세계에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게 되면 곧 무너질 것처럼 이야기하면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개혁개방보다 고립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외부세계에서는 개혁개방에 성공한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를 들면서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더라도 체제유지를 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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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UN 반기문 사무총장의 방북을 돌연 철회한 지난달 20일 오후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성공단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반 총장은“북측은 갑작스러운 철회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면서“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
김정은의 외교역량 부족과 대외상황
김정은이 2013년 제3차 핵실험 이후 다수의 군수공장을 민수 분야로 돌리고, 군인들을 각종 건설현장에 투입하며, 주민들에게도 경쟁을 유도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교 분야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개최된 전승 기념행사는 김정은이 외교무대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할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 역시 남한이나 국제사회에 북한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반 총장의 방문을 거부해 이 같은 기회를 놓친 것은 김정은의 외교 감각 부족을 드러내는 근거로 파악할 수 있다.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결정된 후 할아버지 김일성의 외모와 통치 방식을 모방하고 있지만, 가장 차이가 나는 분야가 외교인 것 같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북한과 중국 간의 정치적 관계는 현저하게 악화되었지만 경제적인 관계에서 큰 변화는 없다. 그리고 북한과 러시아 간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그러므로 북한은 외부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심각한 고립상황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우리의 대북 영향력이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남북민간교류 확대와 남북중 협력을 추진해야
현재와 같이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민간단체들은 방북할 때마다 정부의 승인을 받고 있어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장기간 방북이 어렵게 되어 지속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지 못하고 된다. 이 같은 상황은 곧 한국 민간단체의 대북 협상력 약화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그 동안의 활동을 통해 검증된 민간단체들에 대해서는 수시로 방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민간단체들이 특히 취약 지역과 계층에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북한의 지역별로 역할을 분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현재와 같은 평양 중심의 대북 지원 사업에서 벗어나 북한의 모든 주민들에게 혜택이 골고루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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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제1대연회실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들이 긴급 임시총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우리가 대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남북경제협력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협력의 혜택이 남과 북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 남북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업으로 남한과 북한, 중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연결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동북지방은 대련항이 포화상태에서 심각한 물류난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 중국 연길로 보낸 화물이 도착하는데 3개월이나 소요될 정도이다. 그런데 만약 남북중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연결되면 이 같은 중국의 물류를 북한과 한국이 흡수해 이익을 볼 수 있고, 한국과 중국 간의 교역과 인적 교류도 현저하게 확대될 것이다.
이미 중국의 단둥과 북한의 신의주를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는 완공되어 개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는 북한과 신압록강대교 건설 후 단둥과 평양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연결에 합의한 바 있는데, 이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서울까지 연결한다면 한국은 보다 많은 중국 관광객을 받아들일 수 있고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 동북지방을 여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중국과 한국의 여행객 통과료 수입을 거둘 수 있게 되어 3국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오며
우리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부터 먼저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실장은 남북통일의 경제적 효과를 아무리 크게 홍보해도 당장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그 혜택을 보지 못한다면 그 같은 홍보를 국민이 공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당장 남북민간교류와 관련된 과도한 규제부터 철폐하고 남·북·중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고속도로와 고속철도 연결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실용주의적인 대북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안보 태세는 확고히 유지하는 한편, 안보와 경제 문제를 구분해 민간 교류와 경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지원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민간단체의 수시 방북 허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이 확대되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측면이 있어 평화통일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