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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도서

아베 신조, 외풍을 향한 냉철한 시선

『아베 신조의 일본』 노다니엘 지음

아베 신조 외풍을 향한 냉철한 시선

   
 


『아베 신조의 일본』노다니엘 지음

1945년 세계대전이 끝나고 20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1965년 한국과 일본은‘국교정상화’를 이룬다. 2015년은 광복 70년이 되고,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로부터 5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한일관계는 과거보다 가까워지기는커녕, 해방 후 최악의 상태에 도달해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한일관계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의 한가운데에 일본의 정치가 한 명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의 총리대신, 아베 신조이다. 이 책의 저자 노다니엘은 서강대학교를 졸업하고 MIT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하여 일본의 자본주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교토산업대학 세계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4년 4월 수상관저에서 아베 신조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여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글 김길남 기자

지피지기(知彼知己), 아베 신조 그는 누구인가?
일본에 대하여 많은 감정을 가진 한국인이 그를 높이 평가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그를 야스쿠니신사 뒤뜰에서 나온 괴물처럼 인식하는 한국인들도 많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일본이 그를 지도자로 지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8월부터 11월 6일까지 일본 주간지인‘도쿄신문’은 아베 신조의 건강 이상설을 소개하였다. 그러나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아베 신조는 2018년 8월까지‘장기집권’할 것이라고 아베와 그를 둘러싼 정치가들은 염두에 두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2018년 2월에 임기를 마치는 한국 대통령보다 더 오래 수상 자리에 남아 있게 된다.

우리가‘극일’을 외치고 있더라도, 냉철한 시각으로 한일관계를 돌아보아야만 한다. 감정을 우선시하여 대응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을, 그리고 그 사람들의 사상과 정서를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져야 할 공정하고 정확한 인식은 무엇인지?『아베 신조의 일본』은 그 길의 안내서이다. 3부로 나누어진 안내서는‘아베 신조’와‘일본’그리고‘한일관계’의 길을 찾는다.

 아베노믹스
‘한국에서 아베 신조와 그 정권을 보는 시각은 역사인식, 독도, 종군위안부 등 정치적인 담론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아베노믹스가 더 직접적이고 중대할 수 있다. 제조업과 수출은 국부창출의 주요 분야로 삼는 한국과 일본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실제로 전자나 자동차 등의 산업에서는 일본의 이득이 한국의 손해로 직결되는‘제로섬’(zero sum)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는 아베가 지향하는‘전후 레짐에서의 탈각’의 직접적인 의미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본인에게서 자신감을 박탈했던‘잃어버린 20년’의 주된 원인이었던 장기 디플레이션에서‘탈각’하겠다는 것이 아베노믹스이고, 이는‘전후 레짐으로부터의 탈각’과 함께 아베 정권이라는 수레의 두 바퀴를 구성하고 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전후 레짐에서의 탈각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일본에 대하여 승전국 미국이 부과한 헌법을 비롯하여 1945년 이래 일본사회의 뼈대를 이루어 온 체제를 말한다.‘탈각’은 이와 같은 체제를 벗어나겠다는 의미이다. 일본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헌법의 개정, 국방군의 창설, 영토를 둘러싼 갈등, 역사인식 문제, 교과서의 개정 등은 모두 일본의 보수층이 꾀하고 있는 커다란‘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맥락이다. 국민의 자존심마저 꺾이게 한 장기 디플레이션에서의 탈각, 헌법을 개정하고 정규군을 가지는 나라로의 탈각,‘자기 학대적’역사관에서의 탈각,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리거나 위협받고 있는 해양국가로서의 입지 회복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아베 정권의 심층 심리
  아베 정권에 대한 의문은 대개의 한국인, 나아가서 한일관계를 잘 아는 제3국 사람들도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본인은 왜 독일인처럼 분명하게 사죄를 하지 않는가? 종군위안부 문제 등 한일관계를 위협하는 사안들에 대하여 왜 1965년 협정에 매달려 진정하고 진취적인 자세를 취하지 못하는가? 독도가 엄연히 한국의 영토이거늘, 일본정부는 왜 지금까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내세우며 억지를 부리는가? 등이다. 저자는 이 질문들에 대하여‘지정심리’(geopolitical mentalities)라는 개념을 축으로 가설적인 답을 제시한다. 나아가 경색된 한일관계의 개선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들을 직시하고 그것을 해소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한국과 일본은 2015년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다.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관계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시적인 기간을 제외하면 일본은 자유민주당이라는 거대정당이 정권을 잡으며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도 찾기 힘든 보수적인 국가를 형성했다. 경제적으로 폐허에서 기적을 일으켜 G2의 정상에 올랐다가 점차 기력이 쇠퇴하고 있지만, 긴 시각에서 보면 커다란 변혁이 없는 안정 속에서 발전해왔다고 할 수 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국은 격동의 시기였다. 산업화를 이룩하였고, 80년대에 들어서는 민주화라는 거대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선진적인 민주사회를 실현하였다. 경제적으로는 국민총생산 세계 15위 안에 들어가며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뒤를 추격하는 지위에 올랐다. 이렇게 반세기를 보내고 난 두 나라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커다란 가치체계를 공유하는 입장에 수렴하였고, 안보에서는 미국과의 동맹체계로 연결되었다.

외향적으로 보면 유럽의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못지않은 친선관계를 가져도 좋을 조건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두 나라에 사는 1억 7천만명의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을 가지고 첨단의 대중 소비사회를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외형적인 조건과 상황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국민은 진정한 화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일 년에 수백만명의 시민이 왕래하는 데에도 불구하고‘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본을 바라보는 저자 노다니엘의 냉철한 시선
저자는 아베 신조와 그의 주변 인물들, 그들의 주장, 그리고 그 주장의 심리적 배경을 자세히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밝힌다.‘우경화’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그들을 탄핵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있는 그대로’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아베 신조의 우경화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조롱하는 글을 기대한 독자들은 실망하거나 분노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일본의 정치 엘리트들이 신고 있는 신발을 한번 신어보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저자가 아는 한 공정하고 정확하게 그 신발의 크기, 내부구조, 심지어 냄새까지 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