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차기 사무총장을 뽑는 방식이 후보들의 공개유세로 바뀌게 됐다. 지난 70년간 유엔 사무총장은 5개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됐지만, 이후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 등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지지를 받은 후보를 유엔 총회의 승인을 받아 임명하는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후보 추천부터 선거 유세, 투표까지 모든 절차가 공개된다. 7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이 유력후보를 추천하고, 9월 유엔 총회에서 투표를 치러 전체 회원국 3분의 2가 찬성하면 차기 사무총장으로 당선된다. 반기문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로 공식 종료되며, 차기 사무총장의 임기는 2017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한 후보만 헬렌 클라크 유엔개발계획 총재(뉴질랜드), 이리나 보코마 유네스코 사무총장(불가리아), 나탈리아 게르만 부총리(몰도바), 다닐로 튀르크 전 대통령(슬로베니아), 베스나 푸시치 부총리 겸 외교장관(크로아티아),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포르투갈) 등 8명으로 늘어났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들은 지난달 12일 유엔 총회에서 193개국 회원국 대표들에게 유엔을 이끌 포부와 이상향 등을 밝힐 기회를 가졌다. 후보들은 13일에는 미국 뉴욕 시빅홀, 오는 6월 3일에는 영국 런던 센트럴홀 웨스트민스터에서 공개 토론회를 가진다. 토론에는 전 세계 시민사회 단체와 개인들이 참석해 후보들에게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이후 청문회를 거친 뒤 안보리가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해 총회에 통보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동유럽 출신이 많은데, 지금까지 동유럽에서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없었던 까닭에 ‘대륙별 순환’이라는 암묵적 관행에 따라 동유럽 국가들이 발 빠르게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선점하고 있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 8명이 모두 남성이었다는 점에서 첫 여성 사무총장이 배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그래서 여성 출마자인 클라크 총재와 보코마 유네스코 사무총장, 푸시치 크로아티아 부총리 외에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전 총리 등 여성 지도자들까지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외교적 지원과 선거비용을 받으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