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달 3일(현지시각) 1150만건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조세회피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중에는 각국 전·현직 정상과 세계적인 스타들이 탈세 또는 돈세탁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먼저,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의 매형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시 주석이 곤욕스러운 처지에 빠지게 됐다. 비록 직접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로시야은행과 측근이 각각 소유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2억 달러를 돈세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억 달러를 차명으로 거래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부친이 관리하는 펀드 블레어 홀딩스를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등록 및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수백만 달러를 은닉한 혐의가 밝혀진 아이슬란드 귄뢰이그손 총리는 결국 사임을 표명했다. 직접 거론된 전 세계 전·현직 지도자는 12명,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500대 부자 중 29명, 한국인도 195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와 관련된 폭로자료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밝혀졌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의 전·현직 정상들이 파나마 로펌을 통해 역외기업을 설립해 고액 자산을 몰래 소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UAE 대통령은 런던 중심가에 10여곳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데 모두 합치면 12억 파운드(2조원)에 달하고,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지난해 두 딸 명의로 영국 내 자산관리회사 Child & Child를 설립해 1700만 파운드(약 278억원)짜리 저택과 럭셔리 펜트하우스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총리는 딸 명의로 역외기업 두 곳을 설립해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축구 선수 메시는 아버지와 함께 파나마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탈세를 또 시도했고, 홍콩 영화배우 청룽은 6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씨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영국에 자산을 보유한 조세회피처 역외기업 중 2800개가 모색 폰세카와 관련돼 있고,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권리증서만 6천개로 최소 70억 파운드(11조 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