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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국방

신성장 동력 방산수출, 크기도 전에 시들고 있다

최근 중동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무섭게 세력을 확장하자 중동의 국가들은 군사력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및 UAE와 같은 부국들은 중동의 경찰국가 이집트에 무상에 가까운 차관을 제공하면서 이집트가 군사력을 확충하여 IS를 물리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이집트는 현재 막대한 무기들을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실제로 중동에서 한국산 방산제품들을 구매하고자 하는 바이어들이 한국에 방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들의 목표는 값 싸고 성능 좋은 무기를 빠른 시간 내에 대량으로 구매를 하는 것인데,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나라는 현재 한국 등 극소수의 국가밖에 없어 우리나라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방산비리에 대한 수사가 길어지자 국내 방산업체들은 수사에 대응하느라 수출상담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실제로 수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일부 군 인사들의 일탈로 해외무기도입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한 것들이 ‘방산비리’라는 용어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성실한 방산업체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방위사업법 하부 규정인‘방산원가대상물자의 원가계산에 관한 시행세칙’제40조에 따르면 모든 방산업체는 매 사업년도 종료 150일 이내에 각 기업의 결산서, 세무조정계산서, 세무신고 재무제표, 손익계산서, 제조원가보고서 및 자산목록 등 원가관련 자료 및 회계자료 등을 제출해야 한다.

  만일 국내 방산업체가 방사청에 제출한 이런 자료들에 오류가 있다고 한다면, 제41조‘왜곡된 원가자료의 제출 등에 따른 조치’규정에 의해 부당이득금과 이에 상응하는 가산금을 환수조치를 당하게 된다. 이 외에도 부정당행위를 한 업체로 지정되는데, 이렇게 되면 방위산업뿐만 아니라 해당기업이 민수분야에서 정부사업에 참가하는 것도 제재를 받게 된다.

  한번 투자기회를 놓치면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없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방위산업에서 철수를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또, 방산분야에서 ‘부정당제재’를 받게 되면 해당 기업은 민수분야의 정부 입찰도 막히게 되니, 멀쩡한 기업이 한 순간에 도산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한국에서 제제를 받은 기록이 있으면 미국, 유럽, 동남아 등에 대한 해외 수출도 불가능해지게 된다. 무기 수입국들이 해당 국가에서 비리혐의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업체들의 제품을 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가들은 아예 규정으로 못을 박아 수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가 국내에서 비리를 저질렀다가는 국내 방산시장, 민수분야 정부사업, 글로벌 수출시장 등 모든 곳에서 퇴출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 국산경전투기 FA-50

감사원 감사결과, 국방기술품질원의 무분별한 시험
성적서 요구가‘선량한 피해기업 양산’지적

  이런 와중에 2014년 3월 17일 국방기술품질원은 2007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납품된 군수품 28만 199건에 대한 공인시험성적서를 검증하여 총 241개 업체가 2,749건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구조적으로 방산분야에서 비리를 저지를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241개 업체가 시험성적서를 조작할 수 있다는 말인지 국민들은 매우 의아해 할 것이다. 241개 업체면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모든 방산업체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모순적인 상황들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였는지에 대한 답은 2015년 1월 6일 감사원의 방사청 및 국방기술품질원에 대한 감사결과 자료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2015년 1월 6일 감사원은 방사청 및 국방기술품질원 등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들 기관의 잘못된 제도 운영으로 약 6,000억원의 혈세가 낭비되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국방기술품질원에서 품질보증 활동의 일환으로 시험성적서를 요구할 때에는 무기성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근거로 합리적인 시험성적서 제출기준을 마련하되, 시험성적서 발행비용은 원가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나, 국방기술품질원은 시험성적서 제출기준 등을 마련하지 않았고, 시험성적서 발행비용을 원가에 반영하는 등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부품의 로트별 시험성적서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방기술품질원이 업체에 얼마나 많은 부담을 지웠는지도 감사원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품질보증 대상 품목 수는 37,305개에서 48,622개로 30%가 증가한 반면, 시험성적서 요구건수는 2,550건에서 25,421건으로 896%가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즉, 아무런 규정도 없이 국방기술품질원이 방산업체들에게 부당하게 시험성적서를 요구한 것이다.
 
  감사원은 또, 국방규격이 실제 납품되고 있는 부품과 일치하지 않거나, 국방규격이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규격에 부합하는 시험성적서를 요구하는 등 업체에 부당한 요구를 한 것으로 분석하였다. 784개의 국방규격은 1970~1980년대에 역설계한 도면이나 해외 카피본 등을 기준으로 작성된 후, 최신화 되지 않아 현품과 규격의 불일치가 많은데도 국방규격에 맞는 시험성적서를 요구하였다고 감사원은 지적하였다.
 
  이런 정황들을 모두 놓고 정확하게 분석을 한다면, 국내 방산업체들을 지도해야 할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제도를 잘못 만들었고, 규정을 잘못 적용하여 선량한 기업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게 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국방을 주창하면서 방산수출을 제2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기관들의 잘못된 제도운영으로 인하여 지난 40여 년간 애써 육성한 방위산업이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다.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이 이번 기회에 방위산업 전반에 걸쳐 있는 제도적 모순 또한 뿌리를 뽑는다면 방산수출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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