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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방법은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딜리동물병원 김주형 원장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대통령과 그 반려견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진이 기사에 실리는 세상이 되었으니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새삼 실감이 되는 세상이다. 실제로 길을 걸을 때도, 차를 타고 갈 때도 사람과 함께 있는 강아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산책을 하지 않아서 집에만 있는 반려묘까지 생각한다면 그 수는 정말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 많은 반려동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로 길 가다 만날 수 있는 분양 삽을 통한 분양, 둘째로 유기견 보호소 등을 통한 유기동물의 입양, 셋째로 기르던 강아지, 고양이의 출산.

 

본 원고에서는 유기견 두 마리, 유기묘 세 마리를 입양한 필자 가족의 경험과 수의사로서 많이 받는 질문들을 종합하여 유기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그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결혼과 함께 팔자에도 있던(?), 없던(?) 강아지 딜리의 보호자가 되었다. 배우자가 어딘가에서 분양받아서 아기 때부터 키우던 강아지이다. 둘째는 동물농장에도 나왔던 주둥이가 묶인 채로 구조된 힐리이다. 진료수의사 시절 주치의로 인연을 맺어 치료가 잘 끝난 후 새로운 가족을 기다렸는데 일 년 넘게 갈 곳이 없어 보호소에서만 살면서 그곳이 답답했던지 탈출도 하고 사고를 쳤다는 소식을 듣고 입양하게 되었다. 셋째는 앞다리 하나가 없고 심장 사상충 말기인 채로 구조된 강아지 찰리이다. 유기동물 보호소 공고를 보던 중 안락사될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충남 태안으로 달려가서 앞뒤 고민 없이 데려왔다. 넷째, 다섯째는 각각 시간차를 두고 주차장에서 발견된 고양이 포리, 큐리. 여섯째는 필자의 동물병원 바로 앞의 초등학생들이 살려달라며 고사리손으로 안고 온 무언가에 중독되어 영구적인 실명 상태인 고양이 해리’. 다들 처음 올 때는 냄새나고, 아픈 곳 투성이던 떠돌이개, 길고양이였으나 이제는 완전한 우리 가족이 되었고 특히 8, 3살 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을 때는 다들 충분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입양 결정을 하게 된다. 그중 가장 큰 첫 번째 고민은 금전적인 문제일 것이고, 둘째로는 우리 집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다. 그중 첫 번째 문제인 금전적인 문제는 비싼 동물병원비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데. 진료비에 부가세 과세로 10% 부담이 늘어나는 것, 외국에서 강아지와 함께 잠시 입국한 유학생들은 외국 동물병원은 너무 비싸서 한국에 와서 우리 강아지 치료받고 돌아가요등의 말을 듣다 보면 동물병원을 경영하는 수의사 관점에서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기고의 방향과는 맞지 않아서 병원비 문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한 생명을 키우는데 경제적 부담이 없을 수 있겠는가.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데 있어 가성비를 생각하는 분이라면 입양하지 마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반려동물은 기계가 아니고 생명체인데 어찌 내 생각대로만 되겠는가. 사람도 그러하듯 반려동물도 천차만별이고 그에 따른 지출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필자 병원에 다니는 고양이 중 한 마리는 사람처럼 좌변기에서만 소변을 보는 고양이가 있다. 이 고양이 보호자는 고양이 화장실 모래 구입에는 평생 단 한 푼도 들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입양한 고양이 해리는 어릴 때 받은 치료의 후유증으로 다른 고양이 대비 물먹고 소변보는 양이 두 배 이상이라서 화장실 모래도 그만큼 많이 구매할 수밖에 없다. 화장실 모래비용이 평생 한 푼도 들지 않을지, 다른 고양이 두 배 이상이 들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흔히 얘기하듯 하루 커피 한 잔 값 오천원만 아끼면 일 년이면 1,825,000원이 모인다. 이 각오라면 예상치 못한 큰일이 있지 않은 한 경제적인 문제는 누구나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로 적응의 문제이다. 우리 강아지 말티즈 인데 둘째로 와서 함께 잘 지낼만한 품종을 추천해 주세요 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정답은 없다이다. 역시나 생명체인데 그 성격까지 우리가 예측할 수는 없다. 필자의 동물 가족은 닥스훈트 두 마리, 믹스견 한 마리, 코리안숏헤어(길고양이) 세 마리이다. 가족이 많지만, 동물들끼리 큰 사고를 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비결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었을 뿐이다. 병원에서 2개월 때부터 접종을 하면서 성장하는 강아지들을 보다 보면 처음 봤던 성격이 절대 바뀌지 않는다. (성격이 그렇지 행동습관은 학습을 통해서 충분히 바꿀 수 있다.) 2개월 때 보이는 성격이 바뀌지 않는데. 유기견 입양이라면 대부분 성장이 끝난 성견의 입양 일 텐데 그 성격 어디 가겠는가. 그걸 바꾸려고 할수록 보호자가 개입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될 뿐이다.

 

필자의 둘째 힐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잔디밭에서 다리를 들고 시원하게 소변을 봐야만 하는 강아지이다. 그래서 필자는 쉬는 날에도, 비가와도, 눈이 와도 힐리 화장실을 찾아 집 밖으로 나간다. 어찌 보면 힘든 일일 수 있으나 집에서 다리 들고 소변 보지 않는 것에 감사한다. 가끔가다 출근하면 집에 사람이 없어서 우리 강아지 너무 불쌍해요라는 말을 듣는다.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런 생각이면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다. 보호자도 반려동물을 위해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포기해야 할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이다. 서로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반려동물도 포기하는 것이 무엇인가 있어야만 한다. 항상 보호자가 지켜주고 놀아 줄 수는 없다. 보호자의 삶을 희생해야만 되는 것이라면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소중한 생명의 하나로 대한다면 특별히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보호소의 공간 부족으로 안락사를 기다리는 유기동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을 위해 한 단체의 슬로건을 인용한다.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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