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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100년만의 역전’… 보험권, 은행권 수익 앞질러

 

   
 

보험업계의 순이익이 은행권을 추월했다. 총자산이 1,700조원에 육박하는 은행권의 지난해 순이익이 총자산 830조원에 불과한 보험사보다 뒤쳐지는 일이 발생한 것. 지난 1897년 한성은행(조흥은행 전신), 1922년 조선화재(메리츠화재 전신)가 각각 국내 최초의 은행과 보험사로 설립된 후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 금융 역사 100년 만에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권을 앞선 것이다. 이러한 역전이 가능한 것은 보험사의 수익성이 개선 됐다기 보다는 저금리 환경 속에서도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추지 못한 은행권의 안일함이 주된 이유로 작용한다.

  금융시장의 절대 강자인 은행권(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경남·광주·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농협·산업·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합친 국내 18개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6조 2,000억원으로, 보험권(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동부화재 등 31개 손해보험사를 합친 56개 보험사는 지난해 1~3분기에 5조 1,000억원, 4분기에 지난해 분기별 최하 실적인 1조 5,000억원 달성을 가정해도)의 지난해 순익은 6조 6,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은행권 순이익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개별사로 따져봐도 지난해 삼성생명의 순이익(1조 4,000억원)은 신한은행(1조 5,000억원)에만 약간 뒤질 뿐 우리은행(1조 2,000억원), KB국민은행(1조원), 하나은행(9,000억원) 등보다 많다. 이러한 역전 현상에는 보험사의 순이익 증가보다 은행권의 순이익 감소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2005년까지만 해도 은행권의 순이익은 13조 6,000억원에 달했고 보험사의 순이익은 3조 3,0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순이익이 은행권은 절반으로 줄고, 보험사는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은행권은 수익의 90% 이상을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수년간 계속된 저금리 추세로 이자 마진이 줄면서 순익이 급격히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유망 중소기업 발굴을 소홀히 한 채 덩치가 크고, 안전하다는 대기업 대출에만 치중한 나머지 STX그룹, 쌍용건설, 동양그룹, 동부그룹 등의 부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보험사들 역시 저금리 환경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일찍이 역마진 리스크 관리를 시작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1회로 끝나지 않고, 올해 이후에도 금융권에서 은행권은 맏형의 역할을 차석인 보험권에 넘기는(순이익) 수모가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이자마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정부가 가계대출 부실 우려에 따라 올 초 2%대 장기 고정금리대출상품을 내놓은 것도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은행의 수익성을 개선 시켜 줄 환경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지만, 해외진출은 물론 투자자문 수수료 등 새로운 수익원 개발을 위한 은행권의 자구 노력이 있다면 다시금 은행권은 금융권에 있어서 맏형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