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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스타트업 기업’ 성공열풍 속 한국 토종기업은

국내스타트업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화’시켜야


 
2.jpg▲ ‘First Defense Nasal Screens’의 창업주 Joseph K. Moore씨가 미국 ABC 방송국의 간판 창업오디션 프로그램 ‘샤크탱크’에서 기업과 제품에 관한 PT를 진행했다.
 
창업열풍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001년 벤처거품이 꺼진 이후 침체기를 보낸 지 15년만이다. 2015년 9월 말 한국 벤처기업 수는 역대 최대치인 3만개를 넘어선 상태로 게임과 인터넷에 국한됐던 창업분야도 오프라인의 각종 서비스업과 제조업과의 융합 시도가 이뤄지는 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쿠팡은 2014년 14억 달러(1조 5500억원)의 대규모 투자유치를 이뤄내면서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많은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글로벌기업이 된 토종기업은 없다. 스타트업에서 글로벌기업이 되기 위한 과정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과거 벤처거품처럼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성장단계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투자자 확보와 홍보·마케팅 분야라는 설문결과가 나왔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속적인 성장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데 있다. 이는 정부나 기업이 단순투자뿐만 아니라 사업서비스제공분야를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양한 아이디어에서 혁신으로 발전하기
기술과 문화의 혁신적인 융합은 기존기업에서 나온 경우가 매우 드물다. 사람들간의 소통방식을 바꾼 건 기존 대형미디어 그룹이 아닌 페이스북이었고, 서점유통의 혁신은 대형서점이 아닌 적자투성이였던 벤처기업 아마존이었다. 2012년 미국 ABC 방송국의 간판 창업오디션 프로그램인 ‘샤크탱크’에서 400만 달러(48억원)의 높은 투자제안을 거절해서 화제가 된 창업주가 있다. ‘First Defense Nasal Screens’ 기업의 Joseph K. Moore씨다. 방송 당시 상품 출시 전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국으로부터 800만 달러(96억원)의 선주문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샤크탱크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First Defense Nasal Screens’의 제품은 코에 부착하는 얇은 필터망을 통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유해먼지를 99.9% 차단한다. 이 기업이 급속도로 성장한 이유는 최근 심해지고 있는 공해와 이에 따른 헬스케어 사업이 급부상하는 시점과 맞물렸기도 했지만, Moore씨의 제품에 대한 확고함과 자신감이었다. 기업가, 특히 운영 초기의 기업가에게 400만 달러(48억원)의 투자제안을 거부하기란 매우 어렵다. 초기 자금부족으로 시장진입은 물론 사업확장이 어려워지는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Moore씨는 운전 중 알레르기로 인한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대형교통사고를 당할 뻔한 후 공기에 대한 관심과 공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으면서 그를 위한 제품개발을 시작했다. 그는 “외부에 대한 몸의 반응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Filter your life’라는 아이디어에 영감을 받았고 각종 알레르기와 공해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제품의 성격과도 맞아 제품에도 사용하게 됐다.”고 제품 아이덴티티 탄생배경에 대해 말했다. 이어 “단순 고수익률에 대한 기대로 시작하는 투자보다 제품이 만들어진 이유와 이를 공감할 수 있는 화합이 되는 투자자를 찾는다.”고 말해 유튜브의 스타가 됐다. Moore씨의 당찬 성격과 출시 전 외국국가에 납품계약을 받음으로써 공신력을 인정받은 상품력이 그의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시각으로는 그가 거절할 수 있었던 환경, 즉 미국과 한국의 창업생태계를 비교해야 한다.

창업자들의 천국, 실리콘 밸리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창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발원지인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은 단순한 투자자금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지식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또한, 지속성을 갖는 ‘기업간 네트워크(Interfirm network)’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수요자·공급자간 협력해 제품 공동개발 등의 상호 기술능력을 발전시켜 차별화된 제품을 빨리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이러한 관계는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에도 마찬가지다. 애플, 휴렛패커드,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대기업은 상품을 단순히 공급받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벤처기업과 수평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해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데 공동으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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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벤처캐피탈의 특징적인 투자흐름은 창업 초기와 중기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다. 2013년 초기기업과 중기기업 비중이 70%를 넘었는데, 2015년 후기기업 투자비중 41.2%를 기록한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시장과는 대조적이다. 스타트업뱅크 임재호 대표는 “한국시장에서의 스타트업, 중기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외국과는 환경이 다르다.”며, “예를 들어 1천억원의 투자금액이 조성됐을 시 1억씩 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실무자로서 1천개의 모든 기업을 관리하게 되므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불특정의 다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수익률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기존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또한, 대기업과 스타트업기업의 협업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적은 금액으로 사는 관행적인 선례로 아직도 스타트업 기술력에 대해 높은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벤처캐피털투자자들은 수익률을 가장 우선시하는 데 이제 시작하는 스타트업기업에게 높은 수익률을 바라는 자체가 옮은 목적이 아니다.”라며, “스타트업기업에 엔젤투자자들의 역할이 중요해 이쪽 시장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엔젤투자는 벤처캐피털과 투자자금 비율이 2005년 1대 1을 기록할 만큼 꾸준하게 벤처기업에 투자해왔다. 유럽은 엔젤투자자금이 2014년 기준 벤처캐피털보다 53% 높다. 반면 한국 엔젤투자는 창업생태계의 역할이 미미하다. 정부는 투자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를 소득공제 부족이라고 판단, 2013년 이후 소득공제율을 30%까지 확대하고 5천만원 이하 투자부분은 50%, 1500만원 이하 부분은 100% 확대했다. 현재 엔젤투자자 수는 늘었지만 금액규모는 여전히 정체돼 있다. 2000년 5493억원에 달했던 금액은 2011년에는 사상 최저치인 296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임재호 대표는 “엔젤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빠른 자금회수가 필요하다. 자금을 빨리 회수하는 투자사례가 많아지면 많은 엔젤투자자들이 부담 없이 투자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있어서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의 투자자금은 창업생태계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성공을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투자를 받았다는 자체가 외부의 인정을 받고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토종 스타트업을 외국으로
미국은 실리콘밸리 이외에 실리콘앨리로 불리는 뉴욕이 있다. 패션, 미디어 등 기존 산업과 IT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창업도시를 만들어냈다. 콘텐츠에 치중한, IT만이 아닌 다양한 산업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기업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정부는 벤처붐 때처럼 무차별적인 사업지원이 아닌 분야를 특화시키고 세분화시켜서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실업률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정부자금은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실적위주의 건수를 올리기 위해 투자할 가치가 크지 않은 기업에까지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며 가능성이 큰 기업에 선택, 집중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IT와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사업정책인 창업지원센터 ‘문화창조융합벨트’를 설립했다. 카테고리를 더 세분화하고 협업을 통한 창조물을 육성시킨다는 좋은 취지로 보인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성장하고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선 투자자금뿐만이 아닌 정보 및 기술, 경영능력들을 벤처기업들에게 효과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는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인력·아이디어·경험·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기업간 네트워크’ 모임들도 활성화돼야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기업 사이에서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이 아닌 수평적 협력관계를 활성화하는 방안들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대기업과 정부는 시행하는 정책, 지원사업들을 유기적으로 개방하고 협력하여 육성해야 한다. 제2의 벤처붐, 한국기업들의 ‘글로벌화’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창조적인 협력을 통해 탄생한 ‘한국토종 에어비앤비’가 세계시장에서 활약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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