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
여행전문가로서 전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때론 자연의 시련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싸워야 하고, 반면에 경이로운 자연의 장엄함에 모든 것을 망각한 채 서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여행을 취미로 시작하면서 특별히 문명화된 곳보다는 순박한 오지를 다니며 비디오촬영과 사진에 심취한 나를 바라보며 나만의 기쁨의 아닌 독자들에게도 그 경이로움을 나눠줄 수 있는 기회를 본지를 통해 갖고자 한다.
해양 스포츠의 향연 말레이시아 워터 페스티벌
프롤로그: 라부안은 남지나해의 코타 키나발루 옆에 있는 조그만 섬으로 매력적인 면세항구이다. 한때 브루나이 술탄 왕국에 속해 있던 곳이었는데, 풍부한 석탄이 발견되면서 1846년부터 영국의 지배를 받은 뒤에 1963년 말레이시아 연방에 합류했다. 1956년 이후 무관세의 국제적인 자유무역항으로 번성하고 있고 해양박물관, 식물원, 전쟁기념관, 난파선 다이빙 포인트 등 관광명소도 많이 있다.
워터 페스티벌은 말레이시아 최대 축제 중 하나로 매년 4월 중순부터 5월초에 걸쳐 라부안(Labuan International Sea Challenge), 랑카위 등 전국 관광지에서 펼쳐진다. 카약, 바다낚시, 해협횡단 수영대회 등이 열려 말레이시아를 해양레포츠 강국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기원은 강에 대한 고마움과 지역 간의 화합을 비는 전통문화로 왕의 취임식 때 강변에서 행하던 의식이었다. 현대에 와서 이런 의식이 축제로 승화되어, 전통놀이에서 벗어나 해양스포츠가 중심이 되어 다양하고 활동적인 게임문화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또한 예술가나 록밴드의 공연, 야시장, 각종 이벤트도 함께 펼쳐져 참가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인천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밤늦게 도착했다. 아침 일찍 국내선 비행기로 라부안을 가야 하므로 공항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예약했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에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라부안 섬으로 향한다. 열대우림과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황토빛 강들이 눈에 들어온다. 30분쯤 날아 하늘에서 내려다 본 라부안 항구 근처에는 배들이 한가롭게 그림처럼 정박해 있다.
탈세와 명품 쇼핑 천국의 두 얼굴을 가진 라부안
라부안은 역외탈세 지역으로 유명하다. 1990년 자유무역지대, 역외금융센터로 지정되면서 해외투자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전혀 받지 않는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탈세 기업의 페이퍼컴퍼니(SPC) 설립 천국으로 급부상한다. 해운업으로 돈을 많이 번 우리나라 사람도 수년 전 탈세혐의로 조사받을 때 라부안이 언론에 많이 등장했다. 섬 전체가 면세지여서 명품브랜드를 구입하려는 해외 관광객도 급증하고 있다.
여행기간이 길 때는 숙박비가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나 모텔급 정도를 이용하는데, 이번에는 숙박기간이 3일 정도여서 첫날은 인터넷으로 특급호텔을 예약을 했다. 주변 상황을 파악한 후 저렴한 곳으로 옮길 생각도 했으나 예약한 호텔이 식사나 수영장 시설 등도 만족스럽고 행사장과 가까워 계속 머물기로 했다. 더구나 나머지 이틀도 인터넷할인 가격(65US$)으로 해준다기에 결심을 굳혔다.
호텔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의 라부안 국제해양스포츠 단지(Labuan International Sea Sports Complex) 행사장에는 2003년 개장한 무료 해양박물관(Marine Museum)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형형색색의 열대 바다어류인 바라쿠다, 산호송어(coral trout) 등을 기르는 수족관이 볼만하다. 축제기간에 맞추어 열리는 풍물시장 노점에는 아침이어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튀기고, 삶고 하루 종일 팔 음식준비로 한창 바쁘다. 포장마차에서는 찐빵, 도너츠, 닭고기 꽂이구이, 생선튀김을 만들고 있다.
워터 페스티발에서 가장 길고 험한 종목은 카약 경기(Round Island Kayak Challenge)로 라부안 섬의 주요 해안 80km 거리를 노를 저어 질주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성인은 2.7km의 해협을 왕복하는 바다수영대회가 열린다. 어린 아이들은 하프코스로 어른의 절반을 수영하는 경기도 열린다. 원양 스포츠 피싱 챌린지도 있고, 해안가 백사장에서는 바다낚시대회가 펼쳐진다. 각종 해양경기가 열리는 동안 해변가 야외무대에서는 쓰레기통 장식 경연대회장에서 펼쳐지는데 팀을 짜서 참가한 아이들이 열심히 재활용품, 신문지 등을 오려 붙이고 색칠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12시가 넘으니 멀리서 4시간을 넘게 노를 저어온 카약참가자들이 속속 도착한다.
야외에서는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풍선 터뜨리고 해바라기씨 빨리 까먹기 게임 등 갖가지 이벤트 행사가 동시에 펼쳐진다. 노래자랑 스테이지 옆에는 30분에 1만원 조금 넘는 가격의 발마사지 해주는 곳이 있어 구경 다니느라 피곤한 다리의 피로를 풀어준다.
바다 위의 또 다른 세상, 수상마을 ‘깜풍 아이르’
2박 3일에 걸쳐 열리므로 다음 날은 시내 구경도 하고 주변 관광에 나섰다. 라부안에는 두 곳의 수상마을이 있다. 이곳 수상마을을 ‘깜풍 아이르’(Kampung Air)라 하는데 말레이어로 깜풍은 마을이고 아이르는 물이다. 말레이시아에 와서 외국인들이 혼동하는 단어가 바로 Air(아이르라고 발음)다. 영어 ‘에어’가 말레이어로는 물(水)이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은 주로 브루네이 말레이 사람들로 집을 물위에 기둥을 세워 짓고, 집들은 나무 보도로 연결되어 있다. 대부분의 가정들은 대부분 보트를 가지고 있다. 집들은 꽤 넓어 보이고, 앞의 시원한 베란다에는 화분도 놓여 있다. 강렬한 색깔의 부게인빌리아나 난초도 보인다. 집에는 물과 전기, 전화, 하수시설이 돼있고 마을은 가로등, 수상택시, 가게, 기념품점, 병원, 학교, 수라우(모스크보다 작은 무슬림 사원) 등도 갖춘 커다란 지역사회를 이루고 있다.
수상마을의 건축과 개념은 브루나이의 조상으로부터 가져왔다고 한다. 주민들은 브루나이의 일상생활과 문화관습을 가지고 있다. 살며시 집안을 들어다 보니 거실에서는 할머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고 아이들은 봉제인형을 뜯어서 솜을 날리며 뛰어놀고 있다. 어떤 집은 불이 났었는지 물위의 집터만 남기고 모두 타버렸다. 청년은 나무 널빤지로 된 보도 위를 오토바이를 타고 잘도 지나간다. 마을을 둘러보고 나오며 입구의 포장마차에서 간식으로 바나나와 새우튀김을 먹으니 꿀맛이다. 튀김 두 개에 1링깃, 마일로 주스 2링깃으로 2천원이 안 되는 착한 가격에 점심 한 끼를 때웠다.
남중국해로 지는 태양이 만드는 황홀한 저녁놀
라부안 시내에서 12km 떨어진 곳에는 영국식민지 시절의 석탄광산(1847~1912) 관련 채굴장비와 기념물을 전시해 놓은 석탄 박물관이 있다. 굴뚝 모양의 침니 타워(31.8m)는 라부안 연방주의 독특하고 인기 있는 역사적 건물 중의 하나이다. 영국으로부터 가져온 붉은 벽돌 23,000개로 건축, 벽돌은 영국 스타일로 쌓았다. 침니의 실제기능은 알려져 있지 않은데, 지하터널의 외부 환기장치 혹은 설과 주변 항구를 위한 등대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1953년에 조성된 전쟁기념관과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사람들의 묘지, 1945년 9월 9일 일본군이 항복한 지점에 만든 평화공원(Peace Park)의 기념비과 기념관(Surrender Memorial) 등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1852년에 세워진 식민지 정부청사가 있던 곳에 만든 식물원은 호젓한 분위기가 여유로움을 전해준다.
마지막 날 저녁 비행기를 타기 전 짜투리 세시간을 활용하여 택시기사에게 볼만한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더니 북쪽의 라양라양 해변(Layang-Layangan beach)으로 향한다.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인듯한 두 사람의 모습이 붉게 물든 저녁놀을 배경으로 한 폭의 그림 같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6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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