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집회에서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 은신 25일째 경찰에 자진 출두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3일간 조사를 받은 후 지난달 13일 구속됐다. 지난해 6월 체포영장이 발부돼 그동안 경찰의 추적을 받아온 한 위원장은 1차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조계사로 피신한 후, 경찰출석을 거부하다 경찰이 조계사 안으로 강제진입을 시도하자 지난달 10일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압송돼 3일간 조사받았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며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범죄의 소명이 있고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사유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열흘 동안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한 위원장을 구속해 수사하면서“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소요죄’를 집중수사할 계획”이라며“혐의 입증에 주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날인 11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이문한)는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한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위원장은 11월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비롯해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 5월 노동절 집회 등 올해 민주노총이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에서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청와대 방면 진출 등을 선동했다는 혐의 등 8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간 논란이 됐던‘소요죄’는 구속영장을 우선 발부받은 뒤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구속영장 신청단계에서는 일단 제외했다. 변호인단은“노동개악 현안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마무리되는 즉시 경찰조사를 받겠다고 공인으로서 약속해왔다.”며,“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관해 지난 11월 17일 자유청년연합은 1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주최한 시민단체 대표들을 소요죄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협박 또는 손괴행위를 했을 때 성립하는 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져 처벌 수위가 높고, 법원에서 인정된 사례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원이 소요죄를 인정했던 사건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참가자들과 1986년 5·3 인천사건 지도부에 대한 판결뿐이었다. 따라서 이번에 한 위원장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집회금지장소위반, 금지통고된 집회주최, 해산명령불응, 일반교통방해, 주최자준수사항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일단 이번 영장에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법리 검토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추가수사에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 12일 민주노총,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 단체들은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300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집회를 열고, 노동시장 구조개편 5대 법안 추진을 즉시 중단하고 한 위원장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시장 구조개편 5대 법안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 한 위원장을 석방할 것, 밥상용 쌀 수입을 중단할 것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민주노총 집행부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어서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을 비롯한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한 위원장의 조계사 자진퇴거에는 경찰 체포영장 집행 압박, 경내 소요 및 신도들의 결단 촉구, 화쟁위원회 중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의 관음전 강제진입은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강공모드로 압박해도 한 위원장이 나오지 않자 천여명의 병력을 투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후 조계사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중재에 나서면서 경찰이 한 발 물러섰지만 자진출두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경내 소요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신도회 측은 지난달 1일 자진퇴거를 담은 공식입장을 밝히고 불응하자 한 위원장을 내보내기 위해 경내 은신처로 몰려가는 등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신도들과 한 위원장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