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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구

영양군 ‘일월산 자락 큰 잔치 났네’

- 제5회, ‘일월산 도곡리 마을 숲 축제’한마당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모전 대상 수상’ 지
- 향수 담은 풋굿놀이 전통농경문화 재현해

천혜의 자연경관이 병풍처럼 펼쳐진 영양군(군수 권영택)에 전통과 현대문화가 접목된 한마당 마을 큰잔치가 났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대상 수상’지로 알려진 영양군 관내 마을의 전통농경문화로 이어오는 ‘풋굿놀이’ 마을 숲 축제 한마당이다. 오는 5일, 일월산(해발 1219m)자락 도곡리 마을 숲속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질 터여서 농사일과 삼복더위에 지친 마을주민들이 한껏 달뜨 있다.


도곡리 마을 숲 축제는 지난 2013년에 처음 시작돼 올해 다섯 번째로 열리는 행사로 볼거리와 먹거리뿐만 아니라 즐거움이 있어 인심마저 풍성한 토속축제로 알려져 있다. 이날만큼은 마을주민뿐 아니라 객지에 나가 있는 출향 민을 비롯해 피서 철 관광객들이 오붓이 모여 먹고 마시고 노래하는 신명난 잔치판이 벌어지게 된다.
특히 축제가 열리는 도곡리 마을 앞에는 수령이 300년이나 된 느티나무와 느릅나무군락의 숲 그늘이 좋아 농경문화를 지켜온 선조들에게 있어 풀 짐 지기, 꼴 따먹기, 감자삼굿, 그네타기 등 추억서린 놀이터였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이농현상으로 우리네 선조들이 즐겼던 전통놀이 대부분이 잊혀 가고 있는 추세다. 이를 애석히 여겨온 마을 주민과 서울에 살고 있는 몇몇 출향인사들이 뜻을 모아 지난2013년 5월 초, 전례 돼온 옛 문화에 전시와 공연 등 현대적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접목시켜 풋굿놀이를 재현한 것이 지금의 도곡리 마을 숲 축제가 됐으며 이제는 영양군의 대표행사로 둥지를 튼 것이다.




▶ 예산, 기획, 연출 모두 주민, 출향 인들이 도맡아
마을숲 축제의 모든 프로그램은 주민과 출향 민들에 의해 진행되고, 행사경비는 전액 출향 민과 주민의 찬조로 마련돼,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이 자그마치 3천만 원이 넘었다. 도곡리 마을 숲 축제는 예산뿐 아니라 기획, 연출, 출품 등 모든 것이 주민과 출향 민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이결과, 제14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모전(생명의 숲 국민운동 ․ 산림청 · 유한킴벌리 공동주최)에서 ‘도곡리 마을숲’을 출품한 것이 당시 수많은 경쟁지를 제치고 본선에서 대상(생명상)을 거머쥐게 됐다.


도곡리 마을 숲 옆에 들어선 복합 문화센터에서는 최근 주민들이 농한기를 틈타 서예와 그림을 배우고 풍물도 배우고 있다. 주로 부녀회 회원들로 구성된 풍물패는 이제 마을 숲 축제장에서 흥을 돋우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마을 숲의 경관적 가치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이 마을 숲 공간을 문화예술 행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모전에서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축제가 5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특기할 만한 일로서 관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해서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어나가자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자체도 적극지원에 나섰으며 언론사들도 매년 관심을 갖고 마을 숲 축제를 심층보도하기에 이르렀다.




▶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축제 지원 사업으로 선정
정부도 축제를 지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도곡리마을숲 축제를 농촌축제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고 올 행사시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도곡리마을숲 축제가 경북 지역에서 유일하게 신규선정이 된 것이다.


이번 축제는‘전통 농경문화의 재현’을 부제를 달아 기획을 하고 있다. 마을의 수호신 당 나무 앞에서 지내는 당제와 숲 둘레길 한 바퀴를 도는 지신밟기로 시작되는 축제는 풀 짐 지기, 꼴 따먹기가 시작되는데 풀 짐 지기는 풀을 누가 많이 지느냐에 따라 우열이 겨뤄진다. 꼴 따먹기는 표적 지점에 낫을 가장 가까이 던지는 사람이 소꼴을 몽땅 가져가는 옛날 초동들이 즐기던 놀이다. 감자삼굿은 여름철 허기 질 때 냇가에서 감자를 구워먹던 추억으로 뜨겁게 달궈진 자갈에 물을 들어부어 생기는 증기로 감자나 옥수수를 쪄서먹는 옛날 아이들의 놀이였다.


지난해 약식으로 선 보였던 ‘서원들 보제’도 좀 더 구체적 형태로 복원됐다. 도곡리의 아랫마을에 있는 서원들의 봇도랑 물이 풍부히 흐르고 풍년농사를 기원하던 서원들 보제가 마을숲축제 덕분에 되살아난 것이다. 힘 센 봇 꾼을 뽑기 위한 들돌 들기 시연과 보 입구에서 지내던 보제(봇 제사), 그 막간에는 모내기 때 부르던 노동요인 모심기 노래가 목청 좋은 어르신들의 구성진 노래로 이어진다. 특히 무대 옆 몽골텐트에서는 추억의 사진전과 주민과 출향민이 직접 쓰고 그린 서예와 그림 작품이 전시된다. 캐리커처 그리기, 야생화 채색하기, 명패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도곡리 특산품인 일월산 산나물과 고추, 단삼, 야콘 등 판매부스도 마련될 예정이다.


주민들과 출향민 등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향토 출신의 가수 배용과 권정화 등이 초대될 예정이다. 아리솔국악예술단의 품바각설이와 영양 문가모공연단의 공연과 영양 색소폰 동호회의 ‘바람소리’연주도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축제 덕분에 주민과 출향 민들은 숲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조상들의 노력으로 300여 년 동안 보전돼온 마을 숲이 사라졌다면 이 같은 숲 축제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지자체도 도곡리 마을 옛 향수 보존사업에 본격 나서
지난해 축제 때 주민과 출향민들은 후계 목(木) 식목과 마을 숲 보전을 위해 ‘도곡리 마을숲 푸르게, 푸르게’캠페인을 채택 결의했고 그 후속 조치가 연이어지고 있다.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에 대해 먼저 영양군이 마을 숲 정비사업 지원으로 화답을 보내온 것이다. 정비 사업으로 마을 숲 가운데로 관통하는 콘크리트 수로가 걷어지고 석축으로 쌓아 아름답고 친환경수로가 만들어졌다. 숲이 뻥 뚫려 있던 족구장에는 느티나무 후계 목을 식재했고, 숲 바로 옆 공동 농기계창고 외벽에는 벽화를 그려서 마을 숲과 조화로운 경관을 연출했다.


예술작품으로 알려진 벽화는 한낱 허름한 창고였던 가건물에 45년 전 마을숲 앞에서 찍은도곡리 초등학생들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변신시킨 귀향 화가 이산뜻한 씨의 작품이다. 그 옛날 도곡리 마을 숲에서 꿈을 키웠던 아이들도 어느덧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이런 주민들의 애정 어린 노력으로 마을 숲은 아름답게 부활하고 있다.


▶ 마을숲 부지확장 사유지 750㎡, 이희화·희병 두 형제가 매입 마을에 기증키로
최근 행사를 목전에 두고 또 다른 미담사례가 주민과 출향 인들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향인 이희화 씨(구영테크, 대표)와 동생인 이희병 씨(도곡리 출향인 대표) 두 형제가 숲 부지 확충을 위해 마을 숲 인근 밭750㎡를 사비를 들여 매입해 마을에 기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고향을 위한 두 형제의 대가 없는 기부는 요즘 시대 보기 드문 미담사례다. 해당 토지는 이미 분할측량이 완료되어 조만간 도곡리 마을 회 명의로 이전 등기를 앞두고 있다.


지역사회도 ‘마을숲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에 동참했다. 도곡리 1구에 있는 유기농 비료공장에서 기증한 150포의 유기농비료들로 마을 숲 전역을 시비했고, 그 영향으로 마을 숲은 지난해 보다 훨씬 더 울창해졌다. 5년 째 이어진 마을숲 축제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축제를 총괄하고 있는 도곡리축제준비위원회(공동대표 이희락 이장, 이희병 출향민 대표)는“마을숲 축제를 계기로 주민의 단합과 출향민의 고향사랑이 더 커졌다”며 “궁극적으로는 농촌 주민의 삶의 질과 문화적 수준이 높아지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마을숲 축제 덕분에 우리고장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점도 큰 성과”라며 “도곡리 마을숲 축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 그리고 언론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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