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켈레티 역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난민들이 독일행 기차 탑승을 허용하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요 외신에 의하면, 아일란 쿠르디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으로, 코바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 민병대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악명 높은 전장이다. 이들 쿠르디 가족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초 고향을 등지고 최근 터키에서 소형 보트에 몸을 싣고 바다를 건너 그리스 코스 섬을 향해 항해하던 중 보드룸 해변 인근에서 거센 파도에 배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당초 가족은 캐나다 벤쿠버로 이민을 간 아일란의 고모 티마 쿠르디를 후견인으로 세워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고 이민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한 후 소형 보트에 몸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보트 2척에 총 23명을 나눠 태워 그리스로 가려 했지만, 보트가 모두 전복돼 어린이 5명을 포함해 12명이 숨졌다. 아일란 쿠르디가 발견된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쿠르디의 형 갈립(5)과 엄마도 목숨을 잃고 시신으로 발견됐다. 가장인 쿠르디 씨만 살아남고 나머지 가족은 모두 숨진 셈이다.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두 아들과 아내의 시신을 고향에 묻어 주고, 나도 죽을 때까지 무덤 곁에 머물고 싶다”고 밝혔던 쿠르디 씨는 4일 두 아들과 아내의 시신을 실은 자동차를 타고 시리아 코바니로 돌아갔고, 이날 두 아들과 아내의 시신을 매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에 공개된 쿠르디의 주검 사진으로 인해 난민문제를 골칫덩어리로 취급해오던 유럽의 난민정책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겨우 세 살밖에 안 된 아일란의 비극적인 소식에 전 세계 누리꾼들은 물론, 유럽 각국의 언론들도 이 어린이의 비극을 긴급뉴스로 전했고, 누리꾼들은 SNS에 애도의 그림과 메시지를 올리며 애도하고 있다.


▲ 시리아 세살배기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을 찍은 터키 도안통신 사진기자 닐류페르 데미르(29)가 자사와 동영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에서“그 아이를 되살리기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더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사진을 찍어서 세상에 알리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면 사설에 자국 정부에‘난민 수용 분담’을 촉구하는 시민청원 캠페인을 시작했고,“해변에 휩쓸려온 시리아 어린이 주검의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진에도 난민들에 대한 유럽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유럽의 난민정책을 비판했다. 허핑턴포스트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겨냥해“데이비드, 뭐라도 좀 하세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도 “전 세계의 침묵에 대한 사진”이라고 전했고, 스페인 일간 엘문도는 홈페이지에‘유럽의 익사’라는 제목과 함께 쿠르디의 사진을 실었다.
그런가 하면, 아일란의 이름을 따 개설된 모금 펀드에 하루 만에 수천만 원이 걷히는가 하면, 난민 수용에 가장 완강한 태도를 보인 영국에선 난민 수용을 합당한 수준으로 늘릴 것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시민 22만5000명이 서명했다. 시민들은 서명을 하면서‘난민을 환영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손에 들고 사진을 찍어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지난 3일 독일과 프랑스는 EU 회원국에 16만명의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한다는 원칙에 전격 합의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난민을 수용문제를 제안했고,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난민을 수용하는 영구적이고 의무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며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난민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으며, 난민 수용 확대에 부정적이던 영국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들을 수용할 방침을 밝혔고, 아일랜드 정부도 4일 1,800명의 난민을 수용할 방침을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4일 성명에서 EU 회원국들이 20만명 규모의 난민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2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유럽에 유입된 난민은 35만명을 넘어섰으며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난민은 2,643명에 이른다.
주요 외신들은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이 난민 수용문제 논의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면서 베트남전쟁 당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알몸으로 거리를 내달리는 소녀 킴푹 사진의 충격에 비견할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시리아 전쟁이 심화되면서 유럽으로 피난 오는 시리아 난민들은 헝가리를 거쳐 독일, 프랑스 등 유럽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난민 수용 찬반을 놓고 엇갈리는 사이 헝가리가 독일과 오스트리아행 열차 운행을 중단하자 지난 4일에는 열차에 탑승하지 못한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은 난민 수용 강제할당에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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