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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외교 / 신각수 전 주일대사

3.1절을 기념하여 살펴보는 한·일 관계

[인터넷 대한뉴스]글/김윤옥 사진/최경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단재 신채호-

 

1919년 3·1 운동은 조선의 국권을 빼앗긴 후 일본의 무단정치에 치열하게 맞선 민족운동이다. 조선의 자주독립을 전 세계에 알린 비폭력 만세운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 5월까지 계속되는 동안 많은 양민이 무차별 사살되고 상해를 입었다. 이웃나라 일본에 의해 국모가 시해되고 왕실도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민족의 수난사, 잊지는 말자.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일본에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2월 14일자 사설에서 일본이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때라며 아베 총리는 세계 13위 경제국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했다. 변방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서울대 일본연구소 특임연구원으로 있으며 40여 년간 외교부에서 활약한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신각수 소장을 만나 한·일 관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1. 현재 한· 일 관계 경색에 대해 염려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한일관계가 국교정상화 이래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종래에도 한일관계가 5-6회 악화된 사례가 있지만 이번의 경우 다양한 원인으로 악화되어 그만큼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작년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서 보듯이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퇴영적 역사관이 가장 문제입니다만, 그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디플레로 인해 정체된 일본을 회복하려는 ‘강한 일본’의 욕구가 일본사회의 보수우경화를 가져왔고, 한일 양국의 주류가 전후세대로 교체되었으며, 한일 간 국력격차가 많이 축소되었으며, 일중 국력역전에 따라 중국 부상에 대한 일본의 견제심리가 강해졌으며, 양국 국민감정의 악화로 악순환구조가 고착된 점 등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반성과 사죄의 부족,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우경화 정책, 독도문제의 도발 등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일본은 한국이 과거사 문제에 끝도 없이 집착하고 있다는 피로증후군, 일련의 법원판결로 65년 협정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불만, 한국이 일본을 무시한 채 중국에 기울고 있다는 오해 등이 겹쳐 반한, 혐한 감정이 강해졌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이 뒤엉켜서 참 풀기 어려운 점이 이번 경색의 특징이라 생각됩니다.

 

2.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인 차이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역사적으로 오랜 교류를 해왔기 때문에 세계에서 어느 국가 사이보다도 가까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일관계만을 놓고 보면 상당히 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차이점이 발견됩니다. 예컨대 일본은 오랜 기간 무신정권의 지배를 받아 ‘칼의 문화’인 반면 한국은 유교의 영향으로 ‘붓의 문화’적 성격이 강합니다.

 

또한 한국은 왕조체제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정치체제의 지배하에 있었지만 일본은 지방분권적인 정치체제로 실제로 통일된 정권을 이룬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로 짧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한일 간에는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며 이를 감안하여 서로 교류와 협력의 장을 넓히고 깊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에 대해 왜 일본사람이 자기 조상을 섬기는데 다른 나라에서 간섭하느냐고 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이후 전쟁에서 사망한 일본군인의 위패를 받드는 시설입니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는 사형을 받은 14명의 일본의 A급 전범을 1978년 합사하여 일본 군국주의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 일본에 강제징집되어 사망한 2만 6천명의 위패가 가족의 뜻에 반해 합사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신사 내에 있는 박물관인 류슈칸(遊就館)은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전시물 일색입니다. 일본 천황도 1978년 이전에는 야스쿠니를 참배하였지만 그 후에는 참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에 오는 외빈들이 통상 다른 나라에서 반드시 행하는 국립묘지 참배를 하지 못 한다는 사실에 대해 뜻있는 일본인들도 안타까워합니다. 일본정부는 아시아인 피해자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야스쿠니신사 참배 대신에 대체시설을 만들어 전몰자를 추모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합니다.

 

4. 일본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철강, 반도체 등 우리 산업발전에 기술이전과 투자 등을 통해 기여한 사례가 많습니다. 이웃나라 일본과 민간차원의 교류를 넓히는 방안이 있다면

 

그렇습니다. 잘 알려진 사례지만 포항제철을 만들 때 신니테츠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적극 협력하였고,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였을 때 초기 집적회로에 관한 기술을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압니다. 이렇듯이 우리 경제 발전에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아직도 일본의 우수한 제조업 기술은 우리 산업경쟁력을 키우는데 중요하며, 한국과 일본의 상호보완적 측면을 잘 결합하여 인프라, 플랜트 면에서 서로 협력할 경우 3국 시장에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아시아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일중 3개국이 경제적으로 연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한일 민간차원의 교류는 한일관계의 하부구조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와 신뢰의 증진은 한일관계 강화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문화교류, 관광교류, 청소년교류, 지방교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질량 면에서 교류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관계의 뿌리가 깊어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한류 붐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보다 중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5. 근대화에 있어 일본은 한국보다 100 여 년 앞섰으며 한국은 일본이 과거에 겪었던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을 밟고 있습니다. 반면교사로 우리가 얻을 점이 있다면

 

한일간의 국력 격차가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많이 축소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2위 경제력을 40년간 유지해왔고 근대화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기 때문에 일본은 우리에게 여러 면에서 참고할 내용이 많습니다.

특히 일본의 지방발전은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한 우리에게는 좋은 벤치마킹 대상입니다. 그리고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인데 서서히 사회를 좀먹어 간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사회 전체가 해결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특히 일본은 지난 20년간 장기 디플레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 이면에는 정치체제의 경화현상이 있습니다. 우리도 유사한 징후가 있는 만큼 산업화, 민주화의 정치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국가과제인 선진화에 적합한 정치체제와 문화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그리고 정보화, 융합화의 진전으로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는

 컨센서스 사회인 일본보다 우리가 유리합니다. 그렇지만 장인정신으로 최선을 다하는 일본의 뛰어난 제조기술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근대화가 뒤늦어 일본을 대상으로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어느 정도 일본과의 격차를 줄였고 일부 분야에서는 한국의 성공사례가 일본을 자극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인접국으로서 아시아에서 단 2개국밖에 안 되는 OECD 회원국으로서 한일 양국은 서로가 좋은 점을 배우고 잘못된 것은 피해 갈 수 있도록 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상호 노력해가는 관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6. 한· 일 관계 개선을 위해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한일관계가 매우 악화되어 있습니다. 주된 원인은 역시 아베 정부가 수정주의 역사관으로 종래 일본정부가 행한 반성과 사죄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여러 가지 우경화 정책의 추진으로 동북아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열어간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한일관계 악화를 방치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할 위험성도 있는 만큼 한일관계를 관리하는 노력이 긴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관계의 기반이 되는 경제, 문화, 관광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복원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과거사 문제를 포함한 양국 현안에 대한 솔직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관계회복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동북아 전략 환경이 세력전환으로 어려운 상황이니 만큼 한일관계 회복이 더욱 중요합니다. 내년 국교정상화 50주년에는 한일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와 또 다른 50주년을 설계할 소중한 계기가 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7. 역사적으로 주변 강대국의 영향이나 침략을 많이 받았던 대한민국입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격변기라는 21C 외교전문가로서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 한국이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안이 있다면

 

한반도는 동북아의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교차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정세변동이 일어나면 그 영향을 가장 먼저 받아왔습니다. 역사적으로 2년에 한 번꼴로 외부의 침략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국은 지정학적 취약성이 있고 안보에 신경을 써야 하는 나라입니다. 특히 분단국으로 북한의 무력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점이 더욱 튼튼한 안보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동북아는 중국의 부상에 의한 새로운 전략적 균형을 찾기 위한 과도기적 과정에 있습니다. 평화로운 중국이 될 것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동북아 전략 환경이 안정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시아에서 균형자 역할을 담당해온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탄탄히 하고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담보하는 지역협력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합니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에 균형 감각이 중요하며 국제기준과 규범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21세기 한국외교의 최대과제는 통일입니다. 통일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성취하여야 하는 과제이지만 외부의 지지와 협조가 필요한 국제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통일은 우리 역사상 가장 난제라 할 수 있습니다. 평화, 번영, 정의의 촉진자로서의 통일한국이 동북아, 아시아, 아태지역, 세계 차원에서 큰 기여국가가 될 것임을 꾸준히 설득하고 이를 통해 통일 환경을 조성하여 관련국들이 축복하는 가운데 통일을 성취해야 합니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3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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