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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나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
지난달 18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156표, 반대 120표, 무효 2표로 황교안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성완종 파문으로 취임 63일만에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전 총리의 사표가 수리된 지 52일 만에 총리 공백상태가 해결됐다.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때까지 야당의 반대가 심각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지속되면서 야당 역시 표결에 참여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황 총리는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공식 출범하게 됐지만, 메르스 사태와 국회법을 위시한 경제활성화 법안 통과 등 향후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만만치 않다. 황 총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총리 인준과정에서의 문제점, 앞으로 풀어나갈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
법조인에서 국무총리로
황 총리는 1957년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나온 대표적인 전직 공안검사 출신이다. 1981년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면서 대검찰청 공안 3과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구고검장 등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황 총리는 부산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에 사직하고, 2011년부터 약 1년 반 동안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활동을 했다. 이후 제63대 법무부 장관이 되어 무변촌지역 주민들을 위해 마을변호사 제도를 신설해 지역주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호응을 받았고, 이후 제도를 계속 보완해 올해 초 무변촌 1,412곳에 마을변호사 1,455명을 배치해서 지역주민들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또한, 황 총리는 어릴 때부터 목동 성일침례교회의 성도로, 1995년 작고한 어머니의 이름을 딴 전칠례 장학금을 이 교회에서 1996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해오고 있는데, 평소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야 한다는 어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서라고 한다. 2009년에는 직접 연주한 색소폰 CD를 발표했고, 종교법 전문가로도 통하는 등 외유내강의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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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이날 본회의 표결 직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을 마친 뒤 법무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총리 인준과정에서의 문제
이번 청문회와 임명동의안 가결에서 문제가 된 사항은 크게 법무부 장관 임명 전과 후로 구분된다. 먼저, 3년간 세 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하다 1980년 징병검사 때 만성 담마진이란 피부병으로 병역 면제처분을 받았는데, 문제는 판정 전에 병역 면제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1999년 삼성임원들의 고급 성매매사건을 무혐의처분한 사실 역시 모종의 거래의혹이 일었으나 삼성비자금 특검 때 소명했다고 해명했다. 삼성 X파일사건에서의 삼성 떡값 연루의혹을 받았으나 극구 부인했고, 여성 비하발언과 함께 본인이 쓴 글에서 4·19혁명을 혼란으로, 5·16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용산참사를 농성자의 불법, 폭력성이 원인이라고 서술하는 등 이념적 편향이 문제시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에 논란이 되었던 것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전관예우 의혹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전화변론 의혹과 사면로비 등이 쟁점이 되었다.
장관 이후에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사건,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무마 등 야당과 척을 지는 대표적인 사건을 도맡아 처리하기도 해 이번 총리 임명동의안에서 극심한 야당의 반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황 총리는 법무부 장관 이임사에서도 밝혔듯이, 헌법가치를 부정하거나 침해하는 행위를 엄정대처해야 하고, 위헌정당 해산결정이 선고되고, 국회의원 내란 관련사건을 엄단해 헌법 부정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황 총리의 의지가 박근혜 정부 후반기 검찰 등 사정기관에 대한 고삐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
박 대통령은 황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전 부처의 역량을 총동원해 메르스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메르스로 인해 내수가 위축되는 등 메르스 사태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고, 국민 불안을 야기하거나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해 달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의 사령탑이 돼야 하고, 미래시대를 위한 시대적 과제인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총리는 메르스와의 싸움은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시급히 메르스 사태 극복을 위해 취임식도 미루고 현장 방문과 점검활동을 해 나가겠다고 말하고, 사회개혁과 부정부패 척결 등 국정과제를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18일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메르스 일일상황점검회의를 메르스 범정부대책회의로 전환하는 등 명실상부한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에 나섰다. 이날 첫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메르스 종식을 위해 현장중심 문제해결, 광범위한 선제조치, 즉각적인 실행 등 3대 대처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메르스가 종식될 때까지 비상근무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당초 예정된 취임식을 늦추고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중앙의료원과 중구 보건소를 찾아 현황보고를 받고 환자 치료상황을 점검했다. 취임 다음날인 19일에는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을 총리 특별보좌역으로 위촉해 메르스 상황진단, 대응조치 상황점검, 추가대책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상황판단과 조치를 신속히 할 수 있게 했다. 국회 본회의 외교, 통일, 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초기 대처에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정부의 최우선 과제를 메르스 종식에 두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으며, 19일 오후에는 박원순 시장과 함께 서울보라매병원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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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달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회의실에서 제3차 메르스대응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나오며
경기침체에 이어 전 국가적인 비상사태에서 황 총리가 넘어야 할 문제들도 많이 남아있다. 먼저, 국회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앞으로의 정국을 이끌어나가는 데 어렵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5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공무원연금개혁안 후속대책인 공적연금 강화와 민생, 경제활성화법 역시 뒷전에 밀려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크라우드펀딩법, 관광진흥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 등 현 정부에서 경제활성화의 핵심이라고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와 헌법재판소의 교원노조법 합헌 결정도 쟁점화될 전망이어서 갈 길이 바쁜 황 총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메르스는 7월이나 8월에 종식되면 성공적이라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황 총리는 우선 메르스 종식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