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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국방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이게 제 아버지의 얼굴이네요…” 6·25전사자 얼굴 복원 사업 첫 번째 성과

6·25전사자 유해 CT 촬영부터 얼굴 복원 완료까지의 과정 최초 공개

(대한뉴스 한원석 기자)=5월 8일(금),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를 전하는 ‘어버이날’에 특별한 순간을 보내는 노년의 한 여성이 있다.


‘고(故) 송영환 일병’의 외동딸인 송재숙 씨(76세)는 평생 처음으로 아버지의 영정 앞에 카네이션을 놓았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 단장 이근원)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추진한 6·25전사자 유해(두개골) 얼굴 복원의 첫 번째 완료 사례를 공개한다.

 

주인공은 바로 2013년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에서 발굴돼 지난해 10월 238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9사단 소속의 고 송영환 일병이다.

 

ㆍ생년월일 / 본 적 : 1924년 6월 8일(4남 3녀 중 셋째) /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ㆍ입 대 / 전 사 : 1950년 12월(제2훈련소 자원입대) / 1951년 3월 17일
* 정선 전투(1951.2.16.∼24. / 국군 제9사단 VS 북한군 제2·3군단) 참전했다가 총상을 입고
제1이동외과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치료를 받던 중 전사
ㆍ소 속 / 훈 장 : 국군 9사단 29연대 / 화랑무공훈장(1954. 9. 25.)
ㆍ발굴 일자 / 발굴 장소 : 2013년 9월 26일 /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
ㆍ특이사항 : 남동생인 송의환 일병(다섯째)도 1950년 11월 입대해 국군 제2사단 소속으로 1951년 2월 ‘영천-보현산 일대 공비토벌 작전’에 참전했다가 실종·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나 유해는 수습되지 못한 상태

 

국유단은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를 전하는 어버이날을 맞이해 유가족 송재숙 씨를 기관으로 초청해 아버지 고 송영환 일병의 유해를 바탕으로 완성한 ‘2D 표준영정’과 함께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고인의 헌신을 기리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수개월간 고심을 거듭하며 얼굴 복원 작업을 진행한 국과수 관계자에게도 표창을 수여했다.


한편, 고인의 딸인 송 씨는 1951년 3월 고인이 스물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당시 겨우 세 살배기에 불과해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생전 사진 또한 없어 상상으로나마 그리운 얼굴을 그려왔습니다. 지난 2020년 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직접 국유단을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제공한 지 5년 만에 다시 아버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국유단을 찾았다.

 

그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를 마주하면서 영정 앞에 카네이션을 놓았다.


국유단은 이번 행사를 고인의 신원확인과 얼굴 복원 과정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유가족에게 생생하게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기획했다.


송 씨는 자택으로 모시러 가겠다는 국유단의 요청도 마다하고 아버지를 보기 위해 이번에도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

 

여동생과 함께 국유단 본청 앞에 이르자 함성제 상사와 심영순 감식관이 다가가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함 상사는 지난 2013년에 발굴팀장으로서 고인의 유해를 직접 발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에서의 발굴은 한 주민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해당 지역은 제보자 집안의 선산이 있는 개인 사유지로, 제보자의 부친이 국군 전사자를 매장했다고 한 곳이었다.

 

그런데 여러 사정상 발굴에 주어진 시간은 단 2일에 불과했다.

 

함 상사를 비롯한 8명의 장병은 호국영웅의 흔적을 찾기 위해 잠도 줄이며 밤새도록 발굴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고인을 비롯한 7구의 유해를 수습할 수 있었다.


함 상사와 함께 발굴현장에서 활약한 신영순 감식관도 행사를 함께 했다. 

 

신감식관은 당시 강원도 인제군의 현장감식소에 업무를 보던 중 유해가 노출됐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이동해 감식을 진행한 바 있다.

 

인식표와 함께 발굴된 유해 2구(고 김영탁 일병과 고 이종용 일병)를 보면서 이들의 유해는 신원확인이 빠르게 이뤄질 텐데 나머지도 어서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신 감식관은 유해를 보관하기 전 세척 과정을 거치지만 모래사장과 방풍림(防風林) 바로 뒤쪽에서 발견된 동해시 망상동의 유해들에서는 지금도 가늘고 고운 입자의 모래가 조금씩 묻어 나온다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국유단 이규상 중앙감식소장과 국과수 이원준 수석법의관은 양 기관에서 업무협약을 추진한 당사자이다.

 

지난해 6월 두 사람은 협약 체결 전 사전토의 단계에서 상태가 양호해 복원이 가능한 두개골 4구를 선정했다.

 

그중 첫 번째로 복원을 시도할 1구를 추가로 정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들이었다.


같은 해 8월 유해의 컴퓨터단층촬영(CT)를 마치고 복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연하게도 첫 번째로 복원하기로 한 유해의 주인이 밝혀졌다.

 

사진=고 송영환 일병의 2D 표준영정,  고인이 전사한 1950년대 시대상을 고려해 흑백으로 복원

 

이 소장은 이와 같은 유해 선정부터 복원 완료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유가족 앞에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과수 유준열 연구원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고인의 얼굴을 복원한 실무자이다.

 

컴퓨터단층촬영 이후 최초 두개골 상태에서 근육을 하나하나 붙여가며 얼굴의 만드는 과정에는 모두 그의 손길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생전 사진이 없어 복원된 결과물의 정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 연구원은 본인이 과거 복원했던 유해 중 생전 사진이 존재했던 실종자들의 사례를 행사 참석자들에게 보이면서 높은 수준으로의 복원이 가능함을 설명했다.

 

그리고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자신 있게 밝혔다.


6·25전쟁에 참전한 고 송영환 일병이 전사한 후 흙 속에 묻힌 유해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는 62년, 그로부터 신원확인까지는 11년이 걸렸다.

 

그리고 국유단과 국과수가 함께한 11개월간의 노력 끝에 생전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었다.


국유단과 국과수는 잠시 숨을 고르고 두 번째 유해에 대한 복원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나머지 3구 모두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근원 국유단장은 “호국영웅의 얼굴을 복원하는 것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낸 분의 명예를 선양하는 것을 물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한 방식입니다. 앞으로도 6·25전사자가 생전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과수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원준 국과수 수석법의관은 “고 송영환 일병님의 얼굴 복원과 이를 바탕으로 한 2D 표준영정을 제작해 유가족분께 전달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한 분의 6·25전사자 유해라도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유단 모든 구성원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국과수가 얼굴 복원 감정을 통해 국유단의 6·25전사자 신원확인과 그 넋을 기리는 데 협력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며, 계속해서 6·25전사자가 생전 얼굴을 되찾는 일에 국유단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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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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