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한설희 교수 연구팀이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알츠하이머병과 자폐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발표한 ‘수면부족으로 인한 인지적 장애에서의 멜라토닌의 잠재적 역할’이라는 논문에서 멜라토닌이 수면 부족으로 떨어진 면역기능과 인지 기능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멜라토닌이 강력한 항산화, 항염증 효과를 내 기능을 호전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신경과학 8월 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대개 나이가 들수록 수면시간이 줄어든다. 문제는 수면 부족상태가 장시간 지속될 경우, 인지기능과 면역력이 감소하면서 질병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것. 따라서 나이를 먹을수록 알츠하이머 발병률도 높아지는 데 연구 결과, 멜라토닌이 수면부족으로 나타나는 인지기능과 면역력 저하 현상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한설희 교수는 멜라토닌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수면 부족상태인 그룹(SD)과, 수면 부족상태에서 멜라토닌을 투여받은 그룹(SD MEL), 멜라토닌만 투여받은 그룹(MEL), 스트레스 조절하는 그룹(Stress CON), 정상 대조군(CON) 다섯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우선 다섯 그룹을 낮과 밤이 정반대로 바뀐 환경에서 4주간 지내게 한 뒤 SD 그룹과 SD MEL 그룹, Stress CON 그룹을 대상으로 96시간 동안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했다. 세 그룹의 쥐들은 주변이 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화분을 뒤집어 높은 섬 같은 곳에서 지내게 했다. 쥐들이 렘(REM)수면에 빠지면 순간 중심을 잃고 물속에 빠지게 해 수면 부족상태를 유발했다. 단 SD MEL 그룹은 실험과 함께 일주일 간 매일 아침 9시 멜라닌을 투여하고, Stress CON 그룹은 스트레스 요소를 줄이기 위해 다른 두 그룹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지내게 했다.
이 후 다섯 그룹을 대상으로 인지 능력을 알아보는 ‘모리스의 수중 미로’ 실험을 진행했다. 둥근 수조에 물을 반쯤 채운 뒤 수조 한 쪽에 수면에서 2cm 정도 잠긴 섬을 만든다. 이 후 쥐를 수조에 넣고 헤엄쳐 섬을 찾게 하는 실험인데 물을 뿌옇게 만들어 쥐들이 섬을 쉽게 찾을 수 없게 했다. 이 실험은 5일간 5번 진행했는데 실험 결과, 정상 대조군(CON)그룹에 비해 수면 부족 상태에 있는 쥐 그룹(SD)이 섬을 찾는 데까지 걸린 탐색시간과 탐색 중 오류, 경로의 길이, 수영 속도 등 모든 분야에서 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마의 염증세포 반응을 비롯해 산화 스트레스 정도를 나타내는 4-hydroxynonena(4-HNEl)와 7,8-dihydro-8-oxo-deoxyguanosine(8-oxo-dG) 수치도 증가했다. 반면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막는 FMRP 단백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화 스트레스가 체내 지속적으로 쌓이면 세포 손상되면서 면역 체계가 약화돼 암 등의 질병의 유병률이 높아지고 노화가 촉진된다. 반면 수면 부족 상태에서 멜라닌을 투여받은 그룹(SD MEL)은 초반 실험에서 정상 대조군(CON)그룹보다 실수 없이 빠른 속도로 섬을 찾는 등 인지능력이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산화스트레스를 나타내는 4-HNE와 8-oxo-dG수치를 비롯해 FMRP 단백질도 모두 정상치와 유사하게 회복됐다.
학계에서도 이번 연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페인스타인 의학 연구소(The Feinstein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의 하르딕 파텔(Hardik Patel) 교수는 리뷰 논문을 통해 “그동안의 연구는 수면 부족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정도였지만 이 논문은 수면 부족이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자적 단위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한 연구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그동안 수면 장애로 발생한 문제는 그 증상을 없애는 방법으로 치료했지만 이 논문으로 앞으로는 보다 전체적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