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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노동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의 우리 교육 진단과 미래 구상

교육혁신 통해 ‘의미 있는 경쟁’· ‘지속가능한 발전’ 이뤄야...미래교육위원회 발족… ‘2030년 한국교육 큰 그림’ 그리는 연구 중

2016-08-31 17;09;44.JPG▲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이 우리교육 진단과 미래 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무의미한 경쟁보다는 의미 있는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우리 교육과 사회의 역할이자 책무라고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말한다.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데,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쟁은 자신의 꿈과 끼를 키워내기 위한 자기 자신과의 경쟁, 즉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저마다 가진 재능을 활짝 꽃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게 김재춘 원장의 생각이다. 김 원장은 또,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된 데에는 교육의 힘이 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압축성장에 따른 부작용 해소, 4차 산업혁명의 도래 등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응, 창의인성교육의 추진과 글로벌 인재 육성 등의 과제를 안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교육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직선에서 한 줄로 세우지 말고, 360도 원에서 전방위로 누구나 얼마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영역의 선두주자가 되고 새로운 일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평등하고 포괄적인 교육을 제공하여 사람과 사회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춘 원장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은 학교교육의 질 제고와 자유학기제 도입 등으로 국제적인 모범사례로 꼽힐 만큼 발전하였지만, 입시제도를 포함한 대학교육은 보다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요 교육정책 및 현안에 대한 진단과 대책, 21세기 한국교육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교육개발원의 현황과 역할에 대해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의 생각과 구상을 들어봤다.

글 편집국

의미 있는 경쟁과 지속가능한 발전이 답이다
먼저, 저출산, 양극화, 평생학습사회의 도래 등 교육이 처한 환경 변화와 문제, 그리고 해결방향에 대해 김재춘 원장은 지속적인 토론과 협업을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지나친 교육열에 대해서도 김 원장은 한 마디 거들었다. 아이들이 배우는 것에 관심을 갖고 몰입하는 것은 굉장히 생산적이면서도 중요한 자산이지만, 성적을 올리거나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만을 강요하는 교육열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현재의 교육체제와 사회경제구조로는 무의미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더욱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혁신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의 수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김 원장은 교육에서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의미 있는 경쟁이 되도록 교육의 지향점과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져야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사회복지 및 사회보장 차원에서 평등하고 차별없는 환경이 조성돼야 우리사회가 보다 더 밝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현재 전교생이 100명 이하인 학교가 초등학교는 30%가 넘고, 중학교는 21%, 일반고와 특성화고는 각각 5%가 넘는 상황에서 학교의 존립여부가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학교를 폐교할 경우 지역사회가 붕괴될 수 있고, 유지할 경우 학교가 제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와 정책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김 원장은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권마저 흔들리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스승을 존경하는 문화와 전통이 강했는데, 최근 들어 학교에서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사에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를 방지하고 바로잡기 위해 학교 내에서 교사폭행 시 가중처벌하는 법안이 심의 중에 있으며, 이 밖에도 사회 전반에 걸쳐 교권을 존중하고 강화하는 움직임과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은 우리 사회의 큰 이슈 중 하나였다. 김 원장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우리 사회가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전제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 대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교육과 사회가 어떤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하고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본격 운영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이 이러한 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이 고등학교와 대학으로 확산돼 간다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원장은 전망했다.

자유학기제 도입 등 교육의 새로운 변화 실험 중
UN이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5.984점을 받아 158개 조사 대상국 중 47위를 기록했다. 또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의 10대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이며, 주요 자살충동 원인은 학교성적, 진학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평소 얼마나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 원장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 사회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원장은 청소년의 행복지수와 관련하여 대안이자 가능성으로 보고 있는 것이 올해로 4년째 시행 중인 중학교 자유학기제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면서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행복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 도입의 근본 취지는 학생들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 지필시험으로부터 해방시켜 주고, 조사, 발표, 토론, 융합학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 및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수업으로 혁신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거꾸로 교실’로 알려진 ‘플립러닝’, 문제해결학습을 의미하는 ‘PBL수업’ 등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문제도 만들고 해결책을 찾으면서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의견을 제시하면서 수업 전반에 걸쳐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학습의지를 가지고 참여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학생들 스스로 선택학습을 가능하게 해 한 학기 동안 170~180시간을 예·체능활동, 동아리활동, 주제학습 등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즉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즐겁고 행복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막연히 성적을 올리기 위한 수업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나 학습활동을 통해 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이 주체가 되는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해지게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체험형 진로교육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직업분야의 종사자나 전문가가 직접 교실로 찾아와 강연을 해주거나 원격수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면하고, 실제 직장이나 작업장을 방문하여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직업을 미리 체험해 봄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해준다.

김 원장은 자유학기제가 머지않아 사라질 선택형 지필고사로부터 학생들을 해방시켜 주는 대신, 10년 또는 20년 후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길러 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문제를 만드는 동시에 해결책을 제시하며, 자신의 꿈과 끼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자신이 꿈꾸는 미래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유학기제에 대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만족도가 높다.

2016-08-31 17;10;05.JPG▲ 김재춘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이 지난 5월 13일 서울중앙우체국 스카이홀에서 ‘교육과정 개정 및 교육정책 변화에 따른 교원 양성과정 개선 방향과 과제’ 라는 주제로 열린 제93차 KEDI 교육정책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취재 당일 교사 1500명이 참가한 자유학기제 교사 워크숍이 진행 중이었는데, 다양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준비하느라 힘이 들긴 하지만, 교사로서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면서 진짜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김 원장은 실험적으로 도입된 자유학기제가 이처럼 순기능을 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미래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과도기로서 이 같은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고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학교폭력 등 청소년 관련 문제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대부분의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로, 예방 및 근절 차원의 교육이나 제도, 정책 등을 통해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계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데, 학교마다 상담교사를 배치하고, Wee클래스, Wee센터, Wee스쿨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케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어울림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더불어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활수 있도록 하는 시도들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직업 및 진로와 관련하여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통해 산업체가 요구하는 기술과 기능,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교육과 함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올해부터 모든 공업계 고등학교에서 일·학습 병행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교과과정과 실습을 병행하고 있으며 실습은 공동실습소나 산업체에서 진행되고 있다. 직업교육과 달리 일반교육은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전공 및 선호 분야에서의 진로를 모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인생 이모작에 있어서 인생 일모작과의 직무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인생 이모작의 라이프 사이클로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아 이모작의 진로에 대한 탐색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평생교육 활성화 등을 통해 이모작에 대한 준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모작 세대의 경제활동과 사회 참여 및 봉사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교육위원회 운영과 한국교육종단연구 수행
김 원장이 취임 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미래교육위원회를 출범시켜 진행중인 ‘교육개혁 전망과 과제’ 연구다. 지금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2030년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며, 사회인으로 성장한 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고 이에 대비해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를 앞서 내다보고 이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미래교육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첫 회의를 가졌다.

미래교육위원회는 지능정보사회의 도래 등 미래사회에 대비해 우리교육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중장기 큰 그림을 그리는 기구로,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류철균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 등 사회 각 분야의 저명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프로젝트는 한국교육종단연구로, 2005년과 2013년에 각각 시작됐다. 2005년에 시작된 연구는 올해 12년째로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기까지의 종단 데이터를 모으고 있고, 2013년에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새로운 종단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시차가 있는 두 종단연구를 통해 장기간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활용하여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보다 높은 수준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해와 진단이 가능하다.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교육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을 하기 때문에 교육개발원에서 생산해낸 신뢰성 있는 데이터와 분석을 기반으로 교육당국의 정책 결정과 실행이 이루어지면 우리나라 교육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교육개발원의 정책기여도 또한 더욱 높아질 것으로예상된다. 김 원장은 한국교육종단연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수 있는 우리의 중요한 데이터이자 연구자료이며,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나가며
김 원장은 글로벌 시대와 남북통일 시대에 대비한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개발원의 역할도 강조했다. 먼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5월 인천 송도에서 유네스코, 교육부와 함께 1백여개국, 1천 5백여명의 교육전문가들이 참가한 세계교육포럼을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인권, 평화, 정의, 비차별, 다양성, 지속가능 발전, 글로벌 세계관 등을 핵심 가치로 하는 세계시민교육을 제안하였으며, 유엔에서는 이를 글로벌 의제 가운데 하나로 채택해 이행에 들어갔다. 한국교육개발원은 또 정부, KOICA와 함께 개발도상국의 교육개발을 지원하는 교육 ODA(공적개발원조)사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은 통일교육연구실과 탈북청소년지원센터를 통해 탈북청소년들에게 교육과 상담을 지원해 주고 있으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통해 남한사회의 정착을 도와주는 등 다양한 교육지원활동으로 통일시대 교육에 대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재춘 원장은 우리나라 초·중학교 교육은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통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였으며 앞으로도 미래사회 인재양성을 위해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입시의 영향 아래 있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육은 여러 측면에서 심층분석을 통해 점진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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