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실화 심각…, 국내 경제에 치명적 위협
계속되는 장기불황 속에 대기업들도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3곳 중 1곳이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 개별 감사보고서 기준 30대 그룹 계열사 1,050곳 가운데 완전자본잠식 상태 계열사는 80곳,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계열사는 246곳으로 집계됐다. 이 두 사례를 합친 숫자는 326곳으로, 전체 계열사의 31.0%에 해당한다. 30대 그룹 계열사의 3분의 1 정도가 재무위험 상태에 있는 셈이다. 이는 공기업 및 금융회사를 제외한 자산 상위 30대 그룹 비금융 계열사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부채비율은 통상적으로 200%를 넘으면 재무구조가 건전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 3년 전과 비교해 30대 그룹 계열사들의 재무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확인된다. 2011년 같은 기준으로 재무 위험 상태로 분류되는 기업은 1,117개 계열사 중 296곳(26.5%)이었다. 3년 만에 재무 위험 계열사 비중이 4.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그룹별로는 경영 위기를 겪는 동부그룹의 재무위험 계열사 비중이 지난해 61.0%로 가장 높았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41개 계열사 가운데 완전자본잠식이 16곳, 부채비율 200% 초과 계열사가 9곳 있었다. 부영그룹은 전체 14개 계열사 중 절반이 재무위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고, 한화그룹은 재무위험 비중이 45.2%로, 42개 계열사 중 19곳이 재무위험 상태로 파악됐다. KCC그룹은 전체 계열사 9개 중 44.4%인 4곳이 재무위험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고, 효성그룹은 44.2%로 43개 계열사 가운데 19곳이 재무위험 상태로 분석됐다. 이 외에 OCI그룹, 대우조선해양그룹, GS그룹, 대우건설, CJ그룹이 재무위험 상태가 38% 이상 차지하는 등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기업들의 재무 상태 악화는 경기 둔화와 경쟁력 약화 등에 따른 실적 부진 탓으로 분석된다. 

 

30대 그룹 계열사 중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회사는 작년 384곳으로, 전체 계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6%에 달했다. 2011년 기준 적자 계열사 수는 331곳으로, 그 비중은 29.6%였으며, 3년만에 적자 계열사가 53곳 급증했다. 이들 적자기업은 자금조달, 구조조정, 채권발행, 판매촉진, 공정관리, 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해결방안과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기업은 적자 계열사 비중에서도 가장 많은 63.4%로 지난해 41개 계열사 중 26곳이 적자에 시달렸고, 포스코그룹은 58%로, 전체 계열사 50개 중 29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부영그룹은 57.1%를 차지해 계열사 14개 중 8곳이 적자를 기록했으며, GS그룹은 51.2%로, 전체 계열사 78개 중 40곳이 적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 뒤를 이어 두산그룹, 대림그룹, 에쓰오일, 동국제강그룹은 적자 계열사 비중이 50%를 기록했다. 두산그룹은 16개 중 8곳, 대림그룹은 24개 중 12곳, 에쓰오일은 2개 중 1곳, 동국제강그룹은 14개 중 7곳의 계열사가 적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 KT그룹, OCI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롯데그룹, 미래에셋그룹이 적자 계열사 비중이 37.5% 이상인 10대 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심각한 상태의 동부그룹은 이미 2013년 동부건설, 동부팜한농, 동부익스프레스, 동부제철 등을 내놓은 상태다. 동부건설은 공개매각 절차가 진행중이고, 동부팜한농은 LG화학과 CJ제일제당이 매각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동부익스프레스는 현대백화점그룹이 단독 입찰했고, 동부제철은 실무자회의가 진행중에 있다. GS그룹은 GS리테일 이외에 대부분의 계열사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상태다. 한화그룹 역시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이며, 계열사 인수로 인한 대금을 납부해야 하는 입장이라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500대 기업, 10곳 중 1곳 재무부실
내년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로 이어지나
지난달 18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에서도 10%에 달하는 49개사가 2년 연속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을 정도로 재무구조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51%에 해당하는 25곳이 국내 30대 그룹의 계열사였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 상승으로 인해 수출업체가 비상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악재가 겹친 셈이다. 부실기업 증가에 환율까지 요동치면서 정부의‘좀비기업’퇴출이 현실화되는 건 아닌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년 동안 이자보상배율 1.0 미만을 기록한 기업은 2013년 75개사에서 작년 85개사로 10곳이나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1.5 이상이면 상환능력이 안정적인 것으로, 1.0 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간주한다.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0 미만을 기록한 49개 기업은 지난해 3조 9,259억원 영업손실이 났지만 지급해야 할 이자는 4조 8,666억원에 달해 이자보상배율이 -0.8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2013년 이자보상배율은 -1.6로, 소폭 개선된 수치다. 영업적자 폭은 50.6%(4조 254억원) 줄었고 이자비용도 2.9%(1,436억원) 감소한 결과다. 작년 이자보상배율 1.0미만 기업이 2013년보다 크게 늘었지만 각 사별 영업적자 규모가 줄면서 평균수치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1.0 미만인 49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25곳(51%)이 30대 그룹 계열사였다. 현대중공업이 3곳으로 가장 많았고, SK, LG, 한화, 한진, 동부그룹 계열사가 각 2곳씩 포함됐으며, 삼성, GS, CJ,

LS, 대림, 현대, OCI, 금호아시아나, KCC, 동국제강 등은 각 1곳씩이었다.

 

기업별로는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남석유화학이 최악의 이자보상배율을 기록했다. 삼남석유화학은 이자보상배율이 -250으로 전년 대비 107.4 악화됐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이 5억 6,000만원에서 3억 1,000만원으로 45.1% 감소했지만 영업적자는 794억원에서 765억원으로 3.7% 줄어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2위는 물류업체인 유라코퍼레이션으로 지난해 영업적자는 442억원, 이자비용은 5억원으로 이자보상배율은 -84.3이었다. 이어 현대미포조선(-71.7), 쌍용자동차(-67), 현대삼호중공업(-52.3)등도 영업적자로 이자보상배율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외 계룡건설산업(-4.2), 한화건설(-3.8) 등 25곳도 이자보상배율이 0에 못 미쳐 2년 연속 마이너스였다. 영업이익은 내고 있지만 부채가 그 이상으로 커서 이자보상배율이 1.0 미만인 기업도 19곳이나 됐다. LLS네트웍스와 코오롱글로벌, KCC건설은 0.1이었고, 대한전선, 한진해운, 한국철도공사 등도 이자보상배율 0.2에 불과했다. GS건설, 티케이케미칼, 한라, CJ푸드빌은 0.4, 아시아나항공, 하이프라자는 0.6, 한화케미칼 0.7, STX 0.8, SK해운, 대창, 대한항공 0.9, 두산건설과 삼동은 1.0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건설이 12곳 포함돼 가장 많았다.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에다 중동 등지에서 저가 수주한 프로젝트 때문에 수익성이 후퇴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어 석유화학과 조선·기계·설비 업종이 각 7곳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운송 5곳, IT전기전자와 철강 3곳, 공기업·상사·자동차·부품 2곳 순이었다. 지주사, 유통, 에너지, 식음료, 생활용품, 기타 업종 회사는 1곳씩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