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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검찰 ‘원세훈․국정원’ 재수사 착수…‘정치보복’ vs '활동 적법‘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광범위한 인터넷 여론 조작을 했다는 적폐청산 TF의 자체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좌천성 인사를 당해온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으로 속속 집결하면서 대대적 재수사를 예고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앞서 국정원에서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어떤 방식으로 조사할지 여러 방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수사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지난 8일 국정원에 TF가 발표한 댓글관련 자료 전반에 대한 협조의뢰 공문을 보냈다. TF는 11일 관련 자료 일부를 제출했고, 나머지 자료도 곧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10일 중간간부 인사로 과거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이 대거 윤석열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부서로 배치했다. 진재선 대전지검 공판부장이 선거 사건 전담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김성훈 홍성지청 부장검사가 주요 공안부서인 공공형사수사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의 공소유지를 맡아온 이복현, 단성한 검사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에 기용됐다. 윤석열 댓글 수사팀장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후 댓글 수사팀 검사들이 모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검찰이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과 별개로, 국정원 TF가 발표한 자료 중 추가수사 지점을 포착할지 여부다. 특히, TF가 발표한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은 국정원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작성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이 국정원이 광범위한 SNS 활동을 통해 사이버 공간의 불법 정치활동에 개입하는 시발점이 됐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댓글 사건 수사가 이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로 확대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TF 조사에서 원 전 원장이 심리전단에 SNS 대응팀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청와대 보고 후 심리전단에 35명이 증원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대상으로 분석에 들어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재판에서 변론재개를 신청한 뒤 추가로 증거를 제출할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은 8월 30일 선고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아직 국정원에서 관련자료가 넘어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한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공안부를 중심으로 수사계획 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이 자료를 넘기면 복수의 공안부서를 묶어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방안과 공안부와 특수부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의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거 댓글 수사검사들이 공안라인 주요 부서장으로 보임돼 공안부가 주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시간이다. 당장 8월 30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검찰은 기존 공소사실에 빠진 최대 30개의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한 정황 등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법원에 변론 재개를 요청해 재수사시간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원 전 원장의 공소사실을 보강하는 한편, 국정원의 추가 불법 정치활동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 새로운 혐의를 밝혀내거나 나아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까지 수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자유한국당은 국정원 적폐청산TF의 활동이 이명박·박근혜 정권만을 겨냥하는 등 사실상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국정원 적폐청산TF에 맞서 ‘국정원개악저지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11일 첫 회의를 열고, DJ․노무현 정권 때의 국정원 활동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사를 맡은 이완영 의원은 “적폐청산TF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사건만 선정했기 때문에 특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DJ․노무현 정부 때 사건들도 우리 특위에서 추려서 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범계 최고위원은 14일 자유한국당이 국정원 적폐청산 TF에서 법률상 아무 조사 권한이 없는 외부인이나 파견 검사가 비밀문건을 열람하고 내용을 조사하는 것은 불법 행위로 규정한 것과 관련, “국정원 개혁발전위는 국정원장이 만든, 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자문기구이고,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국정원장이 만든, 내부 정규 직제에 해당한다.”며, “법률에 근거한 정당한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시비가 도를 넘고 있다.”면서 “자유한국당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와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위상과 기능조차 혼동하는 무지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4일 국가정보원 적폐청산TF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하자 바른정당은 “전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적 보복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국정원은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 여론조작이라는 정치공작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불법적인 일”이라며, “국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꼭 밝혀 탈정치 국가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반민주, 반헌법적인 폭거”라며, “누구도 예외 없는 철저한 재수사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잡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근절 계기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법과 원칙'을 외치며 국민의 입을 틀어막았던 이명박 정권이 뒤로는 천인공노할 불법을 밥 먹듯 자행한 것”이라며, “이는 혈세로 민심을 왜곡조작하고 정부 비판에 재갈을 물린 묵과할 수 없는 반민주주의, 반헌법적 폭거”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