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월간구독신청

여행/뷰티/건강/맛집

세계복합유산 - 중국 황산

중국인의 풍류와 대국기질의 극치를 볼 수 있는 중국 황산

   
 

중국 황산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복합유산으로 전 세계에서 29곳 밖에 없는 곳 중 하나다. 복합유산이라 함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의 특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으로 자연천혜의 환경에 인류의 문명이 더해진 곳을 말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각 지자체에서는 그 지역의 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하고 환경단체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산을 멀리서 바라만 볼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문명의 힘을 더해 많은 이들이 산의 정기를 향유하게 할 것인가. 황산의 어떤 점이 1990년 자연유산으로 지정받은 데 이어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는지 다녀왔다.

글·사진 김윤옥

중국의 황산은 전생에 덕이 있어야 오를 수 있고 3대가 덕을 쌓았을 때 맑은 날씨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좋은 날씨를 보기 어렵다는 것인데 황산은 1년이면 약 200일은 비가 내린다는 습한 안후이성에 있다. 1억년 전에 중생대의 지각 운동과 잇따른 융기작용을 거치면서 수많은 봉우리가 눈길을 끄는 흥미로운 지형이 형성되었다. 우리나라 설악산의 약 3배 규모로 해발 1860m의 연화봉을 중심으로 광명정, 천도봉 등 높은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14,000여 개의 봉우리 중 해발 1000m를 넘는 봉우리가 무려 72개, 2개의 호수, 3개의 폭포, 24개의 계곡 등이 흩어져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중국 고대 전설의 시조 중, 중국인에게 물건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황제(黃帝)가 이 산에서 선단(仙丹)을 만들며 신선으로 살았다는 전설에 따라 당나라 때부터 황제의 황자를 따서 황산(黃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황산은 중국 산수화의 경치 중에도 으뜸이다. 완전한 기획설계 후 개발을 시작한 명산을 들여다보자.

   
 

12년의 설계와 9년의 공사 후 2001년에 개방한 황산

1979년 걸어서 황산을 구경한 덩샤오핑은 너무 감흥을 받아 남녀노소 누구나 황산을 보고 즐기게 하라는 지시를 한다. 12년의 설계기간과 9년의 공사기간을 거쳐 2001년에 개방한 황산은, 케이블카 루트 3개를 따라 산 정상들이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사람들이 직접 만든 계단만 자그마치 14만여 개에 이르며 계속 늘고 있다. 케이블카로 거의 정상에 도달한 후 여기저기 오르내리며 구경하는 산 정상에서의 행보는 평상복에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이면 무릉도원의 신선이 될 수 있다.

   
▲ 운곡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며 촬영한 바위산과 케이블카 행렬
   

▲ 자연석을 깎거나 마치 원래 있었던 자리같이 만든 다양한 쓰레기통

옥병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10여 분 남짓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는 동안, 눈앞에 즐비한 기암괴석의 수많은 산봉우리가 지척에서 펼쳐짐에 때로는 환희 때로는 공포가 밀려왔다. 주변경치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현대문명의 케이블카는 많은 이들을 산 정상에 올려놓았다. 걷기 좋은 일정한 간격의 계단과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리는 각기 다른 모양의 난간, 그리고 경치를 잘 볼 수 있게끔 설계된 길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편안함으로 외지인들을 반겼다. 산을 잘 관리하기 위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10~20m마다 표지가 없으면 모를 만큼 주변과 조화를 잘 이룬 쓰레기통이 연이어 있다. 그리고 물길이 있으면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못을 만들었다. 거친 바위산에 아기자기한 중국인들의 여유가 느껴졌다.

아바타 영화의 배경 서해대협곡의 모노레일

주변 경치에 빠져 계단을 걷다 옆을 보니 천길 낭떠러지다. 순간 아찔해서 살펴보니 90도 경사의 암벽에 붙인 계단은 얼마나 주변과 조화되게 잘 만들었는지 마치 바위를 깎아 만든 줄 알았는데 바위산에 철심을 박고 인위적으로 붙인 것이란다. 우리나라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강 시멘트 자국은 찾아볼 수 없다.

튼튼하니 걱정 말라는 가이드의 안내지만 내심 마음이 조이며 다리가 후들거린다. 작년에 설치한 모노레일을 타기 위해 정상에서 서해대협곡 아래까지 끝없는 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가 몸도 마음도 지칠 때쯤 원숭이모양의 난간이 나타난다. 그 재치에 모든 피로가 싹 가셨다. 앉아만 있으면 숨 막힐 듯 빼곡한 협곡을 가로질러 오르는 모노레일, 전문산악인이 아니면 보기 어려운 경관을 일반인에게 선사하며 광명정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예전 같으면 5시간 걸려 돌아볼 수 있었던 서해협곡이 모노레일 설치로 1시간 30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운곡케이블카를 타고 황산을 작별하며

해발 1,860미터의 광명정 정상, 순식간에 운해가 사라졌다 나타나며 웅장한 바위산과 그려내는 변화무쌍한 광경은 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임을 알게 해주는 동시에, 그 자연을 품을 수 있는 천하제일의 마음을 다 얻은 양 의기양양해지는 두 생각이 들게 했다. 산 정상에서의 비경을 감상하고 하산하기 위해 운곡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 산 정상 길섶 여기저기 소화전이 보이고 가로등이 있다. 1,800m 산꼭대기에 소화전이라니, 비상시 물은 잘 나올까. 만약에 대비한 유비무환이 떠오르며 무서운 중국이란 생각이 들었다. 운곡케이블카의 길이는 약 2,800m. 8분마다 한 대씩 20분이 소요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케이블카 행렬에 타고내리는 수많은 세계의 관광객들, 연간 150만명 규모라니 상당한 관광자원이다. 자연보호를 위해 황산에 일반차량 진입은 엄격히 통제하며 주차장까지는 또 버스가 사람을 실어 나른다. 사회주의 국가라서 가능했을까? 어마어마한 크기의 산을 마치 내 집 정원인 양 구석구석 잘 꾸미고 유지하고 있다. 일찍이 명나라 여행가 서하객이‘五嶽歸來不看山, 黃山歸來不看嶽’(오악귀래불간산 황산귀래불간악 : 중국의 명산인 오악을 보고 나면 다른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을 보고 나면 오악이 시시하다)라고 했다는데 중국에서도 명산 중의 명산인 황산을 자연그대로 잘 살리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돌아보게 해준 중국에 박수를 보낸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