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대한뉴스] 글 박혜숙 / 사진 서연
(주)동광해운 김성평 대표, 그는 21세기형 바다의 왕 장보고
최근 남해의 새조개가 뜨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전량 일본으로 수출돼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케이블 채널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을 비롯한 각 언론에서 남해가 새조개의 본고장이라고 소개하고 제철 음식으로 화제가 되어 전국에서 미식가들이 청정바다를 찾느라 난리다.
본지는 새조개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삶의 현장을 소개하고자 지난 3월 22일 새벽 남해로 향했다. 주변 지인의 소개로 남해의 ‘장보고'라고 소문난 (주)동광해운 김성평 대표를 찾았다. 기자단 일행이 도착하자 바다에서 작업을 하던 중 잠시 틈을 낸 김성평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부쩍 언론에서 많이 오는데 내가 뭘 안다꼬~ 바쁘이 빨리 물어보소.” 그의 하루 일과를 따라가 봤다.
왜 장보고인가
1,200여 년 전 신라 시대 장보고는 바다의 나라를 개척해 세계해상무역을 주름잡았던 인물로 오늘날 그의 도전과 개척정신을 본받는 곳이 많다. 일본의 승려 엔닌은 「입당구법순례행기」에서 장보고의 높은 인덕을 흠모했고, 지금도 일본에서는 장보고를 재물의 신으로 모시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대학자인 랴이샤워는 장보고를 위대한 무역왕으로 평가했다.
김성평 대표는 사나이 반평생을 물 위에서 살아온 바다의 박사다. 육지에서 지형과 산세와 기맥으로 풍수를 보듯 그는 바다의 지형 즉, 바닷물 때문에 편평해 보여도 바다 밑의 모습도 산과 계곡 평야가 있어 조류 변화에 따라 다르고 태풍도 불어야 좋은 토질이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바다 풍수의 전문가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로 물살만 봐도 어떤 패류의 서식지인지 알 정도다. 또 육지에 평수가 정해져 있듯이 바다에도 누구의 어장인지 평수가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고 한다. 바다를 장악하며 수산물의 크고 작은 이모저모를 꿰뚫고 무역을 크게 하고 있어 남해뿐만 아니라 여수와 목포 등 인근에서는 김성평 대표를 ‘해상 무역왕 장보고'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새조개의 또 다른 이름 해방조개
Q>언제부터 새조개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는지요
A>그기예 껍질을 까보면 속살이 마치 새의 부리처럼 생겼다꼬 새조개라고 하는 것은 잘 알지예. 해방되던 해에 새조개가 많이 나와서 ‘해방조개'라고도 하지예. 예전에는 너무나 귀해서 전량 일본에 수출하고 일본 사람이 까는 기술과 제품을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 가르쳐줘 외화를 벌었지예. 한국 서민들은 먹지도 못했어예.
Q>일부 사람들은 서해안을 주 생산지로 알고 있습니다
A>남해를 비롯해 전남 광양만, 여수 일대가 주산지이고, 서해안 지역에서도 생산하기는 하지만, 양은 많지 않아예. 양식이 되지 않는 새조개는 단연생 패류로 12월부터 잡히기 시작해 3~4월까지 아주 맛나지예. 5월 경 산란기가 되면 채취가 금지되고 알을 낳고 나면 대부분 죽습니더. 그래서 채취하지 않으면 껍질로 바다가 오염됩니더. 어장에 직접 나가서 작업하는 것 한번 보이소. 충청지방, 노량진, 가락동 수산시장, 영동시장 등 전부 여서 가져가는거라예.
새조개 샤브샤브 요리법 개발 보급한 원조
Q>가장 맛있는 요리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A>검은 부분의 색이 검을수록 신선한 것이지예. 민물이 닿으면 색깔이 빠져서 허혛게 됩니더. 내는 원래 요리에 관심과 취미가 많지예.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먹는게 전부였지예. 색다르게 먹을 방법을 고심하던 중 식당마다 새조개를 들고 가서 양념값만 내고 육수에 미나리, 시금치 등 채소들과 어우러지게 해주소~하니까 그 후 샤브샤브 요리법이 퍼졌습니더.
Q>남해에서 나고 자랐는데 자랑 좀 해주시죠
사면이 청정바다로 둘러싸여 물 맑고 공기 좋고 전복, 피조개, 멸치, 굴, 미역, 바지락 등 수산자원이 풍부합니더. 군민들은 반농반어업에 종사합니더. 남해 특산물은 마늘과 시금치가 유명하고 해풍받고 자란 시금치는 눈이 안 와서 겨울에도 채취하니 많이 사주이소.
정도의 상도정신 추구하고 가슴으로 사람 사귀는 마당발
김성평 대표는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 72대손으로 남해가 고향이며 그곳에서 몇십 대째 살고 있다. 그의 안내로 어장 작업 현장인 바다 한가운데로 나갔다. 갈매기가 높이 날며 따라오라는 듯 날개를 펄럭이고 바다 위에는 오리 수십 마리가 조개를 쪼아 먹으며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었다. 새조개 선별 작업이 한창인 배에 다다르자 20여 명의 인부들이 오전 일찍부터 나와 고개도 들지 않고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장보고가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칼로 키조개 입을 가르자 커다란 관자가 연신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신선하고 두툼하게 큰 관자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과거에는 바쁜철이면 품앗이로 상부상조했다. 지금은 일할 사람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한다. 아무리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도 장보고가 찾으면 서로 가서 도와주려고 한다며 주변에서 귀띔 해주었다. “왜 그러죠?”라고 묻자 이야기한다. “손이 크고 집에 가서 식구들 먹으라꼬 그 비싼거로 잘 퍼줘예. 일반인은 비싸서 덜덜 떠는데 상상도 못할 정도로 인심이 후합니더”라고 말한다. 한 식당 주인도 넌지시 말을 꺼냈다. “때로는 정해진 금액보다 좀 더 마음을 쓰는 것이 남다르지예. 한사람당 만원씩만 더 준다고해도 20명이면 그기 돈이 얼마니껴.”
취재후기-그는 남해의 홍보대사
취재하는 내내 장보고의 전화통은 여기저기서 물건을 먼저 좀 달라는 주문전화가 불이 날 정도로 쉴 새 없이 울려댔다. 기자가 주변 사람들한테 그렇게 막 퍼줘도 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퍼주긴예~물건 가져가면 자기도 이문을 좀 남겨야 먹고 살지예. 그리고 하루하루 품팔아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하는데 생산이 잘됐으면 서로 나눠야 되지 않겠습니꺼.” 라고 말하는 눈빛에서 마음을 나누는 세심함이 엿보였다.
장보고는 정도를 걷는 상도정신으로 적은 고마움도 은혜를 잊지 않으며 사람을 말보다 가슴으로 사귀는 사람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덤으로 조개를 싸주며 배려하는 선물에 더 크게 사람들이 감동받는 모습이었다. 친구들은 그가 가수라며 돈이 호주머니에 있는 것보다 장보고가 옆에 있는 게 더 든든하다고 신뢰의 말을 남겼다.
또한 남해를 잘 모르던 사람도 장보고를 통해서 남해가 고 향처럼 느껴지니 그는 남해의 홍보대사나 마찬가지였다. 정현태 군수는 새조개 샤브샤브 전문식당이 많이 생겨 남해의 먹거리 홍보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고 한다. 바다의 용왕도 그에게 무한 행운을 주지 않을까. 장보고 아자!
현, 한중수교문화체육교류, 격투기중앙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새조개의 탈출기>
2014년 3월 23일 일요일 날씨 아주맑음
오늘 아침에 남해의 새조개 어장으로 취재를 가기로 했다. 드디어 1박 2일에 나오는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출발! 바닷바람에 날아갈 것 같아 엉덩이에 힘을 꽉 주고 배에 앉아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지? 길도 없는데 이 넓은 바다에서 조개어장을 어떻게 찾아갈까?
“와~ 진짜 조개다.” 나는 TV에서 보고 처음 보는 조개들이 신기했지만, 냄새는 쫌…그런데 살아있는 새조개들이 바다로 도망가고 싶은지 입을 조금 벌리고 망을 보는 것 처럼 얼굴인지 발인지 나왔다 들어갔다 꾸물꾸물~
그 순간 용감한 조개 하나가 정말 새부리처럼 생긴 발을 쑤~욱 내밀고 바구니를 짚고 텀블링을 하더니 바다 쪽으로 굴렀다.
보는 나도 모르게 내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며 “힘내! 조금만 더 구르면 바다로 갈 수 있는데”하고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조개가 힘이 빠졌는지 더 못 가고 말았다. 또 탈출을 시도했던 다른 새조개들도 바구니 사이로 떨어졌다. 순간 너무 불쌍해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장보고 아저씨가 어차피 바다에 들어가도 얼마 못 살고 죽는다고, 죽으면 썩어서 바다가 오염돼서 더 안 좋다고 말해주셨다.
그래도 조금 불쌍하다. 가족이 있어서 돌아가고 싶었을지도 모르는데… 새조개 껍질을 몇 개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새조개에 대해 연구를 해서 새조개가 오래 살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 그게 성공하면 사람들에게도 적용시켜 내가 아는 사람들을 오래 살게 해주고 싶다.
‘새조개야 ! 잡히지 않아도 바닷속에서 오래 살게 꼭 만들어 줄게. 이제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너를 버리지 말고 기왕이면 “와! 새조개다”하고 반겨주고 맛있게 먹어주는 곳에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크면 꼭 약속 지킬게'
그리고 이제는 방학 때 놀러 갈 곳이 한군데 더 생겼다. 장보고 아저씨가 계신 남해. 얼굴은 조금 무섭게 생겼지만 인정 많은 맘씨 좋은 아저씨였다. 벌써 엄마와 휴가 갈 나의 방학이 기다려진다.
본 기사의 전문은 대한뉴스 2014년 4월호(www.daehannews.kr)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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