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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경기 화성 '現代版 전설의 고향'

- 사건 은폐축소 생사람 잡아 20년 옥고
- 13세에 死, 31세 되는 해 冤魂 풀려

지난 날 국내 방송사가 납량특집으로 제작·방영했던 ‘전설의 고향’과도 꼭 닮은 경기 화성의 마지막 소녀강간치사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화성 부녀자연쇄살인사건 가운데 여덟 번째 희생자사건의 부실(조작)수사실체 전모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구천을 맴돌았던 박 모 씨(현31)의 원혼이 장장 18년 만에 그 한을 풀게 됐다.



이는, 국민의 혈세로 녹봉을 받으며 제 할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사건의 진위마저 감춰 왔던 이 나라 경찰·검찰·국과수의 억압수사와 직무유기행각의 전모가 소상히 드러난 셈이다.


특히 이 사건 발생 후 이춘재(56. 복역 중)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입을 열지 않았다면 ‘지난 20년 간 이나 억울한 옥고를 치르다 가석방된 윤 모 씨의 살인죄는 영원히 묻힐 뻔 했었다.


곧 이 사건은 국가공권력이 힘없고 무고한 시민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토끼몰이식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소름 돋치는 대목이다.
 
1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재수사를 통해 지난 1988년 9월 16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한 박 모양(13) 살인사건 수사전모를 밝혔다.


경찰은 윤 모 씨(52)를 범인으로 불법체포 해 옥고를 치르게 한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 A씨 등 퇴직경찰관7명과 수사지휘검사 B씨(현, 변호사)를 입건했다는 것.


특히 특수부는 범인으로 체포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 모 씨가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박 모 양 치사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이춘재(56. 복역 중. 진범진술)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 2가닥에 대한 유전자(DNA)대조를 할 방침이다.
 
생사람을 잡아 옥고를 치르게 한 ‘화성 8차 사건과 연루된 담당검사와 경찰관들을 입건했다’는 경찰 특수부수사발표를 접하는 순간 온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울분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양 사건을 놓고 당시 수사를 조작한 경찰관이나 수사지휘를 한 검찰의 직무유기에 더해 국과수마저 터무니없는 엉터리분석결과를 내 놓았다는 것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허탈감은 대한민국사법기구 전 분야가 성토의 대상이 됐다.


뿐만이 아니다. 경찰 특수부의 수사결과와는 무관하게 공권력을 멋대로 휘둘러 직권을 남용하고 사건축소은폐조작과 직무유기를 한 명실 공히 탐관오리관료들의 범법사실이 드러났지만 공소시효로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다는 붙임성 발표는 온 국민의 공분과 진노를 사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한민국의 과거사진상조사가 국내·외적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으나 그 첫 성공사례는 화성부녀자 성폭행치사사건의 마지막 희생자에 진범을 알려 그 원혼을 달래는 일 뿐이었다.


부실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처벌은커녕 죄 없는 생사람을 죽이고 무고한 국민에게 옥살이를 시켜도 공소시효라는 대한민국의 기형적 법치가 정말 나쁜 놈들, 뻔뻔한 정치인들에게 바람막이가 되는 나라다.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과 꼭 빼어 닮은 화성사건의 실체가 막을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며 필자는 지난 18년 간 구천을 맴돌아야 했던 박씨(현31)의 원혼이 인간사의 비극이나 더러움이 없는 천국으로 귀화되길 기도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