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 글 오준엽 기자
고려 시대 이규보는 천도를 “하늘로 오르기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만큼 수도의 이전은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최근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천도와 같은 어려운 선택을 했다. 한편 우리에 앞서 유사한 결정을 한 나라들도 있는데… 이들을 통해 세종시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
세계의 수도들은 발전사적 관점에서 대부분 황금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된다. 인간으로 따지면 노년기인 셈이다. 수도 서울 또한 그러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의 시간이 흐르며 발전을 거듭했으나 현재 고점을 지나 하향곡선을 그리는 양상이다. 인구는 수용치를 넘었고, 시설은 낙후돼 간다. 일정수준 이상의 경제발전을 이룬 국가들은 이처럼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한다. 수도권의 집중현상이다. 수도를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이 수도권으로의 인구과밀화와 편중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특히 과밀화는 물리적 한계에 따른 공간적 문제뿐만 아니라 교통, 오염 등 사회적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문제 또한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행정수도 건립이나 정부기관 이전 같은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시행하고 있다. 각국의 사정이나 환경적·정치적 배경에 따라 나름의 원칙과 계획 하에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수도 이전을 통한 분산을, 또 다른 국가들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이어왔다. 이 가운데 지난해 7월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했다.
세종시는 인간중심도시, 복합형 행정·자족 도시를 표방한다. 스마트 교육과 유비쿼터스 정보통신망 구축, 녹지 확보와 문화 공간 형성 등 다양한 시도로 완성형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실현해가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의 과밀화를 해결하고, 국가의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아직 세종시의 평가는 칭찬과 우려가 공존한다. 일각에서는 교통과 주거, 교육과 치안 등 생활 기반시설 문제를 지적한다. 국가균형발전 가능성과 자족경제 구축에는 의문부호를 그린다. 행정업무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의 입을 빌려 비판한다. 이에 외국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살펴봤다.
세종시의 롤모델, 독일 베를린·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
독일이 통일 후 베를린으로 수도를 이전함에 따라 겪은 혼란은 최근 우리 사회와 그 모습이 비슷하다. 특히 수도 이전에 따른 막대한 지출과 자족기능의 확보문제,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의 위상을 잃은 도시의 쇠락에 대한 의견충돌, 정부부처의 분할에 따른 비효율성 논란 등은 세종시가 처한 상황과 유사하다.
이에 세종시 건립과 관련해 독일의 사례가 많이 언급된다.
먼저 막대한 지출과 자족기능의 확보에 대해 독일과 유럽이 구성하고 있는 산·학·연 클러스트의 벤치마킹을 통해 자족기능과 재원을 확보한 것을 참고할 수 있다. 베를린의 정착을 통해 구 동독지역이 발전한 사례는 국토균형발전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독일은 14개 부처 중 6개의 부처를 본(Bonn)에 남겨 과거 수도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며 쇠락을 방지했다.
한편 행정부의 세종시 이전에 따른 행정업무 비효율 문제와 관련해 독일의 사례는 이전 반대론자들의 근거로 많이 활용된다. 실제로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2009년 내방해 정운찬 당시 총리와 만나 비효율적이라며 장기적 계획에 따라 해결해야 함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발달된 교통수단과 말레이시아의 신행정수도 푸트라자야의 ‘지능도시(Intelligent City)'개념을 도입해 극복하겠다는 복안을 내세웠다.
계획의 딜레마에 빠진 브라질 브라질리아
브라질은 국토균형발전과 인구분산을 위해 행정수도를 건립한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정부는 국가의 중추기능을 하는 수도가 특정지역에 편중될 수 없다는 취지에서 1970년 브라질리아를 건설했다. 브라질의 대표적인 건축가 루치오 코스타의 ‘파일럿플랜'에 따라 거대한 인공호에 면하는 비행기 모양의 도시가 형성됐다. 내부를 채우고 있는 초현대적 건축물과 도시계획은 브라질리아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었다.
브라질리아가 건설된 후 인구가 몰렸고, 기업이 들어섰다. 유네스코에서는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후 8개의 위성도시가 형성되고, 경제발전축이 내륙으로 분산됐으며 인구의 90%가 주요 도시와 해안지역에 집중됐던 문제를 해결했다. 새로운 도시의 형성과 브랜드화, 수도기능의 이전을 통해 성공을 거뒀다.
반면 3년이라는 짧은 준비와 장기계획의 미흡함은 환경문제와 도시기반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도시를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드는 등의 거대한 스케일은 국가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가장 성공적으로 인구과밀화와 균형발전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에도 브라질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우리에게 철저한 준비와 면밀한 분석을 통해 성공하라는 타산지석의 지혜를 전하는 듯하다.
성공의 가이드, 미국 워싱턴·호주 캔버라·캐나다 오타와
미국의 워싱턴D.C.는 200여 년을 이어온 피에로 랑팡의 도시설계 원칙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국회의사당과 같은 수도의 상징성과 함께 워싱턴 기념비나 링컨 기념관 등의 건축물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이념을 공간적으로 표현하고, 수많은 광장과 공공건축물의 배치는 시민 친화적인 도시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의 캔버라 또한 기초과학의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과 우수 대학의 설립 등 철저한 준비와 자족을 위한 설계로 행정·교육·환경을 구성원들과 조화시킨 행정수도의 교본으로 꼽힌다. 성공적 행정수도 사례로 평가받는 두 도시와 함께 또 다른 성공사례이자 가장 최근에 건설된 캐나다의 오타와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도시에 활력을 더했다.
야간이면 사람이 빠져나가 텅 비는 듯한 야간도심공동화현상은 일반 행정수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워싱턴과 캔버라 또한 겪고 있는 문제다. 오타와는 이런 점을 특색으로 이용해 관광 상품, 야경감상투어 등의 문화이벤트를 내세워 단점을 장점으로 바꿨다.
세종시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 중
앞의 도시들을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민적 합의와 공감의 필요성이다. 워싱턴 D.C.는 미국의 통합과 민주주의의 사수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냈고, 캔버라와 오타와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과 융합, 세력 간의 균형과 조화라는 차원에서 국민에게 공감을 얻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은 이러한 국민들의 배려와 지지 가운데 가능했다.
둘째,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포용적이고 장기적인 설계다. 랑팡이 부여한 상징과 의미를 간직한 워싱턴 D.C.는 그의 설계를 토대로 확장과 변화를 거듭해왔다. 9.11 테러 이후 대두되는 안전과 보안의 문제 또한 원칙과 뼈대의 변경 없이 이뤄갈 수 있었던 이유다. 80년을 이어온 캔버라의 도시 조성은 시드니와 멜버른이라는 세계적인 도시 사이에서 수도로서의 위치와 브랜드를 형성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오타와는 외국 행정수도의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발전된 도시설계를 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문화를 통한 활력을 유지하고, 강을 사이에 두고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헐 시와의 동반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셋째, 조화를 염두에 둔 도시환경구축이다. 세 도시 모두 자연과 문명이 조화된 아름다운 수도로 꼽힌다. 특히 수도를 찾는 방문객과 사회적 약자가 안락함을 느끼고, 자국민들이 편안한 가운데 스스로의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함으로써 다시금 수도를 찾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더 나아가 자족의 기틀을 형성할 수 있었다.
한편 세종시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그림자를 벗어나 홀로 빛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상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앞의 국가들의 시도를 토대로 벤치마킹의 진수를 보여줘야 한다. 그때 세종시는 우리나라의 대표 브랜드가 될 것이며, 전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될 것이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3년 7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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