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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방

강선자 관장,예술가(Artist)와 화학자(Chemist) 간 가교 역할자

일조원 갤러리 · 직수입 미술재료 WON ART 운영




(대한뉴스 박혜숙 기자)=왜 그림을 사는 거지? 어떻게 그림을 사야 하는지? 누가 그림을 팔지? 문화를 생산하고 유통, 소비하는 미술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술시장에서 그림 수집은 더 이상 소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화가는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일반인은 그림을 보기 위해 갤러리로 향한다. 그런데 최근 국감 청문회를 통해 뉴스에 생중계되면서 유명세를 탄 갤러리가 있다. 바로 인사동에 있는 일조원 갤러리이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강선자 관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일조원 갤러리 명칭이 뉴스에 보도돼 알 만한 사람은 잘 알겠지만, 갤러리가 왜 이슈가 되었습니까? 그리고 인사청문회에서 떨리지는 않았나요?

전혀 떨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대로 말하면 되니까요.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응답했습니다. 내용의 골자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배우자가 전시회에 내놓은 그림의 고가 판매 의혹(수십억)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세금 포함해서 (3점 판매 수수료로) 4,280만 원 받았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저기 언론매체 보도내용을 참조하면 될 것입니다.

 

(한편, 그날 청문회 현장의 한 단면을 잠시 소개한다. 질문자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가치도 없는 그림을 전시했느냐?"의 논조로 말을 했다. 이에  강선자 관장은 "보석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작가에게 있어서 그림은 또다시 그릴 수도 살 수도 없는 것이다. 작품은 보석보다 더 귀한 것이다" 라고 답변했다. 그림 가치 판단의 기준은 개인의 생각보다는 시대가 증명하는 것은 아닐까!)

 

갤러리에서 그림을 사고판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작가의 혼을 먼저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화가가 직접 찾아다니면서 자기 작품을 전시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화가가 작품을 진열하고 그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이 화랑(畵廊) 즉 갤러리입니다. 그럼 작품에 대한 평가와 함께 판매도 이뤄져야겠죠. 그림을 사고파는 사람인 화상(畫商)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화가는 일반인의 뇌 구조와 다릅니다. 혼자만의 세계 속에 몰입해서 그림밖에 모를 정도로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혼불을 계속해서 키워줘야 합니다. 신진·중견작가들의 작품이 좋아서 선보이고 싶다거나, 앞날이 창창한 작가에게 기회를 주고 도와주고 싶을 때 전시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화랑측에서 먼저 전시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전시 제안을 하려면 그림에 대한 안목도 높겠습니다. 일조원 갤러리 개관과 명칭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안목을 키우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험을 쌓는 등 훈련해야 합니다. 작가들의 역량, 그림 경향 무엇보다 심성까지 파악하며 미래 유망한 작가들을 발굴합니다. 2015년부터 일조원 갤러리 주최로 매년 일 년에 한 번씩 7월 또는 8월에 프레쉬아트전을 개최합니다. 수상자에겐 온라인 전시 Fresh Art Exhibition에서 작품 소개를 다시 합니다. 상품으로 WON ART 미술재료 상품권을 전달합니다.

 

갤러리 개관은 20143, 종로구 조계사 건너편 농협 건물 지하 1층에 문을 열었습니다. 일조원(日照愿)은 한자의 뜻처럼 매일 매일 햇살이 비치는 곳에서 마음을 쉰다는 의미입니다. 작가를 비롯해 모든 사람에게 매일 따스한 빛이 비치기를 바라며, 첫 전시는 마음을 울리는 회화의 힘전(1)’으로 시작했습니다. 개관 이래 지금까지 전시는 영혼도 쉬어가는 길, 한국·네팔·몽골 작가전, 법정 스님이 두고 간 이야기 전, 남북 평화 시대를 여는 한마음 전등 일 년 내내 전시를 멈추지 않습니다.

 

갤러리를 개관하게 된 계기는? 미술재료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계기는 작가들의 고충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원래는 미술재료 직수입원 ‘WON ART’ 전문점을 운영했으며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국내에서 미술재료의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진 것은 1963년 신한양행과 알파화학이 설립되면서부터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물감은 수입입니다. 동양화, 서양화, 수채화, 유화, 파스텔, 색연필 등 분야마다 미술재료가 다릅니다. 가격도 일반인 시각에서 보면 그냥 튜브일 뿐인데 몇천 원에서 몇십만 원, 몇백만 원 등 천차만별입니다. 미술재료상은 분야별로 필요한 도구의 종류와 원리, 재료별로 낼 수 있는 효과와 유의 사항, 그림의 보존법 등에 관해 설명해야 합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국내외 유명 작가는 물론 공모전·졸업작품전을 준비하는 대학생 등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직접 교류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시할 곳이 마땅치 않은 작가들의 심정도 알게 되었습니다.

 

젊은 층 MZ 세대가 재테크에 관심이 커지면서 예술품을 통한 아트테크가 유행입니다. 그림을 잘 사는 방법은? 

아트테크(Art-Tech)는 예술작품을 이용해서 재테크를 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그림구매 방법은 현금, 카드 할부 등 여러 가지가 있겠죠. 그러나 그림을 사는 사람은 어느 정도 그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주식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회사의 주식이 탄탄하며 투자 후 미래 수익은 어떻게 될지 공부를 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작가의 역량과 작품의 미래 가치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내가 빨간색을 좋아해서 빨간 채색 풍 그림을 사서 걸어두고 만족하는 것과 투자는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전문가의 조언과 함께 그림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에서 최고가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라고 합니다. 2021년 기준 모나리자의 가격은 약 87,000만 달러, 한화 약 1360억원에서부터 시작될 거라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반 고흐의 작품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세계 미술재료를 30년 이상 취급하면서 미술시장뿐만 아니라 화가의 세계도 꿰뚫어 보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전시회에 걸린 그림을 보면 그림을 그렸을 당시 그 화가의 기분이 좋았는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여러 가지 고뇌가 느껴집니다. 그림은 그 나라의 혼이라고 생각합니다. 화가들은 맑은 영혼을 가져야만 좋은 그림을 그립니다. 그래서 그러한 혼불을 계속해서 키워주는 국가적인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뉴스에 보도된 것처럼 생활고에 힘들어하는 예술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사각지대에 있는 예술인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있기를 바랍니다.

 

강선자 관장은 

대한민국에서 갤러리 전시와 미술재료 수입 전문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보기 드문 전문가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세계 굴지의 100~250년 이상 된 미술재료 생산 기업과 거래를 하며 친분을 쌓고 있다. 한번은 미술 관련 책자에 강선자 관장 사진이 실렸는데, 외국에서 우연히 그것을 본 사업파트너가 한국 출판사에 전화했다고 한다. “내가 아는 머리 긴 미스강이 맞냐고 물었다는 후문이다. 전 세계에 발품을 얼마나 많이 팔았고 친분으로 두터워진 인맥을 엿볼 수 있는 여담이다.

 

강 관장은 자신은 예술가(Artist)와 화학자(Chemist) 간 가교 역할자라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작가는 그림에만 집중하지 재료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번은 어느 화가가 자동차 생산 회사로부터 자동차에 그림을 그려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강 관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나라 계절에 맞게 온도, 습도, 장마, 직사광선 등 환경적 요인과 화학적. 물리적 요인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재료를 선정해줬다. 작가와 기업, 가교 역할자 모두 삼위일체가 되어 작품을 성공시켰다.

 

한편, 강선자 관장은 검도 4단 실력의 보유자다. 10년 이상 실력을 연마해야 오를 수 있는 경지이다. ‘사심을 베어 버리자라는 정신으로 무예를 연마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부친 역사 검도 사범 출신으로 부전여전이다. 90세를 넘긴 부친, 90세를 바라보는 모친을 한결같이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효녀이다. 주변에서는 효도는 시간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취재 후일담, 청문회 스타를 만나다 

청문회 스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청문회를 거치면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였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선자 관장이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후보자를 낙마시킬 목적으로 정조준하고 묻는 예리한 송곳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 있는 모습에 정직한 논리로 답변해 주목받았다. 한편 취재를 통해 미술 재료에 대한 지식도 얻었다. 그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감이 갈라지는 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물감의 질도 중요하다. 그 외 불에도 타지 않는 물감이 있으며 작품의 영구 보존과 진품 가품 여부에 물감이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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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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