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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총선 앞둔 정치권, 만신창이 된 공천파동

새누리 ‘공천내전’, 더민주 ‘비례대표 파동’, 국민의당 ‘공천후유증’

16.jpg▲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4일 부산 영도구 사무실 건너편 영도다리 위에서 깊은 상념에 잠긴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김 대표는 다음날 공천관리위의 의결이 보류된 5개 지역과 여성 우선추천지역에 대해 세 곳은 무공천, 세 곳은 공천안을 의결했다.
 
여야가 사실상 공천전쟁을 끝내고 후유증에 빠져든 가운데 20대 총선 결과가 안갯속으로 빠져든 형국이다. 공천권을 둘러싼 정치권의 정쟁을 고스란히 지켜본 국민은 19대 최악의 식물국회보다 더한 20대 국회를 걱정하는 눈치다. 새누리당은 정두언 의원의 ‘공천학살’ 정보유출에 이어 윤상현 의원의 막말파동과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거부, 공천탈락자의 탈당사태 등의 공천파동으로 수도권 민심이 출렁이고 있다. 더민주는 비교적 공천잡음을 잠재우면서 순탄한 길을 걸어왔지만, 최근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두고 그동안 참아왔던 당내 반발이 폭발한 가운데 김 대표가 사의를 표명하자 문재인 대표가 급히 상경해 회동을 갖는 한편, 비대위가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등 갈등을 봉합하려는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초반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의에 큰 혼란에 빠졌었다. 야권연대를 주장하던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의원이 연대불가를 주장하는 안철수 공동대표와 맞서 갈등하다 정치적 곤경에 빠졌고, 최근에는 연일 공천잡음 때문에 최고위원회가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한바탕 공천전쟁으로 시끄러웠지만, 여야의 대진표가 결정된 가운데 이번 총선은 一與多野구도가 주를 이루지만, 새누리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지역은 多與多野의 성격이 강하다. 공천탈락에 불만이 있거나 원천봉쇄된 의원들, 특히 친이·친유·탈박 등 새누리당 의원들의 탈당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김무성 대표의 ‘옥새투쟁’으로 인해 이재오 의원과 유승민 의원 지역구는 무공천 지역으로 분류됐다. 한편, 새누리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총선 이후 새누리당의 당내 권력의 지형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더민주는 총선 이후 김종인 대표의 행보가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 지지율이 정의당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3당으로서의 위치를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반전카드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당내 경선 등으로 말미암아 내분을 겪고 있는 사이 더민주는 비교적 성공적인 공천을 진행해 왔지만, 이번 선거의 분수령이 될 수도권 지역에서 얼마나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jpg▲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무공천 옥새투쟁’을 선언한 지난달 24일 원유철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서청원,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과 황진하 사무총장,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대책을 논의했다.
 
공천학살부·막말파동·유승민 탈당
바람 잘 날 없는 새누리

이번 총선에서 애초 180석까지 무난하리라고 예상했던 새누리당은 어느새 과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공천관리위원장 자리를 두고 갈등을 빚던 친박계와 비박계간의 힘겨루기에서 비박이 밀리면서부터 예고됐던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결국, 이 전쟁에서 승리한 친박계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내세워 사실상 공천권을 좌지우지해 왔다.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위원장간의 신경전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김무성 대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번 공천에서 김무성계로 분류되던 의원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김무성계를 모두 살려둔다고 해도 비박계를 물갈이한다면 이번 총선과 총선 이후의 주도권을 친박계가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이런 친박계의 움직임에 김무성 대표는 이른바 옥새작전으로 버티기에 돌입했었다. 김 대표가 의결을 거부하고 있는 5개 문제 공천지역은 이재오 의원이 컷오프된 서울 은평구을 유재길, 여론조사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원외 친박 핵심인 서울 송파구을 유영하,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 이재만, 유승민계 류성걸 의원이 컷오프된 대구 동구갑 정종섭, 이종진 의원의 불출마한 대구 달성군 추경호 후보 등이다. 여기에 대구 수성을도 이인선 후보가 여성 우선추천을 받았지만 주호영 의원의 가처분 신청으로 공천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새누리당은 정종섭, 추경호, 이인선 후보에 대해서 공천을 의결했으나, 유재길, 유영하, 이재만 의원은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 출마까지 못하게 됐다.

최고위원회에서 계속된 유승민 의원의 거취문제 역시 같은 선상에서 이해되는 부분이다. 유승민 의원 다음은 바로 본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김무성 대표이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최고위원이 유 의원의 공천에 찬성의견을 냈지만, 친박계가 주도하고 있는 최고위원회는 사실상 자진 탈당을 압박,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잦은 공천발표 연기 때문에 유 의원에 대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유 의원은 이번 총선의 가장 큰 피해자이며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유승민 의원은 ‘제발 당이 내쳐달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당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친박계에 의한 공천학살임을 국민에게 각인시키면서 끝내 공천이 무산되자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현역의원들은 대부분 공천에서 떨어져 탈당 후 무소속 출마나 유 의원의 거취를 지켜본 이후 결정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에 대한 동정론과 새누리당 권력투쟁에 대한 염증으로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한 친유승민계 의원들의 무소속연대가 현실화되면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3.JPG▲ 이른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옥새투쟁’의 결과 지난달 25일 새누리당은 유승민 의원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대구 동을, 이재오 의원이 낙천해 무소속 출마한 서울 은평을에 총선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최고위는 추인이 보류된 6개 지역구 후보 가운데 대구 동갑 정종섭(윗줄 왼쪽부터), 달성 추경호, 수성을 이인선 후보 등 3명의 공천은 추인했고 대구 동을 이재만(아랫줄 왼쪽부터), 서울 송파을 유영하, 서울 은평을 유재길 후보는 무소속 출마조차 불가능해져 이번 총선에 아예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수도권 역시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주호영, 조해진 의원, 강승규 전 의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박정하 전 대변인 등 후보들이 줄줄이 컷오프되거나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주호영 의원은 지역구가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공천에서 배제됐는데, 현 정부에서도 당 정책위 의장과 대통령 정무특보 등을 맡아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에 공천탈락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드러내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의사를 밝혔다. 이런 측면에서 2008년 당시 한나라당 공천학살에 반대해 결성된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구의 친유승민계와 수도권의 비박계는 기본적인 지형 자체가 다르고, 구심점 역할을 맡을 사람도 없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당시에는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당내에 있어 무소속 출마와 당선 이후 복당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달리 행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서 연대고리는 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연대 가능성을 배제하긴 힘들지만, 그만큼 성사 가능성이 힘들고, 현 정부와의 대척점을 가진다는 점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5.jpg▲ 20대 총선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한 (왼쪽부터) 임태희, 이재오, 주호영 의원이 지난달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이에 앞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김무성 대표에 대한 막말파문으로 새누리당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윤상현 의원이 24일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새누리당이 이번 공천에서 43명을 탈락시키면서 당내 핵심세력인 친박계도 상당부분 포함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김무성 비난 녹취록’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인 윤상현 의원이다.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탈당계를 제출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새누리당이 윤 의원의 지역구에 김정심 인천시당 여성위원장을 공천해 사실상 윤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복당 이후까지 내다보는 꼼수공천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강남벨트에서는 유영하 후보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채 강석훈 의원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탈락하면서 이혜훈, 이종구, 이은재 전 의원과 김을동, 김종훈 의원 등 비박계가 점령했다. 강북에서는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상욱 전 중구 당협위원장에게 밀려 탈락했다. 신의진, 민병주, 이한성, 신성범 등 현역의원 5명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영남을 필두로 한 지방에서 친박계가 선전했지만, 수도권에서는 상당한 출혈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여당의 텃밭에서 승리를 장담했던 친박의 공천탈락에는 유승민 찍어내기에 대한 수도권의 반발심리가 확산되면서 진박마케팅과 청와대 공천개입설 등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해 민심의 역풍을 맞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새누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가 공천을 둘러싸고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막장공천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개혁공천을 장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박근혜 대통령 편에 서지 않는다면 비박계와 친이계는 숙청한다는 암시를 하고 있다. 당의 정체성보다는 대통령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과 계파간 전쟁이 우선 대상일 뿐이다. 민주주의 정당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막판으로 갈수록 계파 이익만 챙기는 권력형 공천에 몰두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천 갈등이 장기화되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민심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21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동향을 보면 새누리당의 전국지지율은 14일 발표한 44.1%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 41.5%로 나타났다. 하지만 수도권만 놓고 볼 때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37%, 더민주 32.3%, 국민의당이 10.8%를 기록했는데, 새누리당은 1주일 사이에 12.6%나 급락한 수치였기 때문에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위원장의 갈등문제,유승민 의원 공천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 이상 과반의석조차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6.jpg▲ 지난달 22일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구기동 김 대표 자택에 들어가 회동한 이후 “끝까지 당을 책임지고 우리 당의 간판으로서 이번 선거를 이끌어줘서 야권의 총선 승리를 만들어달라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종인 대표가 오후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국회 본청으로 들어갔다.
 
小貪大失 하는 김종인에 사로잡힌 더민주
정청래와 이해찬 공천탈락을 제외하고는 큰 공천잡음 없이 가장 원활한 공천을 진행해온 더민주는 21일 비례대표 명단발표와 관련해 웃지 못할 촌극이 일어났다. 이날 개최된 중앙위원회에서는 김종인 대표가 비례대표 2번에 배치되고 김 대표가 추천하는 비례대표를 두고 2차례 회의가 연기되고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는 등 논의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숨죽여 왔던 친노진영이 폭발하면서 김 대표가 당무거부에 들어가자 양산에 머물러 있던 문재인 전 대표가 급히 상경해 김 대표와 회동한 후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의원 등 비대위원들도 구기동 김 대표의 자택으로 찾아가 일괄사의를 표명하고 김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당내 실권을 장악한 김 대표의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중앙위에서 더민주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봤다.”며, 중앙위에서 애초의 비례대표 명단을 뒤집은 데 대한 불만을 여전히 드러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승인한 비례대표 명단이 중앙위에서 거부당하면서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애초 당선 가능성에 따라 A, B, C 그룹으로 분류한데 대해 중앙위에서 당헌에 위반된다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대해 비대위에서는 비례대표 2번이었던 김종인 대표를 14번으로 내리고, 당선 안정권의 20%인 7명을 대표 전략공천 몫으로 하되 칸막이를 없애는 안을 제출했다. 결국, 김 대표가 추천한 사람이 A그룹의 10명에서 7명으로, 다시 4명으로 축소됐다. 김 대표는 비대위를 전면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2번 결정이 당의 대표적인 얼굴로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의지이며, 본인이 주장해온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김 대표는 11대와 12대, 14대와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에 당선된 것에 이어 비례대표만 5번째라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김 대표가 지금까지 당의 존립 위기에 처해 있던 더민주를 과단성 있는 결단으로 잘 이끌어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기력하기만 하던 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지지자들을 결집한 필리버스터를 적절한 시점에서 과감하게 중단했다. 여기에 국민의당에 야권통합을 제안하면서 한 방에 국민의당을 흔들어 놓음으로써 야권분열의 부담을 해결하는 동시에 수도권에서 새누리와의 1:1 대결구조로 만듦으로써 자신이 호언한 107석을 넘어서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비례대표 문제 때문에 김 대표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게 우세하고, 문재인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친노 진영과의 균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7.jpg▲ 지난달 22일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자택을 방문했던 박영선, 우윤근 비대위원 등이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해찬 의원이 16일 더민주 탈당과 함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총선 이후에도 김 대표는 더민주에 남아 대선을 준비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 영향력이 필요하므로 비례대표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 대표가 놓친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당 정체성 논란에도 김 대표가 휘두른 칼날에 친노와 운동권이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은 당내 결집과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김 대표의 ‘한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사심이 사실상 첫 순위나 다름없는 비례대표 2번으로 드러나자 친노와 운동권이 반발하고 일어난 것이다. 총선 이후 당 체질개선과 이미지 개선을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친노와 운동권 대신 각계 전문가를 비례대표로 영입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으나, 자신의 희생이나 중대각오 없이 당내 안정적인 위치보장과 지지기반을 얻으려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비례대표 1번인 홍익대 박경미 교수는 2004년 제자 논문 표절의혹과 박근혜 정부에서 대학구조개혁위원을 지낸 경력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小貪大失로 자신이 없이는 총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 당내 경고메시지를 분명히 보냈을지 모르지만, 본인의 위치를 견고하게 다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날려버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편, 더민주는 공천 신청자가 없는 영남 등 여당 우세지역을 제외하고 사실상 공천작업을 마무리했다. 현역의원 탈락자 수는 모두 35명으로, 강기정 의원을 시작으로 컷오프탈락자 8명, 불출마자 5명, 심사탈락자 9명, 경선탈락자 12명으로, 32.4%가 물갈이됐고, 분당사태 전을 기준으로 하면 42.5%가 된다. 이번 공천에서 친노그룹은 유인태, 신계륜, 이해찬 의원 등이 배제됐고 정세균계는 강기정, 이미경, 오영식, 전병헌 의원이 배제되면서 가장 큰 손해를 입었다. 이해찬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고, 저격수를 자청했던 정청래 의원은 공천 탈락 후 자신의 지역구를 비례대표 출마를 계획중인 손혜원 홍보위원장에게 양보하고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의 김비오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전병헌 의원은 잔류를 선언했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송호창 의원도 당에 잔류하기로 했다. 박원순 시장 측근도 줄줄이 낙마했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만 단수공천을 받았고, 천준호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서울 도봉을에서 서울 강북갑으로 옮긴 후 경선에서 겨우 승리했을 뿐,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반면, 영입인사 중 광주 서구을의 천정배 공동대표와 맞붙게 되는 양향자 후보를 비롯해 표창원, 김병관, 김정우, 박희승, 오기형, 유영민, 하정열 등은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을 받았다. 23일에는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민주에 입당한 진영 의원과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8.jpg▲ ‘야권연대’와 관련, 창당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달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은 이날 안 대표가 ‘야권연대’ 요구에 답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예고했던 천정배 공동대표. 오른쪽은 이날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을 내놓은 김한길 위원장. 김 위원장은 야권연대가 무산되자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천 후폭풍 국민의당,
쇠도끼에 비례대표 나눠먹기

창당 전부터 바람 잘 날 없던 국민의당은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으로 극심한 내분을 겪더니 공천 결과를 둘러싼 공천 후유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파주을 김상환 후보와 서울 강남갑 김성욱 후보는 공천을 발표했다가 하루도 안 돼 철회했고, 경기 화성시갑 현택수 예비후보도 전략공천 발표 후 번복했다. 부산지역 세 군데에서도 3명의 후보가 탈당 또는 사퇴하는 등 공천심사에서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으로부터 공천장까지 받은 용인정의 유영욱 후보는 더민주 김종희 후보가 국민의당에 입당하면서 출마하면서 돌연 공천이 취소됐다. 애초 공천이 발표됐다가 번복된 광주 서갑 정용화 후보는 마포당사 앞에서 쇠도끼를 꺼내놓으며 자결할 각오라고 시위를 벌였고, 경선에 탈락하고 재심까지 기각당한 전남 고흥·보성·강진·장흥의 김승남 후보는 최고위원회의장 난입을 시도하며 시위를 벌였다.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자의 반발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결국 김종현 선관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국민의당은 당사 건물에 사과문을 붙이는 지경에 이르렀고, 공천장 수여식도 시간과 장소를 바꿔 개최할 정도로 됐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의 명단과 순번에서는 과학기술인을 최우선순위에 배치했을 뿐 측근인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계파 나눠먹기의 전형을 보여줬다.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1번에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2번에 오세정 서울대 교수를 배정했다. 3번은 천정배 공동대표 측근인 박주현 최고위원, 4번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5번은 안철수 대표 측근인 박선숙 사무총장을 내정해 계파 나눠먹기 논란을 부추겼다. 비례대표 후보 당선안정권인 6번까지는 당 지도부와 관계가 깊은 당직자들이 포진해 있고, 당선권 밖도 비례대표 자격 논란을 일으켰던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은 8번을 받는 등 안철수 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측근들이 포진해 있어 전문성 제고와 취약계층 배려라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특히 당 지도부가 일부 공관위원들의 비례대표 신청을 위해 비례대표 추천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당규까지 삭제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18일 중앙당 창당 46일만에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 등록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원내 3당의 기반을 닦고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기본조건은 갖추게 됐다. 더민주에서 탈당한 정호준 의원과 부좌현 의원이 합류하면서 의원 수가 21명으로 늘어났고, 총선에서 국고보조금도 47억원 늘어난 72억여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소속의원들이 각 상임위 간사로도 활동할 수 있으며, 국회 본청공간도 2배 정도 넓어진다. 하지만 새정치와 제3의 정당을 표방하며 출발했던 처음과는 달리, 공천권에 눈먼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는 정당과 호남을 볼모로 하는 지역정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최근까지 추락을 거듭해온 당 지지도가 창당 전의 수준까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20석 이상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대되면서 충청권의 표심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나오며
이제 여야와 무소속 출마자들이 본격적인 20대 총선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그중에서도 수도권과 충청권은 의석수가 무려 122석과 11석이 걸려 있는 지역으로 사실상 이 지역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승리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을 탈당한 친이·탈박계의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셈법이 복잡하다. 막말파문으로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도 견고한 지역 지지기반으로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비록 새누리당이 인지도가 약한 인물을 공천해 새누리당의 표가 10~20% 정도만 분산되고 더민주가 19대 총선에서 보여준 40% 이상의 표만 가져온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多與多野구도로 치러지는 선거 역시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구도에서는 선거연대가 이뤄지는 쪽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은 박빙의 승부가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권은 수도권에서의 선거연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단연 유승민 의원의 당선 이후 행보와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의 성적표다. 현재 차기 권력으로 떠오른 유승민 의원이 총선 이후 비박들과 손을 잡으면 여당 내 상당한 지형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친박의 공천학살로 무소속을 택한 후보들 역시 총선에서 승리하면 새누리당에 재입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천을 주도한 친박은 상당히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내년 대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이밖에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후보에서 격차를 내주고 있는 김부겸 후보의 승리 여부와 전남 순천에서 2연패를 꿈꾸고 있는 이정현 의원의 무사귀환 여부를 포함해 여야가 전통적인 약세지역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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