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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소뿔에 담긴 장인의 혼

국내 유일의 ‘화각장’으로 자리매김

[인터넷 대한뉴스]글 박현 기자 | 사진 이종백 기자

 

화각(華角)공예란 소뿔을 삶아 반듯하게 펴서 종이처럼 얇고 투명하게 만든 각지(角紙)의 뒷면에 오방색과 간색으로 고풍스러운 문양이나 그림을 그려 넣고, 이를 여러 가지 목기의 표면에 장식하는 우리 고유의 예술활동이다. 화각장식은 주로 봉황이나 용, 십장생, 모란 등의 전통 문양이나 민화 등으로 채색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대체로 장농, 예물함, 소반, 문갑, 경대, 반짖고리, 실패 등 전통 목기에 쓰여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화각공예분야에서 지난 40여 년간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 바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09호 화각장 이재만(60) 장인이다. 이재만 장인은 현재 국내 유일의 화각공예가다. 그는 1966년 이 분야에 입문했으며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1974년 동아공예대전 입상을 시작으로 다수의 수상기록을 남겼으며 꾸준히 국내외 전시회를 개최, 화각공예를 널리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지난 2008년에는 중국에서 베이징올림픽기념 한국전통공예 특별전을 열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3년생 한우 수소뿔 적합


화각공예품은 재료가 귀할 뿐만 아니라 작업과정이 까다롭고 작품완성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주로 왕실이나 일부 양반층에서만 애용될 정도였다. 이렇듯 화각공예 향유계층이 일부에 국한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명맥만 이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화각공예재료 중 첫손으로 꼽는 것은 양질의 소뿔이다. 풀을 먹고 자란 2~3년생 한우 수소의 뿔이 가장 좋다. 사료를 먹인 소는 뿔의 투명도가 떨어지고 암소뿔은 모양 자체가 휘어져 있으며 젖소뿔은 흑색을 띄고 있어 모두 부적합하다. 또 외국소도 좋지 않다. 일본소는 뿔이 습도가 높아 무른 편이며 중국·대만소의 뿔은 무늬가 있거나 색채가 맑지 못하고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화각공예에 알맞은 소뿔은 평균적으로 한우 1,000마리 중 100마리 꼴에 해당될 만큼 선별이 쉽지 않다.

 

소뿔은 대개 도축장에서 소의 몸통을 해체한 후 얻는다. 단 여름엔 상함을 방지하기 위해 분리된 소뿔을 바로 냉동시켜야 한다.


소의 정강이뼈도 중요한 재료가 된다. 이는 여러 가닥으로 가늘게 절단돼 미리 채색된 각지와 각지 사이를 메워 잇는 역할을 한다. 각지에 그려진 밑그림과 문양에 색을 입힐 때 쓰이는 안료는 돌에서 채취한 천연석채를 사용한다. 이 석채는 1티스푼 분량에 8만 원이나 될 정도로 값이 비싸다. 화각장식을 장농이나 예물함 등 목공예품에 붙일 때는 민어의 부레를 끓여서 졸여 나온, 누런 빛깔의 끈적한 엑기스를 천연접착제로 사용한다.

 

전 공정을 장인 한 사람이 도맡아


화각공예의 작업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소뿔을 삶아서 그 속의 뼈를 빼낸다. 그 다음 뿔의 꼭지를 잘라낸 후 원통형이 된 뿔의 한쪽 면을 다시 절단한다. 그리고서 소뿔을 펴서 숯불에 구운 후 표면이 반듯하게 되도록 무거운 철제 도구로 반복하여 눌러준다. 소뿔이 반듯이 펴지면 고른 표면의 각지가 되도록 줄로 연마한 후 칼질을 한다.

 

그 다음 작두로 각지의 좌우상하 자투리를 재단, 매끈한 형태로 탈바꿈시킨다. 이어 각지 뒷면에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을 한다. 그리고서 목기에 접착제를 바른 후 숯불에 달군 인두를 이용, 채색된 각지를 붙인다. 이후 각지와 각지 사이의 홈을 파내고 골선(소뼈)를 박아 메운다. 목기에 부착된 화각장식 표면을 칼로 곱게 갈아 그림이 잘 보이도록 투명하게 한 후 기타 보조장식물을 달아 옻칠까지 완료하면 화각공예품이 완성된다.


작업 과정과는 별도로 밑그림 도안은 종이 위에 미리 완성해 놓는다. 그리고서 투명한 각지가 준비되면 도안을 그 밑에 대고 각지에 그대로 옮겨 그린다. 또 작업 과정 중 소뿔은 0.03~0.04mm의 얇은 각지로 변신한다. 만일 가공 중 조금이라도 흠이 생기면 아예 못 쓰게 되는 난점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재만 장인은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통해 철저하고 치밀한 감각을 지녀야 진정한 장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화각공예는 접착제와 석채 등 재료 자체를 직접 만들고 밑그림 도안과 채색은 물론, 다듬질, 마무리 칠 작업까지 모든 공정을 장인 한 사람이 다 해야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장인의 높은 숙련도와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다. 일례로 작은 장 1개를 만드는 데 하루 6시간씩 꾸준히 작업을 해도 한 달 가까이 걸릴 정도다.

 

전통공예 향한 정부 지원 절실


이재만 장인은 15세였던 1966년 음진갑 선생에게 화각공예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단청의 대가였던 할아버지와 대목장이었던 아버지, 자수에 뛰어났던 어머니의 영향 속에 예술적인 감각과 기질을 타고났다. 한창 젊은 시절에는 끼니를 굶어가면서 화각공예를 배우고 익힌 끝에 지금은 국내의 독보적인 장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보통 연중 개인전, 명품전, 보유자전 등 국내외 전시회를 5~6회 꾸준히 열고 있으며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해외에서 더욱 큰 인정을 받고 있다. 내년 3월에는 일본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지금까지 적잖은 이들이 화각공예를 전수받기 위해 그의 문하로 들어왔었지만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경제적 문제가 커지자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현재는 그의 두 아들이 유일한 제자로 활동 중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각종 전시회 등 우리 전통공예를 알릴 수 있는 행사와 무형문화재에 대한 건강보험혜택, 경제적 지원 등 실질적 대책이 절실하다”며 정부 차원의 법제 확충을 촉구했다.

 

그는 “다행스럽게도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강원도 홍천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화각공예 체험행사가 성황리에 펼쳐졌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 관심이 모일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제 새롭게 시선을 모으는 화각공예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참여가 집중될 것인지 주의깊게 지켜본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1년 12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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