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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양성평등은 밥상머리교육과 가족의 복원부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김행 원장

   
▲ 올해 3월 24일 우리은행 본점 대강당에서‘폭력제로사회 선언대회’에 앞서 사전행사로 거리캠페인이 진행되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 김행 원장은 본격적인 여성의 사회 진출과 참여가 채 30년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140대 공약 중 양평원에서 중간관리자들을 위한‘여성인재 아카데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7월 1일부터 양성평등기본법이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고, 2017년까지는 정부의 각종 위원회에 여성을 40% 할당하는 등 이러한 초석들이 모여 양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었다.

김행 원장은 양성평등한 사회 구축을 위해 거대 담론보다는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사회적인 성공보다는 개인의 행복, 가정의 행복이 있어야 국가가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 원장은 가정의 행복과 교육을 강조했다. 개인적인 성공보다는 본인이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삶의 행복이라는 척도가 아이와 가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며 비도덕적인 사회로 추락하게 된 원인을 가족의 해체에서부터 기인했다고 보았다. 대가족의 해체에서부터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핵가족시대의 빠듯한 살림살이와 지나친 교육경쟁으로 인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아닌 우선순위를 혼돈하게 되고, 가정의 불화나 탈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가족들과 관계를 복원하는 작업부터 우리 사회가 시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양성평등과 여성의 사회 진출과 관련해서도 김 원장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우리 사회가 win-win전략이 아닌 lose-lose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양성평등이 요원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정책과 제도가 정착되고, 무엇보다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지원정책이 수립된다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 가족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앞으로 20년 후면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김 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지난 5월 21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제10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과 연계하여‘아시아와 평화, 여성인권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기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양평원은 2003년 설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 사업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 직결되는, 공무원 대상의 성인지교육과 국민대상의 4대악 관련 폭력예방교육을 위한 전문강사 양성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강사는 8개 분야로 양성평등교육, 성희롱예방교육, 성매매예방교육, 성폭력예방교육, 가정폭력예방교육, 성별영향분석평가교육, 성인지인권통합교육, 폭력예방 통합교육 과정으로 2천명이 넘는 강사를 배출했으며, 전국에서 해당 분야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은 집합교육과 사이버교육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3월 25일 2015년 양평원 주력사업인‘양성평등미디어’플랫폼을 오픈하여 교육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오픈 이후 4개월간 144개의 콘텐츠를 자체 생산하여 업로드하였고, 현재까지 약 40만회 노출되었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양평원의 콘텐츠를 손 안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플랫폼 운영과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양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진흥사업도 진행합니다. 양성평등디자인공모전, 양성평등상, 양성평등시범학교, 대중매체 모니터링, 여성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포럼 본(BORN), 국제심포지엄 등의 진흥사업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성대통령시대, 아직도 갈 길이 멀어보이는데요
  여성의 대표성은 중요합니다. 정책이 성주류화 되면서 정책의 결정권자에 여성이 들어가 있을 때 여성의 요구가 반영된 정책이 나오게 됩니다.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이 매우 활발해졌는데, 이는 교육기회가 균등해지고, 노동형태가 여성친화적으로 바뀌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일자리에 많이 들어왔으면 공적영역이나 여성이 나가서 비어있는 사적영역에서도 여성의 요구가 반영되고, 어떤 식으로든 정책적으로 채워져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결정권자들이 그것을 총괄적으로 처리해야 하기에 여성이 결정권자 안에 얼마나 많이 들어가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장관이 여성인 것도 중요하지만, 고위공무원이나 고위직에 여성임원이 더욱 필요합니다. 특출한 여성 한두 명이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여성의 지위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지난 UN컨퍼런스에서‘Planet 50:50 by 2030 : Set It Up for Gender Equality’라는 행사가 열렸는데, 2030년까지 양성평등을 위해 정치 분야에서 50:50인 세계를 만들자는 구호가 만들어졌습니다. 의사결정기관에 여성들이 진출하는 것, 즉 임명직이 아닌 선출직인 지역구 의원의 50:50을 만들어 놓으면 아마 정치문화가 바뀔 것이고, 사회문화도 바뀔 것입니다. 세계은행에서 작성한 2012년도‘세계개발보고서(WDR)’에 의하면 여성지도자가 많은 지역이 청렴도가 더 높다고 합니다.

   
▲ 올해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인도 델리에서 열린‘반인신매매 국제 컨퍼런스: 여성과 아동을 중심으로’에 김행 원장이 참석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북유럽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북유럽은 여성의 사회적 참여 경험이 우리나라와 다르기도 하고, 이것을 제도화하는 데 들인 시간이 4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제도의 법제화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역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 다양하게 개입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유럽의 경우도 남성의 육아휴직을 처음 시행했을 때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육아휴직은 여성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그러나 쿼터제를 실시하면서 남성들이 육아휴직에 많이 노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육아휴직제도가 성평등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남자들이 거기에 선뜻 참여하지 못하는 다른 사회문화적 조건이나 사회기대, 요구 등 있습니다.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감수성의 문제이고, 제도에 감수성이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 문제입니다.
 
저출산과 여성의 사회진출, 어떻게 해소해야
저출산 고령화의 해결책은 누구나 경력단절 없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주요 OECD국가의 경우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정책시스템을 잘 갖춘 국가일수록 출산이 왕성한 30대 여성 고용률이 높고, 여성 고용률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습니다. 전통적으로 가부장 질서가 강한 네덜란드에서도 여성이 주로 육아를 담당하여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 어려웠으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다양한 형태의 여성취업을 보장하고, 정규직·비정규직간 격차를 완화하여 고용안정성을 꾀한 결과 출산율도 제고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육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부와 기업의 공동책임임을 강조하여 출산과 육아가 수월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 것입니다. 일·가정 양립 및 양성평등은 여성노동력의 안정적 확보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복지정책인 동시에 성장정책입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하여 여성인력활용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일하는 엄마가 경력단절 없는 유능한 인재로 성장하고, 여성이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동등하게 일하며,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당면과제입니다. 사회·경제적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절실합니다. 예컨대 다양한 휴가제도와 유연근무, 파트타임 및 탄력근무제와 같은 친가족적 근무형태를 활성화하고,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일·가정양립 가족정책 우수기업 표창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개발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높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양평원에서는 2013년부터‘여성인재 아카데미’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12,000여 명의 교육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여성의 특수성을 고려한 특화 콘텐츠 개발로 남성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데요
폭력을 바라보는 것에 있어서도 일반적인 폭력은 가해자가 잘못되었다고 명백하게 이야기해 주지만, 성폭력과 가정폭력은‘피해자가 뭔가 피해를 당할 만한 원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폭력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성역할이라는 것도 모호하게 이해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을 자행하는 가운데 가해자는 ‘그럴 법도 하다’하고, 그 욕망이나 권한을 인정해주고, 피해자는 그것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한 폭력이 성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노출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노출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가지고 이야기 하는 것은 옛날 관점으로, 보통 절도사건에서‘문을 잠궜느냐?, 안 잠궜느냐?’를 가지고 절도여부를 판단하지 않습니다.‘여성이 노출했느냐, 안 했느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여성을 대상으로‘범죄를 저질렀느냐, 안 저질렀느냐’만 보면 됩니다. 폭력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것은‘관심’입니다. 양평원에서도‘Don’t Skip’이라는 공익캠페인 광고를 통해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고,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교육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양평원은 올해 모바일 교육시스템 도입으로 본격적인 스마트-러닝 기반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집합교육과 사이버교육이 중심이어서 국민대상의 교육으로 확대해나가기 어려운 점을‘양성평등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양성평등과 4대 폭력예방의 두 축으로 각각의 콘텐츠를 다양한 형태로 제작하여 플랫폼에서 개인 SNS로 콘텐츠를 바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아이엠컴퍼니와 MOU를 맺고, 학부모, 교사가 활용하는 앱(아이엠스쿨)을 통해 부모와 교사 자신, 그리고 자녀, 학생들에게 성별고정관념이나 의식을 개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강의영상, 인터뷰, 카드뉴스, 공익광고 캠페인 등을 제작하여 배포하였고, 하반기에는 애니메이션, 인포그래픽과 같은 더 다양한 구성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여 배포할 예정입니다. 간혹 모바일콘텐츠로 교육을 한다고 하면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양성평등과 같은 교육은 학습자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양성평등과 같은 문제는 사회·조직문화가 변해야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데, 기존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사회·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콘텐츠의‘확산’이 곧‘교육’이고, 대한민국의‘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양평원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양평원은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 양성평등교육의 중심 역할을 담당해왔습니다. 취임 이후 양평원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하기 위해 BI 신규 제작을 시작으로‘교육 강화’에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각 분야의 우수한 초빙·외래교수진을 확보하고, 교육콘텐츠 강화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내부 교수진 또한 기존의 강의안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자료와 강의 기법으로 교육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강의시연과 같은 활동으로 독려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양성평등미디어’라는 플랫폼 오픈으로 양성평등 콘텐츠를 통한 대국민과의 접점을 마련했다는 것, 그리고 책무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공기관 평가(2014년 여성가족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