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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도서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

오케스트라의 드림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첫 내한공연

 
 
지난 12일 잠실 롯데 콘서트홀에서 리카르도 샤이가 이끄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다. 롯데 콘서트홀은 예술의 전당에 이어 2번째로 만들어진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다. 최고의 음향을 위해 세계적인 음향전문가들에 의해 완성된 홀인만큼 이에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리는 음악축제를 위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다. 1938년 지휘자 토스카니니에 의해 창단된 이후, 2003년 거장 아바도가 세계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수석, 솔리스트 등 전 세계 정상급 스타 연주자들로 최고의 슈퍼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아바도는 2014년 서거 전까지 음악감독을 했으며 2016년 아바도의 후계자인 리카르도 샤이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밀라노 태생의 리카르도 샤이는 음악가인 아버지에게 체계적으로 작곡을 배웠고 14세 때 데뷔를 했으며 19세 때는 밀라노 누오보 극장에서 오페라지휘를 하는 등 지휘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이때 클라우디오 아바도에 의해 스카라극장의 부지휘 자로 발탁되어 이후 오페라 외에 콘서트 지휘자로도 성공하기 시작해 현재 이탈리아 3대 거장에 손꼽히고 있다.




 
1부는 베토벤의‘에그몬트 서곡 작품번호 84번’으로 시작되었다. 무대 오른쪽에 자리한 저음 현악기들의 소리가 시작되자 처음 경험하는 롯데콘서트홀의 풍성한 울림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다음으로‘교향곡 8번 F장조 작품번호 93’을 연주 했다. 이 곡은 베토벤의 9개 교향곡 중 가장 고전적 형식에 충실한 곡으로 아름답고 즐거운 느낌이다. 다른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는 템포가 조금 빠른 듯했으나 그래서인지 관이 좀 더 다이나믹하게 들렸다. 그 속에 목관의 소리는 더욱 빛났다. 또 마지막 피날레의 팀파니와 바순의 교차연주는 잊을 수가 없다.
 
2부는 러시아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인‘봄의 제전’이 연주되었다. 곡이 시작되자 바순의 솔로연주부터 드림 팀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 곡은 작곡 시기는 후기 낭만이지만, 현대음악의 성격을 많이 가지고 있다. 지휘자마다 독특한 해석을 하기로 유명한 이 곡을 샤이는 현대음악으로 해석한 느낌을 받았다. 단원 개개인의 연주 실력이 뛰어난 만큼 독주는 자유롭게 연주되었다. 동시에 연주되는 각각의 파트는 아주 훌륭한 테크닉과 확실한 음색이 놀라울 만큼 조화롭게 들렸다.
 
1913년 이 곡이 초연된 파리의 샹젤리제 공연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낭만파의 아름다운 관현악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기존 틀에서 벗어난 음악형식과 낯선 화음, 그리고 무용수들의 이상야릇한 의상과 동작에 야유와 심지어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초연 다음날 스트라빈스키는 온갖 매체들의 엄청난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20세기 현대 음악의 선구자로, 또 ‘봄의 제전’은 20세기 현대음악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공연이 끝나고 기자는 오케스트라 단원이 소개된 팸플릿을 다시 정독했다. 정말 현재 유명 음대교수부터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수석 등 내로라는 실력자들이다. 예전에 TV에서 라이벌인 두 명의 유명성악가가 듀엣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들은 연습하면서 마지막에 상대 성악가보다 조금씩 자신의 소리를 길게 내기 시작했다. 서로가 더 실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목소리에 무리가 가자 이들은 마지막에 손을 잡고 한 사람이 손을 꽉 쥐면 동시에 멈추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만약에 100여명 가까이 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각 파트 최고의 연주자들인 이들이 각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이 오케스트라는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이 날 연주는 각 파트별 테크닉도 물론 훌륭했지만, 지휘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스트라빈스키의 엇갈린 리듬, 불규칙적인 음의 배열 등이 난해한 곡을 들으며‘다양한 멤버의 특별한 통일성’을 추구한다는 리카르도 샤이의 말이 이해되었다.
 
글 조선영 음악전문기자 사진 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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