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연장 혹은 도구'(사진=극장나무협동조합) |
우리가 사는 세상, 아니 적어도 이 시각 이 땅은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말 그대로 줌도 안 되는 이들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웬일인지 모르지만 여기 젊은 두 건달이 조직의 미움을 받아 지하사무실로 밀려난다. 조직의 막내들이나 하는 잡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곤 떼인 돈 받아주는 일, 사람 찾아주는 일, 사람 뒷조사 해주는 일 등등. 건달이라 부르기 미안할 만한 일들뿐이다. 이 두 건달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슨 일이 있어서 조직의 미움을 받은 걸까? 조직으로부터 물질적 지원이 끊기더니 이들에게 하나 둘씩 이상한 일들이 발생한다. 두 건달은 잊혀져 있던 과거를 회상하며 이 상황에 놓이게 된 원인을 찾기 시작한다.
우리 집에 돈 받으러 온 양복 입은 사람들 때려 죽이고 싶을 만큼 싫었는데 용산에서는 내가 그 양복을 입고 있더라.
어린 시절 엄마를 죽음으로 까지 몰고 갔던 그 사람들의 모습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이는 깨닫는다. 이전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를 그들의 조직이 그냥 묵인한 사건과 현재 지하실에 고립되어 있는 사실이 있다고 의심을 갖는 비이… 결국 비이는 마지막 결정을 내린다.
에이는 조직 내에서 자신이 다루는 연장들처럼 쓰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성냥처럼 한번 쓰이면 버려지는 도구 일뿐. 하지만 보스의 명령을 마냥 기다리며 비이와 갈등을 겪는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비이, 그리고 20년 동안 몸담은 조직의 보스 사이에서 에이는 과연 누구와의 의리를 더 중요시 하게 될까.
마침내 보스로부터 마지막 명령을 받은 에이,
그때 밖에서는 무전기 소리, 군화 발소리가 들리고 드디어 지하를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 안에 유머가 있고, 우정이 있으며, 우리네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되어 그 집단을 위해 일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분들에게 연극 <연장, 혹은 도구>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느껴질 것이며, 그 상황 속에서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극중의 건달들에게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품을 제작하는 극단은 1999년 민족극 연구소 덧뵈기로 창단하여 올해 15년이 된 극단
"우리연극 덧뵈기"이다. 덧뵈기는 시대의 고민과 아픔을 무대 위에 형상화하는 연극집단이다. 우리의 것이 형식이 되고 우리의 삶이 내용이 되는 연극을 만들고자 한다.
연극 <연장, 혹은 도구>는 10월 24일부터 11월 16일까지 평일 화~금요일은 8시, 토요일은 4,7시 일요일은 4시로 총 25회 상연되고, 극장은 대학로 교차로 부근 "예술공간 혜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