得魚忘筌
득어망전
물고기를 잡고 나서는 고기잡는 통발을 잊어버린다
우리 속담에 ‘도랑 건너고 지팡이 버린다’는 말이 있다. 위험한 도랑이나 개천을 지팡이 덕에 잘 건너고 나서는 이제 필요 없으니까 그 지팡이를 버리고 간다는 말이다. 또한 덫을 놓아 토끼를 잡은 다음에는 그 덫을 버린다는 말이나 사냥개로 하여금 토끼를 잡게 한 다음에는 그 사냥개를 솥에 삶아 먹는다는 말은 다 같은 뜻을 갖고 있다. 덕을 본 고마움이나 입은 은혜를 잊어버리는 인간의 배은망덕(背恩忘德)한 처사를 비유하고 있는 이야기다.
중국의 고전 중 하나인 ≪장자(莊子)≫라는 책의 외물편(外物篇)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전자소이재어 득어이망전(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즉, 통발이라는 것은 물고기를 잡기 위한 것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그 통발은 잊어버리게 된다는 뜻이다. 이 문구의 일반적 함의는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은혜를 저버리는 좋지 못한 행위를 지적하는 것이지만, 정작 이 책을 쓴 장자의 의도는 좀 다르게 되어 있다. 목적을 이루고 난 다음에는 이에 이용된 수단이나 방법 등은 잊어버리라는 뜻이다. 물고기를 잡았으면 그만이지 그 통발에 미련이나 애착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까지도 자기 뜻을 전하고 난 다음에는 자기가 한 말마저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세속을 초월한 높은 경지의 사람만이 할 수 있음을 일컫고 있다.
‘득어망전’이란 사자성어에 대한 이 두 가지 극단적 해석 가운데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 쉽고 또 지켜야 할 것은 수단이나 방법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윤리이다. 도랑을 건너고 난 다음에도 그 지팡이를 버리지 말고, 물고기를 잡고 난 다음에도 그 통발을 잘 간수하며, 은혜나 도움을 받은 다음에도 그 사람을 잊지 아니하고 있다가 후일에도 요긴하게 다시 사용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슬기롭고 의로운 자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이와 같은 자세는 사업의 지속과 발전을 위해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김안제 (본지 편집기획위원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한국자치발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