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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는 국가 정책, 이제는 21세기 선비의 힘으로 지속가능하게

   
▲ 두 손을 꼭 잡은 전 KAIST 정문술 이사장(오른쪽)과 이광형 원장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는 국가 정책
이제는 21세기 선비의 힘으로 지속가능하게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이광형 원장은 미래전략 외에 지식재산과정, 과학저널리즘 3개 과정을 주도해서 만들었다. 대학이 교육·연구만이 아니라 창업까지 해야 한다고 한다. 그의 제자들이 넥슨·아이디스·네오위즈를 창업했다. 이 원장은 1999년 인기리에 방영된 TV‘카이스트’드라마 괴짜 교수(안정훈 역)의 실제 모델이다. 자신을 위해 충실했던 학자가 이제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뛰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의 정책이 수없이 바뀌어 온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이제 그가 발 벗고 나섰다. 그의 진가를 아는 정문술 전 KAIST 이사장은 515억 원을 KAIST에 기부했다. 여간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정 이사장이지만 이광형 원장에게는 예외다. 작년 12월 KAIST 미래전략대학원에서는‘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2015’책을 발간했다. 이 책을 주제로 6개월 간 매주 주제별 토론회를 개최하여 토론회 결과물을‘문술리포트 2016’으로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이 원장이 연구책임자로 현 시대의 석학 100여명이 참여하여 30년 후의 국가 비전으로‘아시아 평화중심 창조국가’를 제시하며 4대 전략과 21개 세부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저출산·고령화, 사회통합·갈등 해결, 평화(통일)와 국제정치,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 지속가능한 민주복지국가, 에너지와 환경문제 등 6개 해결과제를 선정했다. 매년 21C 선비들이 모여 해마다 더 보완된 정책을 만들기 위한 토의를 할 것이며 그 결과물을 내 놓을 것이다. 민간차원의 장기 전략으로, 꾸준하게 연속성을 가진 정책이 국가시책에 적극 반영되기를 바라며 책 프롤로그의 글을 옮겨본다.


  미래전략대학원의 설립을 지원한 정문술 이사장은 “첫 번째 미래전략 보고서가 나온다고 하니 기쁜 마음을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富의 대물림을 하지 않겠다”며 잘 나가던 미래산업 사장 자리를 조건 없이 경영인에게 물려주고, 2001년 초 카이스트에“미래 먹거리 융합연구를 해 달라”면서 300억 원을 기부했다. 2014년 초에는“미래전략을 연구해야 한다”고 215억 원을 또 카이스트에 기부해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다음은 이 원장의 질문과 정 이사장의 답변이다.

미래전략대학원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나라가 잘 되려면 시대에 맞는 훌륭한 지도자들이 나와야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훈련을 받지 못하고, 각 분야에서 성장하다가 나름대로 영향력이 생기니까 정치지도자로 오른 분들이 대부분 아닙니까? 이것도 한 방법이겠으나, 그래도 젊어서 전략적인 사고를 익힌 사람들이 지도층을 형성하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이광형 카이스트 교수를 만났을 때 ‘우리나라의 미래전략을 연구하는 곳이 없다’고 하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았어요. 나도 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가끔 외국에 가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걱정을 많이 합니다. 특히 분단 상태에서 북한과 무력으로 대치한 상황이 불안하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은 주춤거리고, 양극화와 사회갈등은 심화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정말 위험한 상태를 잊고 살아요.”

정부에서도 미래정책을 계속 내놓지 않습니까?
“그렇죠. 정부도 국가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출연 연구소들도 비슷한 보고서를 냅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 정부의 목표와 정책방향이 하루 만에 달라집니다.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다음 정권에서 공감을 얻지 못해요. 이런 일이 몇 십 년째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는 국민 편에서 시류에 휘둘리지 않는 든든한 싱크탱크가 안 보였어요. 이래서는 미래를 올바로 준비할 수 없다,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전략적인 지도자를 양성하는 토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화두를 던지기 위해 미래전략대학원 설립에 조그만 바탕을 제공한 것이죠. 이것이 밑거름이 돼서 첫 번째 미래전략보고서를 출간한다고 하니 이루 기쁜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미래전략 연구를 또 카이스트에 맡겼습니다.

“카이스트가 국가발전을 위해 설립된 탓이겠죠, 교직원들이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매우 강합니다. 이런 교육기관에 미래전략대학원이 설립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원이 설립됐으니 이제 젊은이들이 와서 미래학을 공부할 것이고, 지도층에서도 미래전략의 필요성을 계속 논의하다 보면, 미래학이 뿌리를 내릴 것입니다. 훌륭한 인재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대비하기를 기대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히고, 정부의 목표가 흔들리는 것을 바로 잡아 주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목표와 정책 방향을 체계화시켜서 슬기롭게 바른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려면 전략이 있어야죠.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에서 출간하는 미래전략보고서가 그 같은 역할을 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회장님이 생각하는 국가지도자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권을 가진 민주주의 공화국이므로, 대한민국의 목표와 전략은 국민의 마음을 잘 읽고 국민의 필요를 헤아리면서, 국민과 올바른 소통을 할 수 있는 사회지도층이 맡아야 하겠죠. 한 두 명의 정치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고, 정의로운 양심과 시대에 맞는 지성을 가진 깨어있는 사람이 지금 필요한 지도자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굉장히 비관적이에요. 국민의 의식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요. 주변을 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정말 필요한 일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요. 옳은 일이고 내가 필요한 일부터 해야 하는데,‘이거 이렇게 하면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허위의식이 너무 강합니다.”

회장님이 개인 재산을 학교에 처음 기부할 때 국민들이 많이 놀랐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하고 있을 때 ‘부의 대물림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신선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말을 앞세우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줬어요. 재산을 자식에게 대물림 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말했으니 당연히 실천해야죠. 자녀에게는 재물 대신 정신을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손들에게 더 많은 경제적인 부를 물려주기보다, 진취적이고, 정의로우며,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마음과 생각을 유산으로 남겨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창의력을 기본으로 하는 21세기 지식재산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근본이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다른 국가를 뒤쫓아 가는 추종연구에서 벗어나, 선도연구로 나아가야 합니다. 오랫동안 남의 뒤만 따라다니다 보니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데, 어떤 방향으로 무슨 방법을 써서 해결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많이 개발하는데 있어서 미래전략보고서가 중요한 시발점을 마련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좀 더 진취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독창적인 품성을 길러야 할 때가 왔어요. 현대 미래학자들이 지적하듯이 미래는 창조하는 것입니다. 남의 나라가 하는 것을 뒤쫓아 가서는 절대로 창조하는 미래를 만들 수 없어요.”

회장님은 사업할 때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겼는데 비결이 무엇입니까?
“어느 사회나 국가나 혹은 개인이나 어려움은 닥치기 마련이죠. 나도 죽을 만큼 어려운 시련을 두 번 겪었습니다. 부도가 나고 개발한 제품은 판매처가 없는 상황에 직면했는데, 종업원과 식구들은 나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나는 앞이 안 보인다고 생각하고 모든 퇴로가 끊겼다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업이 어렵다거나 인생이 끝났다거나 하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희망이 안 보이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어요. 사람이 희망을 빼앗기면 죽는 길 밖에 없다는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서 헤어 나오기 힘듭니다. 3개월 동안 이렇게 희망을 빼앗긴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죽음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어리석은 생각에 빠졌어요. 청산가리와 소주를 들고 청계산에 올라갔어요. 소주병을 따고 청산가리를 타려는 순간, 머릿속에서 퍼뜩 방법이 떠올랐습니다.‘지금까지 개발한 제품의 한 단계를 낮추어 새 제품을 만들어보자. 최고 첨단 제품을 만들어 봤으니, 한 단계 낮은 것은 만들기 쉽고 값도 싸질 것이다.’나는 청산가리와 소주 대신에 새로운 전략을 안고 내려온 것이죠.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섰을 때, 새로운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나게 확인했다고 하겠죠. 그러므로 이 미래전략보고서가 우리나라를 살리는 지혜의 메시지를 가득 담아서, 온 국민들의 마음에 희망을 심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미래전략은 과학기술 뿐 아니라 인문사회분야에서도 두루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급격한 인구감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문화를 어떻게 융성시킬 것인지, 건강하고 행복한 장수시대를 맞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지혜를 모아서 해결책을 마련해주세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능하고 일도 잘하고 의욕도 넘치고 재물도 잘 모으지만, 아직도 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요. 정신이 건강하지 않다는 점도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라고 하고 싶어요. 무엇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지를 따지기보다 나, 내 자식, 내 가족, 혹은 내 동네, 내 학교, 내 고향의 이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지도층마저 그래요. 그래 가지고는 큰 나라가 안 됩니다. 사물을 균형 있게 보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너무 많아요. 새 시대를 준비하려면 젊은이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무엇을 심어줘야 하는지, 이런 것도 역시 깊은 사고와 합리적인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기대가 많으시다니 어깨가 무겁습니다.
“첫 번째 미래전략보고서를 내는 것은 이제 중요한 한 걸음을 뗀 것이에요.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으고, 국가의 지도자를 양성하는데 이 보고서가 조그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빨리 한다고 되질 않아요. 미래전략보고서가 자리를 잡기까지 아마도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해요. 새로운 기틀을 잡는 데는 이 정도의 시간이 들어갑니다. 대한민국의 행복을 넘어 아시아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향하여, 인내하면서 열정을 쏟아 부을 때 반드시 좋은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출처 :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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