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부모님과 동리 어른들을 따라 산에 나무를 하러 자주 갔다. 모두들 한 곳에서 꾸준히 나뭇잎을 긁어모으는데 나는 나뭇잎을 찾아 온 산을 헤매기만 했다. 멀리서 보면 나뭇잎이 많이 쌓여 있는 것 같으나 정작 그 곳에 가보면 만족스럽지 않아서 자주 돌아다니기만 했다.
결국 다리가 아프고 힘이 빠지고 해는 넘어가게 되어 같이 간 어른들의 꾸중과 도움을 받아 나뭇잎을 한 지게 지고 돌아오곤 했었다. 일망타진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마음이었으니, 좋은 뜻으로 요행을 바라는 순진한 마음이오 나쁜 말로는 노력 없이 거져 먹자는 도둑의 심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옛 속담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라는 말이 있다. 땅을 파서 물을 얻으려는 사람이 여기 저기를 조금씩 파면 아무데서도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한 곳에서 진득이 깊게 파내려가야 물이 나오는 우물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신중하게 선택한 한 곳에 뜻을 두고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밀고 나가라는 경고이다. 만날 때 마다 명함이 바뀌는 사람 치고 하는 일이 잘되는 경우가 드문게 사실이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그의 역작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인간은 누구나 다가올 내일의 운명을 향해 알찬 정서 생활과 건전한 정신적 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세 개의 필요조건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공동체에 대한 귀속의식과 이 세상의 구조에 대한 인식, 그리고 인생의 의미 파악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다.” 자연과 인간 사회의 전체 속에서 자기가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을 정확히 인식하고 삶의 가치와 보람을 올바로 창조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재의의를 살려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 사람의 생애를 값지게 만들어 가는데 있어 주어진 생명의 기간은 너무 짧다. 이 짧은 기간을 우왕좌왕하고 이 우물 저 우물 다 파다가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일찍이 독립운동가이신 서재필(徐載弼) 박사께서 1932년에 발간된 ≪평화와 자유≫라는 책자에 기고한 ‘조선의 장래’란 글에서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아직까지도 우리 가온데 엇던 물건의 성명이나 곳치고 우리 형상의 외양이나 변하고 우리 일흘 압헤 듯기 조흔 형용사나 붓치게 되면 만사가 형통하리라고 꿈꾸는 사람이 잇슬가 두렵다.
내가 진심으로 바라기는 우리가 일제히 공허한 영예를 쪼차다니는 버릇을 바리고 실제적, 사실적 사업을 성취하도록 노력하엿스면 함이다.” 어두웠던 일제 치하에서 한 이야기지만 80여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되는 말이다.
자기가 놓여진 좌표를 정확히 읽고, 갖고 있는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파악 하며,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설정하여 꾸준히 정진하는 자 만이 생애의 보람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가장 적합하고 가능성 있는 터를 잘 골라서 맑고 풍부한 물이 나올 때까지 오로지 한 우물 만을 지성을 다해 꾸준히 파내려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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