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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인종갈등 싣고 달리는 남아공 버스>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남아프리...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시행과 함께 `변두리 신세'를 지게 된 흑인들은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해야 했다.

월드컵 축구대회를 석 달여 앞둔 지금, 남아공 정부는 요하네스버그를 비롯한 주요 도시를 빠르고 저렴하게 오갈 수 있는 `신속 버스 교통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과연 남아공 흑인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22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에 따르면 별로 그렇지 않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노선운용이 어렵다는 사실 외에도, 이 노선 사업은 백인들의 반발에다 기존 미니버스 택시업계를 운영하는 흑인들의 저항에까지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애초 요하네스버그시 당국의 계획은 이 노선을 시 인구 4분의 1이 거주하는 소웨토에서 금융.상업중심지구인 샌튼까지 연장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 당국은 현 행정부 임기가 끝나는 내년까지 노선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사안의 핵심은 버스구간에 사는 백인들의 집단 반발이다.

백인들은 공해와 교통체증, 범죄증가 등을 이유로 노선에 반대하지만, 결국은 흑백갈등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 당국도 이를 고전적인 `님비(NYMBY)' 현상으로 규정한다.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사회학과의 시린 앨리 교수는 인종문제가 버스노선 갈등의 핵심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도심에 사는 백인들이 자가용을 몰고 다니면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흑인의 처지를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흑인들이 운영하는 미니버스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마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시 당국은 이들 흑인에게 버스노선 운영권을 주려 하지만 협상이 지연되고 있어 `흑-흑 갈등'까지 빚어지는 형국이다.

급기야는 다섯달 전 소웬토와 중심지구를 잇는 버스노선이 일부 개통되자 버스에 불이 나고 승객과 경찰관이 총에 맞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일로 검거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신문은 이 같은 현실을 전하면서 "버스 사업이 애초 목표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남아공에서 (인종 갈등이라는) 과거의 아픈 역사를 넘어서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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