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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봉사의 보물섬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

남북 평화 기류 타고 100호 주역은 북한 1호 탄생 희망


적십자의 아버지 앙리 뒤낭은 1859년 솔페리노 전투에서 목격했던 공포와 참상을 겪으며 그에 따른 인도적 호소가 오늘날 적십자운동의 기원이 되었다. 적십자의 위대함은 무엇일까. 나라 간에 문이 닫혀서 나라가 포기하여도 전 세계 190개 나라에 평화로 굳게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게 바로 적십자의 힘이다.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탄생했으며 남북적십자의 힘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21세기 대한적십자사는 어떻게 발전했을까. 봉사의 보물섬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이 아름답고 좋은 일엔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오른손이 하는 일 이제는 왼손도 알아야
기자는 지인에게 대한적십자사의 새로운 보물섬 이야기를 듣고 매년 5월 8일 세계 적십자의 날을 맞아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을 창립한 김선향(북한대학원대학교 이사장) 대한적십자사 전 부총재이며 현 고문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며 거절하는 것을 어렵게 설득하게 된 내용은 이렇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던 말은 현시대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너스클럽 회원들이 좋은 일을 하면서 또 이웃이 따라 하게 되는 봉사의 길을 알릴 수 있어 고맙다고 서로 덕담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라고 하자 김동혁 대한적십자사 모금마케팅팀 팀장을 소개해줬다. 그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 출범 모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자’

2016년 9월 30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자’라는 모토로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이후 아너스클럽)이 출범했다. 누적 기부금액 기준으로 적십자에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기부를 약속한 고액기부자가 회원이다. 29명의 창립회원으로 출발, 2018년 4월 기준 93명의 회원과 준회원(유산기부) 3명이 있으며, 모금 성과는 2016년 13억원, 2017년 22억원을 모금하고, 2018년 2주년을 앞두고 90억원을 넘기며 명실상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모금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아너스클럽 전신은‘ 레드크로스갈라’ 모금행사에서 비롯됐다. 선진 적십자에서는 6 0년 역사를 가진 ‘모나코적십자갈라’와 같은 모금행사가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아시아는 문화 특성상 갈라(축제)를 통한 모금행사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대한적십자사는 테이블당 1백만원 행사를 진행하던 시절 새로운 시도로 도전장을 냈다. 2015년 제1회 레드크로스갈라는 경제적 여건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픈 아이들을 위한 천만원 고액 모금행사를 진행하여 모금 목표액을 훨씬 넘는 성과를 이루었다. 2016년 갈라는 지진 및 각종 자연재난에 피해를 당한 이재민들을 도왔고, 2017년은‘ 이른 둥이’와 난민 지원을 도왔다. 아너스클럽 회원들은 아름답고 좋은 일엔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갈라에서 기금 목표액의 두 배를 넘어서는 결과에 큰 도움을 줬다.



짧은 시간 1년 반 만에 회원 90명 넘어

중세시대에는 왕족과 귀족들이 가문의 전통에 따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였다면, 아너스클럽 회원들은 기부가 단순한 지원이 아닌 투자로서 나눔과 기부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유독 가족 회원이 많다. 박재규(전 통일부 장관, 경남대 총장), 김선향 부부, 유중근(적십자 전 총재), 최창걸 부부, 김영자(적십자 전 부총재), 허완구 부부, 김경배(충북적십자 회장), 김병숙 부부, 김한성, 김정수 부부, 김종기, 홍종옥 부부, 전범수, 임복희 부부와 송길자, 송광자 자매가 있다.


회원 한 분 한 분 사연은 어려운 시절을 지나 힘들게 성공한 사업가에서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몇몇 회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양문자 경남지역 1호 아너스클럽 회원은 태풍 루사에 공장이 침수를 당하면서 자연 앞에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잃고 삶을 포기할 때 노란 조끼를 입은 적십자 봉사원들이 기계를 말려주는 등 덕분에 공장은 태풍이 할퀸 자국이 아니라 깨끗한 공장으로 변했다. 현실이 아닌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으며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한성(대주기업 회장), 김정수(대주기업 부사장) 부부는 아너스클럽회원 70, 71호다. 김 회장의 인생 파트너였던 부인 김정수 여사가 2008년 파킨슨병에 걸리면서 남편에게 회사를 키워서 주식회사 설립과 사회에 기부하자는 두 가지 약속을 제안했다. 2015년 부인은 세상을 떠나면서 유언으로 사회에 기부를 다시 한번 당부했다. 2년 후 2억을 들고 찾아와 남편은 부인과 유언의 약속을 지켰다.


허규현 회원은 44호다. 젊은 시절 잘 나가던 장사가 파산하자 자살도 생각했으나 막내딸의‘ 아빠 우리 미래는 밝아요’라는 말에 희망을 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따듯한 밥 한끼에 잠자리까지 내어 주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훈훈했다. 그래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자’라는 모토를 보고 바로 이거다 싶어 충남 1호로 가입하게 되었다.


이성구(마리아병원 대구) 원장, 이용찬(마리아병원부산) 원장은 63, 64호다. 의료인의 투철한 사명감이 남달랐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시절, 의료기술과 장비의 미숙 무엇보다 병원비 때문에 미숙아 사망을 자주 지켜봤다. 의사로서의 자괴감이 컸다. 그런데 아너스클럽 회원이 되면서 20년의 해묵은 빚을 청산하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아너스클럽 90여명 회원 모두 봉사의 사연은 참 아름다웠다.



기부에 동참하고 싶은데 가입과 주요 활동은?

기부금의 범위는 개인명의 현금(재난성금, 기부금, 정기후원금 포함), 현물, 부동산을 포함한다. 유산기부는 준회원으로 분류되고 상속 개시되면 명예회원으로 적용된다. 투명한 기부금 집행과 효과적인 사업 진행을 위해서‘ 인도주의 스타트업 사업 공모전’을 열고 있으며 아너스클럽 회원은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여 다양한 사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또한, 1억원 이상 일시 기부시 기부자 명의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등 해외 적십자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고액 기부자 클럽과 향후 네트워크를 진행할 예정이며 레드크로스갈라와 같은 기금 모금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회원의 예우는 가입식과 회원유공포상이 있고 Honors Club Award는 타 기관 및 대학의 고액기부자가 아너스클럽 회원이 된 경우에 추천을 받는다. 봉사활동 및 견학 기회를 제공하고 국제구호활동 기회(개인 실비 부담)도 부여된다.


인도주의스타트업 공모전 사업 등 다른 고액기부 모임과 차이점은?
국제적십자 원칙에 의거 인종, 계급, 지위에 상관없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한 생각이 동일한 사람들이 모였으며, 공모전 사업 의결권도 한 사람에 한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지정기부를 제외한 비지정기부의 투명한 집행과 효율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 2017년 ‘인도주의스타트업 공모전 사업’을 실시하였다. 공모전 사업은 적십자사 내부에서 새로운 인도주의 사업 발굴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진행하였으며, 아너스클럽 회원들이 직접 제안 평가와 사업 진행을 함께 하고 있다.


2017년에는 총 20여개 사업이 공모전에 참가하여 최종 8개 사업이 선정되어 진행중이다. 2018년에는 적십자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NGO와 연계하여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는‘ 희망의 사다리를 JOB아라’이다. 10명 중의 1명이 외국인인 안산지역에서 다문화 여성을 위한 직업교육이다.


함께 한 석승한 원장(원광대 의과교수, 아너스클럽 56호)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처음 입학식 때 한국어도 어눌하고 무엇보다 자존감이 매우 낮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3개월 동안 미용 뷰티 및 재봉 기술을 배우면서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으며 높은 자신감이 형성되어 보람을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베트남 출신 교육생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곳에서 고국인 베트남 사람들과 친분을 형성하였고, 한국 엄마와 태국 언니. 필리핀 동생, 북한이주민 친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교육장은 서로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하는 문화공동체였습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 외 교육에 참여한 다문화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다문화 봉사단을 조직하고 있다.



레드크로스아너스클럽 향후 계획은?

2018년 9월 30일 아너스클럽 출범 두 돌을 바라보며 고액기부자 100호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100호는 최근 남북평화 기류를 타고 북한 출신 기부자가 나와 북한 1호가 되었으면 큰 의미가 될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100호 기념책자와 디지털 명예의 전당을 만들 예정이다. 디지털 명예의 전당은 대한적십자사의 홈페이지에 회원의 개인 영상과 글이 게재될 것이다. 아너스클럽은 이제 유아기다. 앞으로 뜻을 같이할 수 있는 기부자들이 나와서 수백, 수천 회원의 모임으로 발전하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투자’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의지로 돌파한 “미션 파트너”

어떤 묘수가 있어 그 짧은 기간에 아름다운 봉사를 실천할 엄청난 돈과 사람이 모였을까. 김선향 전 부총재는 한 테이블에 백만 원 행사도 어려웠던 시절 대기업인들 중심으로 천만원 행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고액 기부는 어려움이 컸다. 외부 지원으로 눈을 돌리는 기부문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지면을 통해 부군인 박재규 총장에게 의지가 꺾이려 할 때 용기를 주고, 51호 회원이 되어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처음 뜻을 같이했던 29명의 창립회원이 아니었으면 출범이 어려웠을 것이라 회고했다. 무엇보다 김동혁 팀장이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방불케 할 정도로 주어진 임무에 끝끝내 좌절하지 않고 따라와 줘 고맙다고 속내를 전했다. 김동혁 팀장과 미니 인터뷰를 통해 초창기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다.




김동혁 대한적십자사 모금마케팅팀 팀장
기부자, 적십자사 봉사원 모두 삶의 스승이죠!

김동혁 팀장은 2001년 입사하여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기자가 아너스클럽처럼 고액기부모임은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어떠냐고 질문하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안된다고 90% 이상이 반대했습니다. 창립 20일도 안 남았는데 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서 눈앞이 캄캄했으며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김선향 부총재님의 밀고 나가는 추진력 무엇보다 열심히 하는 리더의 책임에 감동했습니다.”라며 사회에서 만난 큰 스승 같은 존재라고 밝혔다. 무슨 말인지 계속해서 들어보자.


“집에선 부모가, 학교는 학문을 가리키는 선생이 스승이라면 사회에선 학문으로 배운 것과는 인과관계가 매우 다르더군요. 그런데 김선향 부총재님이 18년 동안 적십자 자문위원으로, 총재 직무 대행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그분을 만난 것은 제 인생의 보너스였습니다. 주변에서 고액 모금이 안 된다고 말리고 선후배들도 만류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가 칭찬하는 것도 아닌데 몇 번 좌절도 하고 실망도 컸습니다. 그런데 김선향 부총재님의 흔들리지 않는 눈빛과 밀고 당기는 힘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적십자인이기에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점을 배웠습니다.”라며 2년 전에 안 된다고 말하던 주변 사람들이 이제는 수고했다며 박수로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두 돌도 되기 전에 모금 90억을 돌파했는데 기부자들을 만나면서 남다르게 느낀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큰돈을 가진 사람만 기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산, 전라도 등 전국 방방곡곡 직접 현장에 나가 대면 인터뷰를 하면서 마음속 한숨 소리와 진솔한 마음을 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가입서를 작성해도 입금이 되어야 회원이 되는 것입니다. 인터뷰 제한 시간 30분을 넘겨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식사도 못 한 채 자리에서 일어서자 사무실로 돌아가는 시간 30분 이내에 입금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28분 후에 입금 확인하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의지가 있으면 약속을 지키는 모습에서 이런 것이 대한민국 지도자상이 아닌가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 또는 바라는 점이 궁금했다.“ 잠재적 기부자로부터 후원을 이끌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창립 113주년, 아너스클럽 창립 2주년을 맞아 100호 기부자는 북한 출신 기부자가 나와 북한 1호가 되게 해달라고 밤낮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라며 적십자 사업의 간절한 소망을 드러냈다.




취재를 마치며 대한적십자인들에게 파이팅을

대한적십자사는 1903년 1월 8일 대한제국 정부가 최초의 제네바협약에 가입하고 1905년 10월 27일 고종황제 칙령 제47호로 처음 설립되었다. 오늘날 본사 외 전국 15개 지사, 혈액원 15개, 병원 6개, 봉사센터 50여개, 헌혈의 집 131개, 직원 3500여명이 있다.


한편, 이번 취재를 통해 남다른 봉사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고액기부라는 불모지에 씨앗을 뿌려 아너스클럽을 꽃피우고 숲을 만들어가는 김선향 전 부총재와 김동혁 모금마케팅 팀장, 그 외 회원들은 실천하는 대한적십자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적십자인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은 것이 아닌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적십자 관계자들께 파이팅을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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